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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호크

스태거 I (Stagger I Japan) · 1998 · Af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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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만든 아케이드 슈팅이 중국을 거쳐 아시아 곳곳에 퍼진 일이 있습니다. 정품보다 복제 기판이 더 많이 돌아다녔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널리 깔렸고, 만든 회사는 만 대 넘게 내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게임이 이 작품입니다.

레드 호크(Stagger I)는 아페가가 1990년대 후반에 내놓은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국내에는 레드 호크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일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는 스태거 I이라는 제목으로 돌았습니다. 전투기를 골라 위에서 내려오는 적 편대를 정리하며 올라가고, 스테이지 끝에서 보스를 잡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정통 구성입니다. 스테이지는 여덟 개입니다.

레드 호크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8)

네 대의 전투기

시작하면 토네이도, P38, 슈퍼스타, 레드 호크 네 대 중 하나를 고릅니다. 기체마다 기본 탄의 퍼짐과 화력, 그리고 특수 공격의 성격이 다릅니다. 아이템을 먹을수록 기본 무기가 층층이 강해지는데, 이 게임은 그 성장 폭이 꽤 커서 파워업이 붙은 상태와 아닌 상태의 체감 차이가 큽니다.

기체를 처음 고를 때는 탄이 넓게 퍼지는 쪽을 권합니다. 이 게임은 잡졸이 여러 방향에서 흩어져 들어오는 배치가 많아서, 화력이 한 줄로만 나가면 좌우에서 새는 적을 처리하지 못해 금방 몰립니다. 익숙해진 뒤에 보스를 빨리 녹이고 싶어지면 그때 집중형 기체로 옮기면 됩니다.

차지와 폭탄, 두 종류의 큰 기술

이 게임의 인상을 만드는 건 화면을 통째로 뒤덮는 특수 공격입니다. 버튼을 눌러 모았다가 놓으면 화면 가득 터지는 큰 기술이 나가는데, 여기에 더해 별도의 폭탄까지 따로 있습니다. 큰 기술이 두 종류인 셈이라,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단이 넉넉합니다.

이 구조 덕에 초보자도 꽤 멀리 갑니다. 도저히 못 피하겠다 싶으면 차지 공격을 놓고, 그래도 안 되면 폭탄을 쓰면 됩니다. 다만 차지는 모으는 동안 사격이 멎기 때문에, 적이 몰려오는 한가운데서 모으기 시작하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편대가 한 차례 지나간 뒤의 잠깐 빈 시간에 미리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놓는 식으로 쓰는 게 정석입니다.

어디서 어려워지는가

앞쪽 스테이지는 편안합니다. 적기 수가 적고 탄 속도도 느려서 파워업만 잘 챙기면 무리 없이 넘어갑니다. 문제는 중반을 지나면서부터입니다. 화면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오는 적, 옆에서 스치듯 들어오는 적이 섞이면서 위쪽만 보고 있던 시야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런 시기 슈팅이 대체로 그렇듯 죽으면 화력이 초기화됩니다. 후반 스테이지에서 파워업이 다 빠진 채로 다시 시작하면 사실상 복구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후반에는 잔기를 아끼는 것보다 폭탄을 아끼지 않는 쪽이 훨씬 이득입니다. 폭탄 한 발을 아끼고 죽으면 그 뒤 스테이지 전체를 잃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보스전에서는 패턴이 바뀌는 순간을 조심해야 합니다.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공격이 거칠어지는 구성이 많은데, 그 전환 시점에 화력을 몰아넣어 짧게 끝내는 게 안전합니다. 차지 공격을 보스 등장 전에 미리 채워 두는 습관이 여기서 크게 도움이 됩니다.

아페가와 그 시절 국내 개발사

아페가는 1990년대 후반 한국 아케이드 기판을 만들던 회사입니다. 이 시기 국내에는 아케이드 기판을 직접 만드는 개발사가 여럿 있었습니다. 일본 대작 기판을 들여오려면 비용이 컸기 때문에, 비슷한 재미를 더 싼값에 공급하는 국산 기판에 수요가 있었습니다.

레드 호크는 그 흐름 안에서 아페가가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입니다. 화면 가득한 특수 공격과 큼직한 보스, 시원한 폭발 연출로 손님을 끌기 좋은 게임이었고, 그래서 복제판까지 활발히 돌았습니다. 아페가는 이후에도 세로 슈팅을 여러 편 내놓으며 이 게임의 골격을 다듬어 갔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레드 호크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합니다. 동네 오락실과 문방구 앞 기계에 잘 어울리는 게임이었습니다. 조작이 단순하고, 큰 기술이 넉넉해서 처음 하는 사람도 몇 스테이지는 넘어갔으며, 화면이 화려해서 옆에서 구경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이 게임의 성격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정교한 탄 피하기를 요구하는 쪽이 아니라, 화력과 큰 기술로 밀어붙이는 시원함에 무게를 둔 슈팅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한 판에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를 잘 읽어 낸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