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러너 (아타리)
로드 러너 (Road Runner REV 2) · 1985 · Atari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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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를 쏜살같이 달리는 새와, 그 새를 잡으려다 늘 낭패를 보는 코요테. 그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결말을 압니다. 코요테는 절대로 새를 잡지 못합니다. 이 게임은 그 관계를 그대로 규칙으로 옮겨놓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새가 되어 달리고, 코요테는 끝까지 쫓아옵니다.
로드 러너(Road Runner)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오른쪽으로 계속 흐르고, 주인공 새는 길 위를 달리며 흩어진 새 모이를 주워 먹습니다. 뒤에서는 코요테가 따라붙고, 앞에서는 트럭과 지뢰와 절벽이 나옵니다. 잡히거나 부딪히면 목숨이 하나 사라집니다.
새 모이를 먹어야 하는 이유
이 게임의 핵심 규칙은 먹이입니다. 길에 뿌려진 새 모이를 일정 시간마다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져 속도가 떨어지고, 결국 코요테에게 잡힙니다. 즉 먹이는 점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살아 있기 위한 필수 행동입니다.
그런데 먹이는 대개 위험한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트럭이 지나가는 차선 한가운데나 절벽 가장자리처럼, 그냥 지나가면 안전한데 먹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위치입니다. 그래서 매 순간 먹을지 지나칠지를 판단해야 하고, 이 선택의 연속이 게임 전체의 긴장을 만듭니다.
코요테는 화면 뒤에서 계속 따라옵니다. 잠깐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금세 따라붙고, 화면 안으로 들어오면 압박이 확 커집니다. 반대로 잘 달리고 있으면 코요테가 화면 밖으로 밀려나 여유가 생기는데, 그때가 위험한 먹이를 챙길 기회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먹이를 무시하고 달리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안전하게 달리면 당장은 편하지만 곧 속도가 떨어지고, 그때는 이미 코요테가 코앞입니다. 조금 위험해 보여도 정기적으로 먹이를 챙기는 것이 결국 오래 사는 길입니다.
두 번째는 트럭입니다. 도로 구간에서는 차가 양쪽에서 오고, 차선을 옮기다가 정면으로 받히는 경우가 잦습니다. 차선 하나를 정해 그 위에 붙어 달리다가, 차가 다가올 때만 최소한으로 옮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속 좌우로 흔들면 결국 어느 차선에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절벽입니다. 길이 끊긴 구간에서는 속도가 붙어 있어야 건너갈 수 있는데, 앞에서 속도를 줄이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절벽이 보이면 오히려 가속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직관과 반대라, 처음에는 여기서 목숨을 많이 잃습니다.
아타리의 만화 원작 게임
이 게임을 만든 곳은 미국 오락실 업계를 대표하던 회사입니다. 이 시기 미국 오락실은 일본산 게임에 점점 자리를 내주고 있었고, 미국 회사들은 자국에서 잘 통하는 소재를 찾았습니다. 널리 알려진 만화 캐릭터를 쓰는 것은 그런 전략 중 하나였고, 이 작품은 화면을 원작 만화의 색감과 움직임에 가깝게 맞추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표정, 코요테가 실패할 때의 연출 등이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고 화면만 봐도 어느 만화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그 자체가 기계 앞에 사람을 세우는 요소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
국내 오락실에는 이런 미국산 기계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국내에 들어온 것은 대부분 일본산이었고, 미국 회사의 작품은 몇몇 대작 정도를 빼면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원작 만화 자체는 텔레비전을 통해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이 오락실 게임으로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지금 해보면 오히려 그 낯섦이 재미있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산 게임과 화면을 만드는 방식이 뚜렷하게 다르고, 규칙을 짜는 감각도 다릅니다. 계속 먹어야 살 수 있다는 하나의 규칙으로 게임 전체를 굴리는 방식은 지금 봐도 깔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