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고고
다이어트 고고 (Diet Go Go Euro v1 1 1992 09 26) · 1992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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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살찌워서 굴린다
단화면 액션에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습니다. 적을 거품에 가두는 게임이 있었고, 눈을 뭉쳐 덮어 굴리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적에게 음식을 먹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빵이 날아가고, 맞은 적이 조금씩 부풀어 오릅니다. 몇 번 더 맞히면 적은 동그랗게 부푼 공이 되고, 그 상태에서 밀면 데굴데굴 굴러가며 앞에 있는 것들을 함께 쓸어버립니다.
다이어트 고고(Diet Go Go)는 1992년 데이터 이스트가 내놓은 단화면 액션입니다. 화면 하나가 통째로 무대이고, 발판 사이를 뛰어다니며 그 화면 안의 적을 모두 없애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고, 각자 색이 다른 캐릭터를 조종합니다. 규칙이 단순해 처음 앉은 사람도 한 판이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게 됩니다.
굴리는 맛
이 게임의 핵심은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처리하는 데 있습니다. 적 하나를 부풀려 터뜨리는 것만으로는 점수도 진행도 더딥니다. 부푼 적을 굴려 다른 적을 맞히면 그 적도 함께 휩쓸리고, 연쇄가 길어질수록 보상이 커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적을 급하게 처리하지 않고, 여러 마리가 한 줄로 늘어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방에 밀어 버립니다.
굴리는 방향과 지형을 읽는 눈도 필요합니다. 발판 위에서 굴리면 그 층을 쓸고 지나가지만, 가장자리에서 굴리면 곧바로 아래로 떨어져 아무것도 못 맞힙니다. 반대로 위층에서 굴려 떨어뜨린 공이 아래층 적에게 맞는 배치도 있습니다. 화면을 위아래로 함께 보는 감각이 붙으면 이 게임의 점수가 갑자기 뛰기 시작합니다.
부풀린 적을 그대로 두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지고, 그 사이에 다가오면 이쪽이 당합니다. 그래서 부풀리는 것과 미는 것 사이의 간격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면에 적이 많을 때 여기저기 조금씩 부풀려 놓기만 하면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 사방에서 되돌아옵니다.
아이템과 화력
화면에는 여러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빵이 날아가는 속도를 올려 주는 것, 사거리를 늘려 주는 것,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게임에서 흔히 그렇듯 속도 관련 아이템은 양날의 검입니다. 빨라지면 적을 따라잡기 편하지만 좁은 발판에서 미끄러지듯 지나쳐 떨어지는 일이 늘어납니다.
가장 반가운 것은 화면 전체에 영향을 주는 종류입니다. 한 번에 여러 적을 정리해 주어 몰린 상황을 풀어 줍니다. 위험하다 싶을 때 아끼지 말고 쓰는 편이 낫습니다. 목숨을 잃으면 모아 둔 강화가 되돌아가므로, 아이템을 들고 죽는 것이 가장 손해입니다.
데이터 이스트라는 회사
데이터 이스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오락실을 채운 게임을 많이 만든 회사입니다. 커다란 캐릭터가 등장하는 액션, 개성 강한 격투 게임,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 소재의 게임들까지 폭이 넓었습니다. 완성도가 고르지는 않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할 때 남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인상이 있었고, 이 회사 로고가 뜨면 일단 한 판은 해 보게 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고고 역시 그런 감각의 게임입니다. 단화면 액션이라는 확립된 틀 위에서, 적을 살찌운다는 소재를 가져와 조작에 녹였습니다. 캐릭터와 배경은 밝고 둥글둥글하게 그려져 있어 어린 손님이 앉기에도 부담이 없었고, 화면이 알록달록해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락실에서 이 게임이 있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스노우 브라더스나 보글보글과 같은 칸에 묶여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노는 방식이 그 계열이고, 놓이는 자리도 비슷했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한 판씩 깨 나가는 게임으로, 여학생이나 어린 손님도 많이 잡았던 종류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이 게임의 미덕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배워야 할 규칙이 하나뿐이고, 그 하나가 충분히 재미있으며, 둘이 하면 두 배가 됩니다. 부푼 적을 밀어 한 줄을 통째로 쓸어 버릴 때의 감각은 지금 기준으로도 손맛이 좋습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적의 수와 배치가 빡빡해지지만, 규칙 자체가 바뀌지는 않아 끝까지 같은 손놀림으로 밀고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