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딥
더 딥 (The Deep Japan) · 1987 · Woodplac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폭뢰가 가라앉는 시간을 계산하는 게임입니다
대부분의 슈팅에서 총알은 쏘는 즉시 날아갑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주무기인 폭뢰는 그렇지 않습니다. 배에서 떨어뜨리면 물속을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내려갑니다. 목표로 삼은 잠수함은 그동안에도 움직입니다. 그래서 지금 적이 있는 자리에 던지면 늦고, 몇 초 뒤에 적이 있을 자리를 미리 계산해서 던져야 합니다. 이 한 가지 규칙이 게임 전체의 성격을 정합니다.
더 딥(The Deep)은 바다 위의 배를 조종하는 액션 슈팅입니다. 수면에서는 배가 앞뒤로 움직이며 적을 상대하고, 물속으로는 폭뢰를 떨어뜨려 잠수함과 바다 생물을 처리합니다. 한 명이나 두 명이 함께 붙을 수 있고, 조이스틱과 두 개의 버튼으로 위쪽과 아래쪽을 나눠 공격하는 구성입니다.
위와 아래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이 게임이 어려운 이유는 신경 써야 할 층이 둘이라는 데 있습니다. 수면 위에서는 적의 배와 미사일이 다가옵니다. 물속에서는 잠수함이 어뢰를 쏘아 올립니다. 위만 보고 있으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에 맞고, 아래만 보고 있으면 수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칩니다.
그래서 버튼을 나눠 쓰는 훈련이 처음의 관문입니다. 앞을 쏘는 것과 아래로 떨구는 것을 손에 따로 익혀야 하고, 두 가지를 번갈아가 아니라 거의 동시에 쓸 수 있어야 판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한쪽에만 집중하다가 반대쪽에서 죽는 일이 계속 반복됩니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두 층을 이용하는 요령이 생깁니다. 수면에 위협이 없는 순간에 폭뢰를 미리 뿌려 두고, 아래가 정리된 구간에서는 위쪽 처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리듬을 만듭니다. 이 리듬이 잡히기 전과 후의 생존 시간이 크게 차이 납니다.
깊이를 읽는 눈이 실력입니다
잠수함은 모두 같은 깊이에 있지 않습니다. 얕은 곳에 있는 놈은 폭뢰가 금방 닿지만, 깊은 곳에 있는 놈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동안 좌우로 움직이면 빗나갑니다. 그래서 깊이 있는 적을 잡으려면 그 적이 향하는 방향을 미리 읽고, 진행 방향 앞쪽에 미리 던져 두어야 합니다.
여기에 폭뢰를 던지는 간격도 요령입니다. 한 번에 몰아 던지면 화면 아래가 잠깐 정리되지만 그 뒤로 빈 시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흘려보내면 물속에 항상 폭뢰가 떠 있어서, 적이 어느 자리로 오든 걸릴 확률이 올라갑니다. 조준보다 밀도로 잡는 접근이 초보자에게는 훨씬 효율적입니다.
배가 물속으로 들어가 아이템을 챙길 수 있는 구간도 있습니다. 헬리콥터가 떨어뜨리는 상자에는 화면 정리용 폭탄이나 속도 증가 같은 것이 들어 있는데, 이런 것을 놓치면 뒤 구간이 급격히 힘들어집니다. 위험해 보여도 아이템은 챙기고 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안전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단단한 소품입니다
우드플레이스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회사가 아닙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이런 소규모 개발사가 기판 하나를 만들어 유통사를 통해 내보내는 일이 흔했고, 그중 상당수는 몇 달 돌다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만, 폭뢰가 가라앉는 시간을 게임의 핵심 규칙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뚜렷한 편입니다.
같은 시기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슈팅은 여럿 있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은 잠수함을 몰고 물속을 날아다니는 형태여서 결국 일반적인 슈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 게임은 수면 위에 머무는 배라는 제약을 유지하면서 공격만 아래로 보내는 구조를 택했기 때문에, 조작감 자체가 다른 게임들과 갈립니다. 해외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1987년 무렵이면 오락실 기판 수급이 유통사 사정에 크게 좌우되던 시기라, 이름값 없는 소규모 회사의 게임은 몇몇 지역에만 들어가고 마는 일이 잦았습니다. 문방구 앞 게임기 자리는 더 짧은 판, 더 직관적인 게임이 차지하기 마련이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켜 보면 이 게임의 장점이 오히려 잘 보입니다. 규칙이 단순해서 설명 없이도 몇 판이면 감이 잡히고, 폭뢰의 낙하 시간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 자체가 재미가 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인 게임이라, 짧게 여러 판 돌려 보기에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