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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룬 데로데로

데룬 데로데로 (Deroon Derodero no Sound) · 1995 · Te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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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퍼즐에서 연쇄를 만드는 방법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위에 무언가를 쌓아 두고, 아래를 터뜨려 그것이 무너져 내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데룬 데로데로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옆의 블록이 사라지면 살아남은 블록에서 팔이 뻗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 팔이 뻗어 나간 자리에서 또 넷이 맞아떨어지면 그것도 함께 사라집니다. 내가 쌓아 놓지 않은 자리에서 연쇄가 시작되는 겁니다.

데룬 데로데로(Deroon DeroDero)는 테크모가 1995년에 낸 대전형 낙하 퍼즐입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블록을 쌓아 같은 색 넷을 붙이면 사라지고, 사라진 자리로 위의 블록이 떨어지며 연쇄가 이어지는 기본 구조입니다. 여기까지는 뿌요뿌요와 같습니다. 다른 건 그 팔입니다.

데룬 데로데로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팔이 뻗어 나가는 연쇄

이 게임의 블록은 얌전히 자리를 지키지 않습니다. 붙어 있던 옆 블록이 사라지면, 남은 블록이 그 방향으로 팔을 뻗습니다. 그리고 이 뻗어 나간 팔이 다른 블록들과 함께 넷을 이루면 그것도 지워집니다.

이 규칙 때문에 연쇄 설계가 달라집니다. 뿌요뿌요는 위아래로 층을 쌓아 순서대로 무너뜨리는 계산이 중심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옆으로 뻗는 방향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이걸 터뜨리면 남은 블록이 어느 쪽으로 팔을 뻗을지, 그 자리에 무엇이 있는지를 미리 봐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뿌요뿌요보다 긴 연쇄가 나올 여지가 생깁니다. 위아래 방향만 쓰던 것에 좌우가 더해지니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잘 아는 사람이 짜 놓으면 한 번의 터뜨림이 판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광경이 나옵니다.

데룬 데로데로 퍼즐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낙하 퍼즐을 처음 하는 사람이 늘 겪는 문제가 여기서도 똑같이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넷을 바로바로 지워 버리는 것입니다. 지우면 속이 시원하지만 점수도 안 나오고 상대에게 방해도 못 줍니다.

대전형 낙하 퍼즐의 핵심은 참는 것입니다. 지울 수 있는 걸 지우지 않고 쌓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터뜨려 큰 연쇄를 만드는 것이 이기는 방법입니다. 그래야 상대 판에 방해 블록을 잔뜩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여기에 팔 규칙까지 계산해야 하니 더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팔이 뻗는 걸 통제하지 못해 쌓아 두려던 연쇄가 제멋대로 터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팔이 어디로 뻗는지를 관찰하는 데 몇 판을 쓰는 게 좋습니다. 규칙을 몸으로 익히기 전까지는 의도한 연쇄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상대 판을 보는 것입니다. 상대가 크게 쌓고 있다면 내가 먼저 터뜨려 압박해야 하고, 상대가 위험하다면 조금 더 참아도 됩니다. 내 판만 보다가 갑자기 방해 블록이 쏟아져 무너지는 게 초보의 전형적인 패배 방식입니다.

뿌요뿌요 이후의 낙하 퍼즐들

1991년 컴파일의 뿌요뿌요가 나온 뒤로 낙하 퍼즐 시장은 완전히 재편됐습니다. 그전까지 낙하 퍼즐이라면 테트리스처럼 혼자 오래 버티는 게임이었는데, 뿌요뿌요는 화면을 둘로 나누고 연쇄로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그 뒤 몇 년 동안 수많은 회사가 비슷한 게임을 냈습니다. 다들 뿌요뿌요와 다른 무언가를 하나씩 얹으려 했습니다. 블록 모양을 바꾸거나, 지우는 조건을 바꾸거나, 연쇄가 퍼지는 방식을 손보는 식입니다. 데룬 데로데로가 팔이라는 규칙을 택한 것도 그런 경쟁 속에서 나온 답입니다.

테크모는 원래 낙하 퍼즐로 유명한 회사가 아닙니다. 닌자 가이덴과 캡틴 츠바사, 그리고 나중에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만든 곳입니다. 그런 회사가 퍼즐 게임을 낸 것도 당시 이 장르의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 줍니다.

이식과 재발매

이 게임은 오락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으로 옮겨졌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판은 일본 밖에서도 나왔는데, 그때 붙은 제목이 테크모 스태커스입니다. 오락실판 자체는 오랫동안 일본에만 있었고, 한참 뒤에 아케이드 아카이브스라는 복각 시리즈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정식 공개됐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낙하 퍼즐은 늘 한 자리를 차지하던 종류였습니다. 테트리스와 뿌요뿌요는 물론이고 컬럼스나 마작 계열까지 여러 게임이 돌았습니다. 다만 데룬 데로데로처럼 일본에만 나온 게임은 국내에 들어올 통로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지금 처음 잡아 보면 뿌요뿌요와 비슷해 보이다가, 팔이 뻗는 걸 보고 놀라게 됩니다. 낙하 퍼즐이 아직 형태를 다투던 시기가 남긴 흥미로운 변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