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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레시아

라플레시아 (Rafflesia 315 5162) · 1986 · Co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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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꽃의 이름을 단 슈팅

라플레시아는 실제로 존재하는 식물입니다. 동남아시아 밀림에 피는, 지름이 1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꽃입니다. 잎도 줄기도 없이 꽃만 땅에 붙어 있고, 썩은 고기 냄새를 풍겨 파리를 부릅니다. 게임 제목으로 삼기에 이보다 기괴한 소재도 드뭅니다.

1986년 오락실 슈팅에 이런 이름이 붙는 건 그 시절 분위기를 보여 줍니다. 우주선과 외계인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개발사들은 남들과 다른 소재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생물, 신화, 식물, 곤충 같은 것들이 그렇게 슈팅 게임의 배경으로 끌려 들어왔습니다.

라플레시아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6)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라플레시아(Rafflesia)는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내 기체는 화면 아래쪽에 있고, 위에서 적이 계속 밀려옵니다. 스틱으로 상하좌우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쏘고 피하는 게 전부입니다. 고정 화면 슈팅과 달리 화면 전체를 쓸 수 있어서,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정해진 순서를 따릅니다. 잡졸이 정해진 대형으로 들어오고, 이걸 몇 무리 처리하면 큰 적이 나타납니다. 큰 적을 쓰러뜨리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고 다시 반복입니다. 중간중간 파워업 아이템이 떨어져서, 이걸 먹으면 탄이 굵어지거나 갈래가 늘어납니다.

이 시기 슈팅에서 파워업은 목숨과 직결됐습니다. 강화된 상태로는 술술 넘어가던 구간이, 한 번 죽어 초기 무기로 돌아가면 갑자기 지옥이 됩니다. 그래서 이 장르의 첫 번째 원칙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죽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세로 슈팅을 처음 잡으면 대개 화면 아래쪽 구석에 붙어서 위만 봅니다.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 나쁜 습관입니다. 구석에 있으면 피할 방향이 절반으로 줄고, 위에서 내려온 적이 아래까지 파고들어 뒤를 잡습니다. 화면 아래에서 3분의 1쯤 올라온 자리를 기본으로 삼고, 좌우로 여유를 두는 편이 훨씬 오래 삽니다.

두 번째 요령은 탄을 보는 방식입니다. 적이 쏜 탄 하나하나를 눈으로 좇으면 금방 정신이 없어집니다. 내 기체 주변의 좁은 범위만 집중해서 보고, 그 범위로 들어오는 것만 피하면 됩니다. 멀리 있는 탄은 아직 나와 상관이 없습니다. 익숙해지면 화면이 아무리 복잡해도 몸이 알아서 빈 곳을 찾아갑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큰 적이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화면이 갑자기 좁아지고 탄이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데, 이때는 욕심내서 정면에 붙지 말고 옆으로 비껴 서서 조금씩 깎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간이 더 걸려도 한 번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코어랜드라는 회사

코어랜드는 1980년대 일본에서 활동한 개발사입니다. 자기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다른 회사의 기판 위에 게임을 만들어 넘기는 일이 많았고, 그래서 실제로 만든 작품 수에 비해 이름은 덜 알려졌습니다. 이 시기 오락실 업계에는 이런 하청 성격의 개발사가 꽤 많았고, 그중 몇몇은 나중에 이름을 바꾸고 자기 브랜드로 자리를 잡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의 롬셋에 세가 계열 보호 칩 번호가 붙어 있는 것도 그런 관계를 보여 줍니다. 개발은 한 회사가 하고, 기판과 유통은 다른 회사가 맡는 구조가 흔했습니다. 그래서 옛날 오락실 게임은 만든 곳과 판 곳이 다른 경우가 많고, 지금 자료마다 제작사가 다르게 적혀 있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1986년의 슈팅 경쟁

1986년은 슈팅 게임이 가장 붐비던 해 중 하나입니다. 그라디우스가 만들어 놓은 파워업 체계가 널리 퍼졌고, 알타입이 나오기 직전이었으며, 오락실마다 슈팅 기계가 여러 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이 안에서 눈에 띄려면 기묘한 소재든 특이한 무기든 뭔가 하나는 달라야 했습니다.

그 경쟁을 통과하지 못한 게임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 작품도 그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브라우저에서 켜 보면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그때는 옆에 놓인 더 유명한 기계 때문에 밀렸을 뿐, 게임 자체로는 그 시절 슈팅의 재미를 온전히 갖고 있습니다. 한 판이 짧으니 부담 없이 잡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