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파이트
라이딩 파이트 (Riding Fight Ver 1 0o) · 1992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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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를 타고 달리면서 주먹을 쓰는 게임
대전 격투 게임이 오락실을 통째로 삼키던 시기에, 타이토는 조금 다른 물건을 내놓았습니다. 화면은 주인공의 등 뒤에서 앞을 바라보고 있고, 주인공은 땅을 딛고 서 있는 대신 보드 같은 것을 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상태로 앞을 막는 적을 주먹과 발로 때려 넘겨야 합니다. 달리기와 싸움을 한 화면에 억지로 붙여 놓은 셈인데, 그 어색함이 오히려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시작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눈이 바쁘다는 것입니다. 배경은 계속 앞으로 밀려오고, 적은 점처럼 작게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코앞까지 커집니다. 언제 피하고 언제 손을 뻗을지 판단할 시간이 길지 않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손이 닿기도 전에 부딪혀 나뒹구는 일이 반복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라이딩 파이트(Riding Fight)는 등 뒤 시점으로 코스를 달리며 앞을 막는 적을 처리하는 액션입니다. 이동은 좌우와 가속 정도로 단순하고, 공격은 주먹과 발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기본으로 계속 일어나므로, 실제로 신경 쓸 일은 어느 쪽으로 비켜설지와 언제 때릴지 두 가지입니다.
체력과 시간이 함께 줄어든다는 점이 이 게임의 성격을 정합니다. 적을 전부 상대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라고, 시간을 아끼려고 다 무시하고 달리면 뒤에서 따라붙은 적에게 계속 얻어맞습니다.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라서, 지금 이 구간에서 싸울지 지나칠지를 계속 고르게 됩니다.
달리기와 싸움 사이
가장 큰 손해는 장애물이나 벽에 부딪혀 넘어지는 것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나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적이 다시 붙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첫 목표는 적을 잘 때리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고 코스를 매끄럽게 통과하는 것입니다.
요령은 화면 멀리가 아니라 아래쪽 가까운 부분을 기준으로 좌우 위치를 잡는 것입니다. 멀리 있는 장애물의 좌우 위치는 원근 때문에 실제와 달라 보이기 때문에, 눈앞까지 온 다음에 피하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한 박자 미리 옆으로 붙어 두고 그대로 통과하는 습관이 붙으면 체감 난이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적이 여럿 나올 때는 한쪽으로 몰아 두고 차례로 상대하는 편이 낫습니다. 좌우로 갈라진 상태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양쪽에서 번갈아 맞기 때문에, 한쪽 끝에 붙어서 들어오는 순서대로 처리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폴리곤 이전 시대의 화면
이 시기 오락실 게임은 입체감을 흉내 내기 위해 그림을 크게 늘리고 줄이는 방식을 썼습니다.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그렸다가 가까워질수록 같은 그림을 확대해 보여 주는 식인데, 이 게임의 달리는 감각도 그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진짜 입체가 아니라서 옆으로 크게 도는 코스는 만들기 어렵지만, 정면으로 밀려드는 속도감만큼은 확실하게 나옵니다.
같은 시기에 여러 회사가 이 방식으로 달리는 게임을 만들었고, 대부분은 탈것을 몰거나 총을 쏘는 쪽이었습니다. 그 화면 문법 위에 맨몸 격투를 얹은 것이 이 게임의 특이한 점입니다. 잘 다듬어졌다기보다는 시도 자체가 흥미로운 쪽에 가깝습니다.
화면 안에서 사람 크기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만큼, 때리는 거리를 눈으로만 재기가 까다롭습니다. 적의 크기가 어느 정도가 되었을 때 손이 닿는지를 몇 번 부딪혀 가며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는데, 그 감각이 잡히는 순간부터 게임이 갑자기 쉬워집니다. 처음 열 판과 그 뒤가 확연히 다른 유형입니다.
흔치 않았던 게임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나온 시기가 대전 격투 게임이 기판 자리를 거의 다 가져가던 때였고, 한 대에 손님을 오래 붙잡아 두는 대전물에 비해 이런 실험적인 진행형 액션은 자리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해 보면 낯선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조작은 몇 분이면 익히지만, 달리면서 때린다는 리듬은 다른 게임에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오래 붙잡고 파고들 만한 깊이보다는, 한 번쯤 해 보고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고 웃게 되는 쪽의 즐거움을 주는 게임입니다.
난이도는 꾸준히 올라가기보다 특정 구간에서 갑자기 튑니다. 장애물이 촘촘하게 깔린 구간과 적이 여럿 겹쳐 나오는 구간이 겹치는 지점이 고비이고, 여기서 한 번 넘어지면 시간이 모자라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구간은 점수를 포기하고 싸움을 아예 걸지 않은 채 통과에만 집중하는 쪽이 결과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