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Z 얼티메이트 배틀 22
드래곤볼 Z 얼티메이트 배틀 22 (Dragon Ball Z Ultimate Battle 22) · 1995 · Banda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스물두 명이라는 숫자
제목에 붙은 22는 등장하는 인물의 수입니다. 1995년 기준으로 대전격투 게임에 스물두 명이 들어간다는 것은 상당한 물량이었습니다. 손오공과 베지터 같은 주역은 물론이고, 원작에서 잠깐 나왔던 인물까지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드래곤볼을 보던 사람이라면 목록을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이름을 여럿 만나게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작품이라, 기계의 성능을 어떻게 쓸지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시기의 물건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는 2D 그림이고 배경만 입체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볼 Z 얼티메이트 배틀 22(Dragon Ball Z Ultimate Battle 22)는 원작의 인물들이 일대일로 맞붙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옆에서 본 화면에서 서로 때리고 막고, 기를 모아 필살기를 쏘아 승부를 냅니다.
화면 구성은 이 시리즈 특유의 방식을 따릅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면 화면이 둘로 갈라져 각자를 따로 보여 주고, 다시 붙으면 하나로 합쳐집니다. 이 덕분에 원작에서 멀리 떨어져 광선을 주고받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근접전과 원거리전
이 게임의 대전은 크게 두 국면으로 나뉩니다. 붙어서 주먹과 발을 주고받는 국면과, 떨어져서 기 공격을 던지는 국면입니다. 어느 쪽에서 싸울지를 정하는 것이 사실상 대전의 절반입니다.
붙어 있을 때는 짧은 연계를 넣고 상대를 날려 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크게 날려 보내면 거리가 벌어지고, 그 사이에 기를 모을 시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멀리 있을 때는 상대가 기를 채우기 전에 좁혀 들어가야 합니다. 계속 떨어져서 광선만 주고받으면 서로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되기 쉽습니다.
기와 필살기
기 게이지를 채워야 필살기가 나갑니다. 채우는 동안은 움직이지 못하니, 언제 모을지가 늘 고민거리입니다. 초보자는 이 판단이 서지 않아 상대에게 계속 붙잡히게 됩니다.
요령은 상대가 크게 날아간 직후, 혹은 상대도 모으기 시작한 순간을 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득 채우려 욕심내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짧게 끊어 모으는 편이 안전합니다. 절반만 채워도 쓸 수 있는 기술이 있고, 그 정도로도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합니다.
필살기 연출은 이 게임이 공을 들인 부분입니다. 에네르기파나 기뢰포가 나갈 때 화면이 크게 흔들리고 원작의 대사가 나옵니다. 맞히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가 앞선다는 평이 있을 정도입니다.
처음 잡는 사람에게
조작은 단순한 편입니다. 방향과 공격 버튼 몇 개면 대부분의 행동이 나옵니다. 복잡한 커맨드를 외울 필요가 없어서 격투 게임을 처음 해 보는 사람도 금방 붙습니다.
다만 판정과 움직임이 요즘 기준으로 뻣뻣합니다.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이 있으니, 정교한 대전을 기대하기보다 원작의 인물로 원작의 기술을 쏘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캐릭터 사이의 강약 차이도 큽니다. 어떤 인물은 필살기가 강력하고 어떤 인물은 눈에 띄게 약합니다. 여럿이 붙을 때는 서로 비슷한 급의 인물을 고르기로 정해 두면 판이 재미있어집니다.
시리즈 안에서
드래곤볼 격투 게임의 계보에서 이 작품은 초기에 놓입니다. 이후 시리즈가 3D로 넘어가고 조작이 다듬어지면서 이 작품의 아쉬운 점들은 대체로 해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스물두 명이라는 물량과, 화면이 갈라지며 원거리전을 표현하는 방식은 이때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드래곤볼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게임 이름만 들어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가는 몇 안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완성도를 따지기보다 익숙한 인물들을 화면에서 다시 만나는 반가움으로 잡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