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2 패미컴판
로보캅 2 (Robocop 2 Europe) · 1992 ·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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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게임이 더 험했던 로보캅
로보캅은 1편 영화가 나온 뒤 온갖 기종으로 게임이 쏟아졌고, 2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중 패미컴판은 유난히 사나운 물건으로 기억됩니다. 주인공이 강철 경찰인데도 총알 몇 발이면 쓰러지고, 걸음은 무겁고, 적은 화면 양쪽에서 끊임없이 나옵니다.
이 무거움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몇 판 하다 보면 이 게임이 요구하는 것이 순발력이 아니라 자리 잡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아무 데서나 뛰어들면 죽고, 좋은 위치를 먼저 차지한 뒤 오는 적을 처리하면 살아남습니다. 로보캅이라는 캐릭터의 특성과 조작감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로보캅 2(RoboCop 2)는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슈팅입니다. 로보캅이 되어 디트로이트의 거리와 건물을 돌며 마약 조직과 범죄자들을 정리하고, 스테이지 끝에서 보스와 맞붙습니다.
기본 조작은 이동, 점프, 사격입니다. 총은 무한이지만 연사가 빠르지 않아 함부로 쏘면 다음 발이 나올 때까지 무방비가 됩니다. 앉아서 쏘기, 서서 쏘기를 구분해 적의 높이에 맞춰야 하고, 스테이지에서 얻는 강화 무기를 확보하면 화력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액션 사이사이에 다른 형식의 화면이 끼어듭니다. 폭탄을 해체하거나 조각을 맞추는 식의 미니게임이 시간 제한을 걸고 등장하는데, 여기서 실패하면 손해를 봅니다. 계속 쏘기만 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쓰라고 하니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몇 번 보면 요구하는 것이 정해져 있어 적응은 빠릅니다.
어디서 죽는가
이 게임에서 가장 자주 죽는 이유는 무리한 전진입니다. 화면 오른쪽 끝에서 적이 나타나는 구조라,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적이 나타나자마자 사거리 안에 들어가 버립니다. 반대로 화면 왼쪽에 붙어 천천히 밀고 나가면 적이 나타난 뒤 접근하는 동안 몇 발을 미리 꽂아 넣을 수 있습니다.
점프의 판정도 조심할 대목입니다. 로보캅은 무겁게 뛰기 때문에 공중에서 방향을 크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뛰어넘어야 할 지점을 눈으로 확인한 뒤 도약 위치를 정하고, 뛰는 도중에는 손을 대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아래가 뚫린 구간에서 급하게 뛰다 떨어지는 사고가 흔합니다.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부담입니다. 앞 스테이지에서 잔 데미지를 많이 받으면 보스 앞에서 체력이 바닥나 있기 마련이라, 초반 구간에서 대충 맞으며 지나가는 습관은 결국 뒤에서 대가를 치릅니다. 지루하더라도 앞에서 아끼는 것이 클리어의 지름길입니다.
보스전의 요령
보스는 화면을 크게 차지하고, 대체로 정해진 순서로 움직입니다. 무작정 붙어서 쏘면 접촉 데미지와 원거리 공격을 함께 맞고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안전한 거리를 찾아 그 자리를 유지하면서, 공격이 끝난 직후의 짧은 틈에만 사격하는 방식이 정석입니다.
한 번에 잡으려 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시절의 액션 게임은 대체로 첫 시도에 보스 패턴을 파악하고, 두세 번째 시도에서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만난 보스에게 죽었다고 조작이 나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움직임의 주기를 세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만든 곳과 시절 사정
로보캅 게임들은 영화 라이선스를 받아 여러 회사가 기종별로 나눠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제목을 달고 있어도 오락실판과 가정용판, 그리고 유럽 컴퓨터판이 서로 완전히 다른 게임인 경우가 흔합니다. 패미컴판 역시 오락실 로보캅 2와는 별개의 물건입니다.
당시 영화 원작 게임은 개봉 일정에 맞춰 짧은 기간에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나온 결과물이 대체로 거친 편이었고, 이 게임도 난이도 조정이나 조작 반응에서 그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원작의 분위기를 옮기려는 시도 자체는 화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어두운 도시, 무장한 범죄자, 뒤에 버티고 선 거대한 기계와의 대결이라는 구성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곧바로 알아봅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한국에서는 영화 로보캅의 인기가 상당했기 때문에, 게임 쪽으로도 이름값이 통했습니다. 복사 카트리지 모음집에서 제목만 보고 골랐다가 난이도에 놀라 금방 내려놓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도 로보캅이 되어 걸어 나가는 첫 화면의 인상은 강했습니다. 육중한 발소리에 맞춰 화면이 흘러가고, 총 한 발이 묵직하게 나가는 그 느낌 때문에 잘 안 되면서도 계속 다시 켰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때도 그 무게감을 기대하고 잡으면 실망하지 않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