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콩 컨트리 GBA판
슈퍼 동키콩 (Super Donkey Kong J Rising Sun) · 2003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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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창고가 텅 비었습니다
이야기는 어이없을 만큼 간단합니다. 동키콩이 애지중지 모아 둔 바나나를 킹 크루루의 크레믈링 무리가 통째로 훔쳐 갑니다. 창고 문을 열었더니 텅 비어 있고, 그래서 동키콩은 조카 디디콩을 데리고 섬을 가로질러 되찾으러 갑니다. 목적이 바나나 하나뿐인데도 여정은 정글, 동굴, 눈산, 공장, 바닷속까지 이어집니다.
동키콩 컨트리 GBA판(Super Donkey Kong)은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이식된 횡스크롤 플랫폼 액션입니다. 원작은 슈퍼 패미컴에서 미리 렌더링한 3D 그래픽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고, 이 이식판은 그 화면과 스테이지를 휴대용에 옮기면서 새 요소를 얹었습니다.
두 마리를 바꿔 가며
동키콩과 디디콩을 상황에 따라 바꿔 씁니다. 동키콩은 무겁고 힘이 세서 큰 적을 손바닥으로 내리쳐 잡고, 디디콩은 가볍고 빨라서 좁은 발판 사이를 건너뛰기에 좋습니다. 한 마리가 맞으면 나머지 한 마리로 계속 진행하고, 통에 갇힌 동료를 깨면 다시 둘이 됩니다.
동물 친구들도 이 시리즈의 얼굴입니다. 코뿔소 람비를 타면 적을 들이받으며 밀고 나가고, 황새치 엔가드로는 물속에서 찌르기가 되며, 타조 익스프레소는 오래 떠서 멀리 건넙니다. 특정 동물이 있어야만 열리는 길이 곳곳에 있어서, 타는 순간 그 스테이지의 성격이 바뀝니다.
통, 광차, 그리고 숨은 방
스테이지 장치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발사 통입니다. 통에 들어가면 방향을 잡아 몸을 쏘아 보내는데, 연속으로 이어진 통을 타이밍 맞춰 넘어가는 구간은 사실상 리듬 게임입니다. 광차를 타고 끊어진 레일을 뛰어넘는 구간도 마찬가지로 손이 바빠집니다.
숨은 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벽처럼 보이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거나 수상한 자리에서 굴러 보면 보너스 방이 열립니다. K, O, N, G 네 글자와 각 스테이지의 숨은 동전을 다 모아야 완전 클리어가 되기 때문에, 한 번 깨고 끝내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훑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식판만의 것
GBA판에는 원작에 없던 요소가 붙었습니다. 사진첩을 채우는 수집 요소와 미니 게임이 추가되었고, 디디콩이 따로 도전하는 과제도 들어갔습니다. 원작을 이미 끝까지 해 본 사람에게도 다시 돌 이유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대신 화면 비율이 좁아진 탓에 시야가 원작보다 답답합니다.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 구간에서 착지점이 안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처음 가는 길은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편이 낫습니다. 밝기도 원작보다 올려 잡아서 색감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오래 회자되는 이유
이 시리즈는 조작이 정직합니다. 점프 거리, 구르기 관성, 통에서 튀어 나가는 속도가 일정해서 실패하면 대체로 플레이어 탓이라는 납득이 됩니다. 그래서 어려운 구간을 몇 번 죽으며 외우고 넘어가는 과정이 억울하지 않습니다.
음악도 몫이 큽니다. 물속 스테이지에 깔리는 잔잔한 곡이나 눈산의 차분한 곡은 지금도 따로 찾아 듣는 사람이 있을 만큼 잘 만들어졌습니다. 화면이 작아져도 그 분위기는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