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메이커
랜드 메이커 (Land Maker Ver 2 01j 1998 06 01) · 1998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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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쏘아 맞히는 퍼즐이라고 하면 대부분 같은 그림을 떠올립니다. 화면 위쪽에 매달린 덩어리를 아래에서 조준해 터뜨리는 방식 말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겉모습이 그것과 닮았으면서도 목적이 정반대입니다. 없애는 게 아니라 짓습니다. 같은 색 블록을 모으면 사라지는 대신 그 자리에 건물이 올라갑니다. 작게 모으면 작은 집이, 크게 모으면 큰 건물이 세워집니다. 퍼즐을 풀수록 화면에 마을이 자라나는 이 구조가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랜드 메이커(Land Maker)는 타이토가 1998년에 내놓은 대전형 퍼즐 게임입니다. 화면은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이고, 플레이어는 색이 있는 블록을 필드에 쏘아 보내 같은 색 블록끼리 사각형 모양으로 붙여야 합니다. 조건을 채우면 그 자리에 건물이 생기고, 건물이 생기면 상대 쪽에 부담이 넘어가는 식으로 승부가 갈립니다.
짓는 퍼즐이라는 발상
이 게임의 핵심 규칙은 같은 색 블록을 사각형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 더 큰 사각형까지 만들 수 있고, 크게 만들수록 그 자리에 서는 건물이 커지고 그만큼 성과도 큽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눈앞의 한 수를 처리하는 게임이 아니라, 몇 수 뒤에 큰 사각형이 완성되도록 자리를 잡아두는 게임이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긴장이 생깁니다. 작은 사각형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지만 얻는 게 적고, 큰 사각형은 성과가 크지만 완성될 때까지 필드에 블록을 쌓아두어야 합니다. 그동안 필드는 계속 좁아지고, 상대는 자기 판을 진행합니다. 언제 참고 언제 마무리할지를 정하는 이 판단이 실력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한 번 크게 완성하면 흐름이 통째로 넘어옵니다. 그래서 실력이 붙은 플레이어끼리 붙으면 서로 작은 것을 아끼면서 큰 판을 준비하다가, 한쪽이 먼저 터뜨리는 순간 승부가 급격히 기우는 전개가 자주 나옵니다.
낙하 퍼즐과 조준 퍼즐 사이
이 게임의 위치는 조금 애매하면서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블록을 쏘아 보내는 방식과 비스듬한 화면은 타이토가 이미 크게 성공시킨 조준형 퍼즐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플레이 감각은 같은 색을 모아 한꺼번에 터뜨리는 낙하형 대전 퍼즐 쪽에 더 가깝습니다.
낙하 퍼즐에서 중요한 것은 연쇄를 미리 설계해 두었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큰 사각형을 준비했다가 완성시키는 것도 결과적으로 같은 심리 구조를 만듭니다. 참는 쪽이 유리하지만 참다가 필드가 무너지면 그대로 끝난다는 점까지 닮았습니다.
다만 조준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 자체의 정확도도 요구됩니다. 원하는 자리에 블록을 정확히 보내지 못하면 설계가 어긋나고, 어긋난 블록 하나가 나중에 큰 사각형을 막는 방해물이 됩니다. 머리로 짜는 부분과 손으로 맞히는 부분이 함께 걸려 있는 셈입니다.
모드 구성과 혼자 하는 재미
이 게임에는 여러 방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조건에 맞게 풀어내는 퍼즐 방식, 둘이 붙어 누가 더 많이 짓고 더 많은 성과를 내는지 겨루는 대전 방식, 그리고 혼자 진행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퍼즐 방식은 여러 지역을 돌며 건물을 세워 그곳의 인구를 늘려간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대전이 부담스러운 분에게는 이쪽이 규칙을 익히기에 좋습니다. 정해진 상황을 반복해서 풀다 보면 어떤 배치가 큰 사각형으로 이어지는지 감이 잡힙니다.
혼자 익힌 뒤 대전으로 넘어가면 게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필드를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 필드에 특정 색이 쌓이기 시작하면 큰 것을 노리고 있다는 신호이고, 그때는 이쪽도 준비를 서두르거나 먼저 압박을 넣어야 합니다.
1998년 타이토와 이 게임의 자리
1990년대 후반 타이토는 대전형 퍼즐로 확실한 성과를 낸 회사였습니다. 이미 성공한 공식을 반복하는 대신 다른 형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입니다. 화면 구성은 익숙하게 가져가되 규칙의 방향은 뒤집은 셈입니다.
기판은 이 시기 타이토가 여러 작품에 쓰던 계열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이 기판은 화려한 배경과 부드러운 확대 축소를 다룰 수 있어서, 비스듬한 시점의 필드 위에 건물이 하나씩 올라가는 이 게임의 화면과 잘 맞았습니다.
다만 상업적으로 크게 퍼진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아케이드 발매가 일본 중심이었고, 국내 오락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이 무렵 한국 오락실은 대전 격투와 슈팅이 중심이었고, 퍼즐은 이미 자리를 잡은 몇몇 작품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새로 들어온 퍼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았습니다.
이후 가정용으로도 옮겨졌는데, 그 판에서는 화면 표현과 모드 구성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을 달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규칙 자체가 신선해서, 대전 퍼즐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한 번쯤 잡아볼 만한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