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돈파치 대부활 블랙 레이블
도돈파치 대부활 블랙 레이블 (Dodonpachi Dai Fukkatsu Black Label 2010 1 18 Black Label) · 2010 ·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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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막 슈팅이 끝까지 밀어붙인 지점
화면 절반이 적탄으로 뒤덮여 있고, 그 사이 한 뼘도 안 되는 틈을 기체가 비집고 다닙니다. 탄막 슈팅이라는 장르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저걸 어떻게 피하나 싶겠지만, 실제로 판정이 잡히는 부분은 기체 한가운데의 아주 작은 점 하나뿐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화면이 달리 보입니다. 도돈파치 대부활 블랙 레이블은 이 장르가 다다른 지점을 보여 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만든 곳은 케이브입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탄막 슈팅이라는 이름을 사실상 굳혀 놓은 회사이며, 도돈파치 계보는 그 회사의 간판입니다. 이 작품은 2010년에 나왔는데, 그 무렵이면 오락실 슈팅 기판을 새로 사들이는 곳이 극히 드물던 시기입니다. 그런 시장에서도 이 장르를 놓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위치가 특별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도돈파치 대부활 블랙 레이블(DoDonPachi Dai-Fukkatsu Black Label)은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기체를 움직여 적탄을 피하고, 샷과 레이저로 적을 처리하며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잡는 것이 기본 흐름입니다. 제목의 대부활은 이 시리즈가 한동안 끊겼다가 다시 나왔다는 뜻이고, 블랙 레이블은 그 대부활을 다시 손본 개정판을 가리킵니다.
기본 무기는 두 가지입니다. 버튼을 연타하면 넓게 퍼지는 샷이 나가고, 누르고 있으면 앞으로 곧게 뻗는 레이저가 나갑니다. 레이저를 쓰는 동안에는 기체가 느려져 정밀하게 움직이기 좋습니다. 이 둘을 상황에 맞게 바꿔 쓰는 것이 조작의 기본입니다.
하이퍼라는 핵심 장치
이 작품을 다른 슈팅과 구별하는 것은 하이퍼입니다. 적을 잡아 게이지를 채운 뒤 발동하면 일정 시간 동안 샷과 레이저가 크게 강해집니다. 강해진 레이저는 적이 쏜 굵은 광선을 밀어내고, 강해진 샷은 부딪힌 탄을 점수 아이템으로 바꿔 버립니다. 즉 하이퍼는 공격 수단이면서 동시에 화면을 청소하는 방어 수단입니다.
발동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에는 잠깐 무적이 붙습니다. 이 짧은 시간을 어디서 쓰느냐가 생존을 좌우합니다. 죽을 자리에 몰렸을 때 하이퍼를 눌러 빠져나가는 것이 초보자가 가장 먼저 배우는 활용법입니다.
전작에 해당하는 대부활 1.5 계열에서는 하이퍼를 아껴 쓰는 쪽이 점수에 유리했습니다. 블랙 레이블은 이 방향을 뒤집어, 하이퍼로 탄을 지우는 것 자체가 점수의 주된 수단이 되도록 바꿨습니다. 같은 게임처럼 보여도 잘하는 방법이 정반대인 셈이라, 시리즈를 따라온 사람일수록 다시 배워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난이도와 요령
이 게임은 어렵습니다. 다만 그 어려움의 성격이 무작정 반사 신경을 요구하는 쪽은 아닙니다. 적탄은 정해진 규칙대로 나오고, 어느 적이 어떤 방향으로 쏘는지가 매번 같습니다. 그래서 실력이 붙는 과정은 외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알면 미리 자리를 잡아 두게 되고, 그러면 피할 폭이 생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화면 아래쪽에 붙어 있는 습관을 버리는 것입니다. 아래에 있으면 탄이 퍼진 뒤에 도착해 피할 틈이 좁아집니다. 조금 위로 올라가 탄이 갈라지기 전에 사이로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기체 전체가 아니라 중앙의 작은 점만 피하면 된다는 사실을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맞은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하나 이 판에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점수를 크게 벌려면 그만큼 위험한 상태를 자청해야 하는 구조라, 살아남기만 하려는 사람과 점수를 노리는 사람의 플레이가 완전히 갈립니다.
국내에서의 사정
한국 오락실에서 케이브의 탄막 슈팅 기판은 늘 소수 취향이었습니다.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이 자리를 차지한 뒤로 슈팅은 구석으로 밀려났고, 이 정도로 어려운 게임은 손님을 붙잡기보다 쫓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들어온 기판을 마주치는 일 자체가 드물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몇몇 가게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계보를 아끼는 층은 꾸준했습니다. 한 판을 온전히 깨는 것이 목표가 되고, 같은 구간을 수십 번 반복하며 손에 익히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방식입니다. 오락실이 저물어 가던 시기에 나온 이 작품은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며, 장르가 어디까지 갔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