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앤 와일드
럭키 앤 와일드 (Lucky Wild Japan) · 1992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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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진짜 주인공은 화면이 아니라 기계 그 자체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는 자동차 좌석이 있고, 가운데에 핸들이 있고, 양쪽에 총이 하나씩 걸려 있습니다. 1번 자리에 앉은 사람은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다른 손으로 총을 쏘고, 2번 자리 사람은 운전 걱정 없이 총만 쏩니다. 형사 영화의 조수석 파트너가 되는 경험을 오락실 기계 하나로 옮겨 놓은 셈입니다.
럭키 앤 와일드(Lucky & Wild)는 자동차를 몰고 범죄 조직을 쫓으며 동시에 총을 쏘는 게임입니다. 운전과 사격을 한 화면에서 같이 하는 구조라, 레이싱이라고 하기도 건 슈팅이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남코 시스템 2 기판에서 돌아가고, 캐릭터는 운전과 사격을 함께 맡는 럭키와 사격만 맡는 와일드로 나뉩니다.
운전과 사격을 동시에
혼자 할 때가 이 게임의 진가입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총을 들어야 하니, 뇌가 둘로 갈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앞차를 피하려고 핸들을 꺾는 순간 조준선이 흔들리고, 조준에 집중하면 차가 벽으로 갑니다. 이 어색함을 감당하는 것 자체가 게임의 핵심 재미입니다.
요령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도로가 곧게 뻗은 구간에서 몰아 쏘고, 커브나 장애물이 몰린 구간에서는 사격을 잠깐 접고 운전에 집중하는 식으로 번갈아 갑니다. 계속 쏘려고 하면 결국 둘 다 놓칩니다.
둘이 앉으면 부담이 나뉩니다. 1번은 운전을 우선하고 2번이 화면 정리를 맡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갈립니다. 그런데 서로 어디를 맡을지 말을 맞추지 않으면 같은 표적에 둘이 몰리고 반대편이 텅 빕니다. 옆 사람과 소리를 주고받게 되는 게임이라, 오락실이라는 공간과 아주 잘 맞았습니다.
무엇을 쫓는가
각 스테이지는 수배된 범죄자 하나를 쫓는 형태로 짜여 있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목표까지 도달해야 하고, 도중에 검은 차를 탄 조직원들이 계속 달려듭니다. 이들을 쏴서 부수면 시간이나 상황에 여유가 생기니, 무시하고 달리기만 해서는 오히려 손해입니다.
스테이지 끝에는 그 범죄자와의 대결이 기다립니다. 여기서는 운전 비중이 줄고 사격 비중이 커지는데, 정면으로 계속 쏘는 것보다 상대가 공격을 준비하는 순간의 빈틈을 노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총에도 재장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탄을 다 쓰고 빈손으로 얻어맞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출이 시종 유쾌합니다. 두 주인공의 대사가 만화처럼 끼어들고, 차가 터지고 사람이 날아가는 장면도 심각하지 않게 처리됩니다. 같은 시기 건 슈팅들이 진지한 분위기로 갈 때, 이 게임은 코미디 액션 영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남코와 그 시절의 대형 기계
1990년대 초 오락실은 큰 기계 싸움이었습니다. 앉는 자리와 조종 장치를 통째로 만들어 게임 하나를 위한 전용 기계를 내놓는 것이 흐름이었고, 남코도 여기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럭키 앤 와일드의 자동차 좌석 캐비닛은 그 흐름 안에서도 눈에 띄는 물건이었습니다.
달려 있는 총은 화면을 직접 읽는 광선총이 아니라 조준 위치를 잡는 방식의 장치입니다. 그래서 조준 감각이 순수한 광선총 게임과 조금 다르고, 익숙해지는 데 몇 판이 걸립니다. 대신 총을 들고 운전대를 함께 쓰는 이 구성 자체가 다른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기계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값도 비싸서 큰 오락실 아니면 들이기 어려웠고, 들어와도 대개 한 대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앉아 본 사람은 훨씬 적은, 그런 종류의 게임입니다.
지금 다시 하면
원래 기계의 좌석과 총이 없으니 그 감각이 온전히 재현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운전과 사격을 한 화면에서 같이 처리해야 하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 게임이 무엇을 노렸는지는 충분히 전해집니다. 정신없이 바쁜데 그 바쁨이 즐거운, 흔치 않은 종류의 게임입니다.
이후 이런 형태의 하이브리드 게임은 자주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들기도 까다롭고 전용 기계 없이는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럭키 앤 와일드는 후속작 없이 그 자리에 홀로 남았고, 오락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런 게임이 있었다는 식으로 회자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