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대 터미네이터 슈퍼패미컴판
로보캅 대 터미네이터 (Robocop Versus the Terminator Europe) · 1993 · Vir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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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콘을 한 화면에
제목만 보고도 무슨 생각으로 만든 게임인지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영화의 두 얼굴, 로보캅과 터미네이터를 한자리에 세운 것입니다. 실제로 이 조합은 만화로 먼저 나왔고, 게임은 그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진행하다 보면 낯익은 실루엣이 계속 나옵니다. 붉은 눈의 해골 로봇이 떼로 걸어 나오고, 하늘에는 사냥용 비행체가 떠다닙니다. 로보캅 쪽 세계에서 시작해 점점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로 넘어가는 구성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화면이 삭막해집니다.
어떤 게임인가
로보캅 대 터미네이터(RoboCop Versus The Terminator)는 로보캅을 조종해 스테이지를 옆으로 나아가며 적을 쏘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걸어가며 쏘고, 사다리를 오르고, 발판을 건너뛰면서 각 구역의 끝에 있는 강한 적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조작은 단순하지만 총구 방향을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어서, 높은 곳의 적과 낮은 곳의 적을 나눠 처리해야 합니다. 로보캅답게 움직임은 묵직하고, 뛰어서 화려하게 피하기보다는 자리를 지키며 쏘는 쪽이 어울립니다.
주우는 재미가 있는 무기
이 게임의 큰 재미는 무기입니다. 쓰러뜨린 적이 흘리는 것을 주우면 총이 바뀝니다. 기본 권총에서 시작해 연사가 빠른 기관총, 넓게 퍼지는 산탄, 폭발하는 유탄, 화면을 가로지르는 광선 무기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무기마다 탄이 따로 있어서 아껴 쓰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잔챙이는 기본 무기로 정리하고 강한 무기는 보스나 몰려나오는 구간에 남겨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또 무기를 새로 주우면 들고 있던 것이 바뀌는 구조라, 좋은 무기를 쓰고 있을 때는 아이템을 일부러 밟지 않고 지나치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살벌한 화면과 난이도
이 게임은 표현이 꽤 거칩니다. 적이 맞으면 그대로 흩어지고, 배경에는 뼈와 잔해가 깔려 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결과입니다. 같은 게임이 다른 기종으로도 나왔는데, 기종마다 화면 구성과 스테이지가 달라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난이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적이 화면 양쪽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체력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서, 무작정 전진하면 금세 체력이 바닥납니다. 새 화면으로 넘어갈 때 한 걸음만 내디디고 적 배치를 확인한 뒤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후반의 주역이 바뀐다
진행하다 보면 무대가 로보캅이 있던 도시에서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로 넘어갑니다. 배경이 바뀌면서 상대해야 하는 적도 인간 갱단에서 금속 골격의 기계들로 바뀌고, 요구되는 대응도 달라집니다.
이 흐름 덕분에 게임 전체가 지루하지 않게 이어집니다. 두 영화의 세계를 억지로 붙인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무대가 자연스럽게 옮겨 가면서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두 이름값 때문에 호기심으로 잡았다가 의외로 끝까지 붙잡고 있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