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콩 주니어
동키콩 주니어 (Donkey Kong Junior Us SET F 2) · 1982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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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아가씨를 납치했던 악당이 이번에는 우리에 갇힌 신세가 되고, 그를 구하러 나서는 주인공이 그 악당의 아들이라는 설정입니다. 다시 말해 1편의 영웅이던 배관공 마리오가 여기서는 우리 열쇠를 쥐고 아들을 방해하는 악역으로 나옵니다. 자기가 만든 캐릭터를 다음 작품에서 곧바로 나쁜 편에 세운 이 발상은 지금 봐도 대담하고, 마리오가 명백한 악역으로 등장한 사실상 유일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동키콩 주니어(Donkey Kong Junior)는 아버지 동키콩이 갇힌 우리를 열기 위해 아들이 화면 위쪽까지 기어오르는 고정 화면 액션입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점프 버튼 하나가 전부입니다. 땅에서는 좌우로 걷고 점프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덩굴과 사슬에 매달려 오르내리는 조작에 있습니다. 덩굴 하나를 잡으면 오르는 속도가 느리고, 양손으로 덩굴 두 가닥을 동시에 잡으면 훨씬 빨리 올라갑니다. 반대로 내려올 때는 한 가닥만 잡는 편이 빠릅니다. 이 규칙 하나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초반 점수와 생존을 크게 가릅니다.
네 개의 화면과 각각의 성격
첫 화면은 덩굴이 늘어선 정글입니다. 위에서 악어 모양의 적이 덩굴을 타고 내려오고, 아래에서도 올라옵니다. 두 가닥을 잡고 빠르게 오르다가 적이 오는 쪽 덩굴을 놓고 옆 덩굴로 갈아타는 판단이 반복됩니다. 발판 사이가 벌어진 곳에서 잘못 놓으면 그대로 추락합니다.
두 번째 화면은 발판과 스프링이 나오는 구간입니다. 위쪽에서 튀어 오는 물체를 피하면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물체가 튀는 궤적이 일정하므로 서두르지 않고 한 박자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리오가 화면 위에서 방해 요소를 계속 내려보내기 때문에, 아래에서 무작정 뛰어오르면 거의 맞습니다.
세 번째 화면은 사슬을 타고 오르는 구간입니다. 여기서는 위로 오르는 것 자체보다 사슬 사이를 옮겨 타는 타이밍이 문제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화면은 열쇠를 밀어 올려 자물쇠에 꽂는 구간으로, 열쇠 여러 개를 각각 제자리까지 끌고 올라가야 합니다. 열쇠를 하나 올릴 때마다 위쪽 적이 늘어나 압박이 커지고, 열쇠는 여섯 개이고, 마지막 하나를 꽂는 순간 아버지가 풀려나며 한 바퀴가 끝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많이 죽는 곳은 덩굴에서 덩굴로 옮겨 탈 때입니다. 레버를 옆으로 밀면 옮겨 타는데, 사이가 먼 곳에서는 옮겨지지 않고 그대로 떨어집니다. 옮길 수 있는 간격인지 눈으로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급할수록 한 칸씩 확실히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두 번째는 두 가닥 잡기를 쓰지 않아 생기는 문제입니다. 한 가닥으로만 올라가면 위에서 내려오는 적을 피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오를 때는 반드시 두 가닥, 급히 내려올 때는 한 가닥. 이 원칙만 지켜도 첫 화면 통과율이 확 올라갑니다.
세 번째는 열쇠 화면의 순서입니다. 열쇠를 아무 것이나 먼저 올리기보다 화면 가장자리 쪽부터 처리하면 이동 동선이 짧아집니다. 위쪽에 적이 몰려 있을 때는 억지로 올라가지 말고 아래에서 한 바퀴 기다렸다가 빈틈에 올라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전작과 무엇이 달라졌나
1편이 사다리와 경사면을 오르며 굴러오는 통을 피하는 게임이었다면, 이 작품은 무게중심이 덩굴 매달리기로 옮겨 갔습니다. 걷고 뛰는 시간보다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어서, 화면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감각이 훨씬 강합니다. 점프 버튼의 쓰임도 줄어들어, 손끝의 리듬이 전작과 사뭇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지역에 따라 화면이 나오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본판은 네 화면이 순서대로 나온 뒤 반복되지만, 북미판은 첫 바퀴에서 일부 화면을 건너뛰고 바퀴를 돌 때마다 하나씩 추가되어 결국 네 화면이 모두 나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같은 게임인데도 어느 판을 잡았느냐에 따라 초반 체감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당시 닌텐도는 이 계열의 고정 화면 액션으로 오락실 시장을 두드리고 있었고, 이 작품은 그 흐름의 중간에 놓입니다. 뒤에 나올 횡스크롤 액션의 문법이 아직 자리 잡기 전, 한 화면 안에서 어떻게 긴장을 만들 것인가를 파고들던 시기의 결과물입니다.
한국 오락실과 문방구에서
한국에서는 오락실 기판보다 문방구 앞 게임기와 나중의 이식판을 통해 접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보다 그냥 원숭이 나오는 게임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흔했고, 1편과 헷갈려 부르는 일도 잦았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해 처음 잡는 사람도 몇 판 안에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대신 화면이 반복되면서 속도가 계속 빨라지므로, 오래 버티려면 앞서 말한 덩굴 잡기 요령이 결국 필요해집니다. 나중까지 살아남을수록 적이 더 많이, 더 빨리 나오므로 화면을 외우는 것 이상으로 손이 정확해야 합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규칙이 몇 줄로 설명되는데도 한 판이 팽팽하게 굴러간다는 점이 새삼 눈에 띕니다. 화려한 연출도 긴 이야기도 없이 오르내리는 동작 하나로 긴장을 만들어 내는, 그 시절 오락실 액션의 문법이 잘 압축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