닌자거북이
닌자 거북이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World 4 Players) · 1989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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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틱 네 개가 나란히 붙은 기계
오락실 한쪽에 유난히 긴 기계가 있었습니다. 화면은 하나인데 조이스틱이 넷이라, 모르는 사람 넷이 어깨를 맞대고 서서 같은 화면을 봅니다. 혼자 하다가 옆에서 동전 소리가 나면 갑자기 파란 거북이가 화면에 뛰어들고, 그때부터는 서로 이름도 모른 채 한 팀이 됩니다. 여럿이 함께한다는 경험 자체가 낯설던 시절에 이 기계는 그 자체로 사건이었습니다.
닌자거북이(Teenage Mutant Ninja Turtles)는 하수구에서 자란 네 마리 돌연변이 거북이가 납치된 방송 기자 에이프릴 오닐을 구하고 슈레더의 조직을 무너뜨리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화면 안을 위아래로 오가며 몰려드는 풋 클랜 병사를 걷어 내고 오른쪽으로 밀고 나가는, 이 장르의 문법을 널리 퍼뜨린 작품입니다.
불타는 건물에서 테크노드롬까지
첫 판은 밤거리입니다. 표지판과 소화전을 배경으로 병사들을 정리하고 나면 불길에 휩싸인 건물로 들어가 에이프릴을 데리고 나옵니다. 이후에는 하수구와 강가, 공사장을 지나 마지막에 슈레더의 요새인 테크노드롬 내부까지 들어갑니다.
스테이지마다 잊히지 않는 함정이 하나씩 있습니다. 도로에서는 로드롤러가 밀고 들어와 피하지 못하면 그대로 깔리고, 물속 구간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폭탄을 하나씩 해체해야 해서 적과 싸우는 동시에 시계를 봐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동전을 가장 많이 잃는 구간도 대체로 이런 곳들이었습니다.
무기가 곧 성격이다
도나텔로의 봉은 길게 뻗어 안전하게 때릴 수 있는 대신 휘두르는 속도가 느리고, 라파엘의 사이는 짧아서 바짝 붙어야 하지만 빠르게 몰아칠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의 칼과 미켈란젤로의 쌍절곤은 그 중간쯤이라 무난합니다. 봉을 든 보라색이 인기 있었던 것은 사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기술은 많지 않습니다. 기본 공격과 점프 공격, 그리고 달리면서 몸으로 부딪히는 돌진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실력은 기술 수가 아니라 위치 잡기에서 갈립니다. 적의 줄 바깥에 서서 한 명씩 끌어내는 식으로 싸우는 사람은 한 판을 오래 버텼습니다.
슈레더의 검
보스로는 코뿔소 모습의 록스테디와 멧돼지 모습의 비밥, 파리가 된 백스터 스톡맨, 돌덩이 같은 몸을 한 록 솔저의 지휘관들이 차례로 나오고, 마지막에는 크랭과 슈레더가 기다립니다. 각자 패턴이 분명해서 몇 번 부딪혀 보면 대응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슈레더만은 다릅니다. 그가 휘두르는 검에 스치면 체력이 깎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평범한 거북이로 되돌아가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남은 체력이 얼마든 소용없다는 사실이 처음 겪으면 꽤 충격적이라, 이 장면 하나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럿이 아니면 넘기 힘든 벽
적은 사람 수에 맞춰 늘어나고, 체력은 야박합니다. 그래서 혼자 끝까지 가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고, 대부분은 옆 사람과 동전을 나눠 넣으며 밀고 나갔습니다. 누가 쓰러지면 나머지가 몰려 있는 적을 잠깐 걷어 내 다시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주는 식이었습니다.
원작 만화영화가 인기를 끌던 시기와 겹치면서 캐릭터를 아는 아이들이 특히 몰렸습니다. 이 게임이 벌어들인 성공은 곧 후속작으로 이어졌고, 여럿이 붙어서 하는 벨트스크롤 액션이라는 형식 자체가 이후 몇 년 동안 오락실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