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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실크로드

레전드 오브 실크로드 (The Legend of Silkroad) · 1999 · U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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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가는 한국산 벨트스크롤

1999년이면 오락실 벨트스크롤 액션이 이미 한물간 장르로 여겨지던 때입니다. 대전 격투와 3D 게임이 자리를 차지하고, 좌우로 걸어가며 적을 때려눕히는 게임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한국 회사가 실크로드를 무대로 삼은 벨트스크롤을 내놓았습니다. 등장인물부터가 눈에 띕니다. 고구려에서 온 무사, 중국에서 온 인물, 몽골에서 온 인물이 나란히 서서 대륙을 가로지릅니다.

동아시아의 옛 교역로를 배경으로 한 액션 게임 자체가 흔치 않고, 국내 제작사가 이 규모의 벨트스크롤을 만든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완성도와 별개로 한 번쯤 짚고 넘어갈 자리에 있습니다.

레전드 오브 실크로드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어떤 게임인가

레전드 오브 실크로드(The Legend of Silkroad)는 좌우로 진행하는 2D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세 인물 가운데 하나를 골라 화면을 걸어가며 몰려드는 적을 때려눕히고, 구간 끝에서 기다리는 강한 적을 상대합니다. 조작은 레버와 버튼 세 개이고, 두 사람이 함께 붙어 협력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캐릭터마다 여러 갈래의 공격 기술을 쓸 수 있고, 여기에 마법 공격이 따로 있습니다. 길에서 얻는 회복 아이템으로 체력을 채우고, 마법석을 모아 서로 다른 마법을 쓰는 식입니다. 통상적인 벨트스크롤이 체력을 깎아 가며 필살기를 쓰게 만드는 데 비해, 이 게임은 마법석이라는 별도의 자원을 두어 화려한 기술을 좀 더 자주 꺼낼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레전드 오브 실크로드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9)

캐릭터 고르기

세 인물은 사거리와 속도, 한 방의 무게가 서로 다릅니다. 벨트스크롤의 정석대로, 발이 빠르고 잡기가 편한 쪽은 초보자가 다루기 쉽고, 한 방이 무거운 쪽은 여럿에게 둘러싸였을 때 밀어내는 힘이 좋습니다. 혼자 할 때는 안정적으로 치고 빠지기 쉬운 쪽이 유리하고, 둘이 붙을 때는 성격이 다른 둘을 골라 역할을 나누는 편이 재미있습니다.

기술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서,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기술을 주력으로 쓰느냐에 따라 진행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속 공격만으로도 초반 구간을 넘길 수 있지만, 적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넘어뜨리는 기술과 띄우는 기술을 섞어 쓰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벨트스크롤을 잘 하는 법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아래 축을 쓰는 감각입니다. 벨트스크롤은 화면에 깊이가 있어서, 적과 같은 줄에 서지 않으면 서로의 공격이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좌우로 도망치는 것보다, 위아래로 한 칸 비켜서서 상대의 줄을 벗어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초보자는 대개 좌우로만 움직이다가 앞뒤로 협공을 당합니다.

둘째는 둘러싸이지 않는 자리 잡기입니다. 화면 가운데에서 싸우면 좌우 양쪽에서 적이 붙습니다. 되도록 한쪽 끝을 등지고 서서, 적이 한 방향에서만 오도록 만들어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셋째는 마법 자원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남겨 둔 채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체력이 위험하거나 적이 몰린 순간에는 망설이지 말고 쓰는 편이 낫습니다.

난이도와 막히는 구간

이 게임은 적이 꽤 많이 나오고, 화면에 동시에 등장하는 수도 적지 않습니다. 처음 해 보면 초반부터 체력이 빠르게 깎이는데, 대개 원인은 공격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데 있습니다. 연속 공격을 끝까지 넣는 동안 옆의 적이 그대로 때립니다. 두세 번 치고 물러났다가 다시 붙는 식으로 끊어 치면 맞는 횟수가 크게 줍니다.

구간 끝의 강한 적은 일반 적과 달리 맞고도 밀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대에게는 정면에서 계속 때리는 방식이 통하지 않고, 위아래로 돌아 옆구리를 노리거나 기술로 넘어뜨린 뒤 다시 붙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이 함께 하면 한 사람이 주의를 끌고 다른 사람이 뒤를 치는 식으로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 시절과 이 게임의 자리

이 게임이 나오던 무렵 국내 오락실은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 그리고 대형 체감형 기계가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벨트스크롤은 이미 유행이 지난 장르였고, 그래서 이 게임을 실제 오락실에서 만나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놓여 있더라도 대개 구석 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다시 보면, 큼직하게 그린 캐릭터와 동아시아 배경의 무대 연출은 눈에 남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배경 일색이던 이 장르에서 사막과 초원, 성곽을 배경으로 삼은 것만으로도 인상이 다릅니다. 국내 제작사가 마지막 세대의 벨트스크롤을 어떻게 만들려 했는지 보여 주는 기록으로서 값이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