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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 & 스티치

릴로 & 스티치 (Lilo Stitch Trouble in Paradise) · 2002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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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둘의 성격이 정반대인데, 게임도 그대로 둘로 갈립니다. 소녀 릴로는 힘이 없는 대신 요령으로 넘어가고, 외계 생물 스티치는 그냥 부수며 지나갑니다. 특히 스티치 쪽이 재미있습니다. 커피를 스무 잔쯤 들이켜 게이지를 채우면 몸을 말아 굴러가며 앞을 막는 것들을 밀어 버립니다. 어린이용 영화 게임에 카페인으로 폭주하는 주인공이 들어 있다는 점이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릴로 & 스티치(Lilo & Stitch Trouble in Paradise)는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액션 플랫폼 게임입니다. 하와이를 무대로 발판을 뛰어 건너고, 길을 막는 적을 처리하고, 흩어진 물건을 모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스테이지에 따라 릴로를 조작하기도 하고 스티치를 조작하기도 하는데, 둘의 성능 차이가 그대로 그 판의 성격이 됩니다.

릴로 & 스티치 플랫폼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2)

두 주인공, 두 가지 진행 방식

릴로로 진행할 때는 정면 승부가 어렵습니다. 적을 때려눕히기보다 피하고 돌아가는 쪽이 안전하고, 발판을 정확히 밟는 조작이 더 중요해집니다. 특별한 도구를 손에 넣으면 하늘에서 무언가를 불러 적을 눌러 버리는 식으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지만, 기본은 조심스러운 진행입니다.

스티치는 반대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게이지를 채워 굴러가는 상태가 되면 잠깐이지만 대부분의 방해물을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어서, 막히던 구간이 한 번에 뚫립니다. 다만 굴러가는 동안은 방향을 세밀하게 다루기 어려우니, 낭떠러지가 있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캐릭터가 바뀔 때마다 머릿속을 갈아 끼워야 합니다. 스티치의 감각으로 릴로를 몰면 계속 죽고, 릴로의 조심성으로 스티치를 몰면 진행이 답답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발판 사이를 건너뛰다 떨어지는 것입니다. 화면이 옆으로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착지할 발판이 보이기 전에 뛰어 버리기 쉽습니다. 요령은 뛰기 전에 캐릭터를 발판 끝까지 붙여 세우고 앞을 한 번 확인하는 것입니다. 급할 것이 없는 구간에서는 이 한 박자가 목숨을 지켜 줍니다.

적을 만났을 때도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대부분의 적은 정해진 구간을 왔다 갔다 하므로, 잠깐 서서 움직임을 보면 지나갈 틈이 보입니다. 특히 좁은 발판 위에 적이 있을 때는 싸우다 밀려 떨어지는 일이 잦으니, 넓은 자리로 유인한 뒤 처리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모으는 물건도 챙길 만합니다. 굳이 다 모으지 않아도 진행은 되지만, 스티치의 게이지처럼 특수 상태로 이어지는 것들은 어려운 구간 직전에 모아 두면 그 구간을 통째로 건너뛰는 셈이 됩니다.

영화를 게임으로 만들던 시절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큰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올 때마다 같은 이름의 게임이 따라 나왔습니다. 영화 개봉에 맞춰야 하니 개발 기간이 짧았고, 그래서 완성도가 들쭉날쭉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평가가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작감과 난이도 조절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다만 원작의 분위기를 옮기는 일에는 나름대로 공을 들였습니다. 하와이의 밝은 색감과 두 주인공의 성격 차이를 게임 규칙 안에 넣으려 한 흔적이 있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붙잡고 할 이유가 됩니다.

이 시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이미 다음 세대 기기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영화 연동 게임이 계속 나온 것은, 보급된 기기 수가 워낙 많아 어린이 대상 게임을 팔기에는 여전히 가장 넓은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어떻게 접했나

국내에서는 영화 쪽이 먼저 알려졌습니다. 스티치라는 캐릭터가 인형과 문구류로 퍼지면서 이름값이 생겼고, 게임은 그 뒤를 따라온 쪽입니다. 정식 유통보다는 여러 게임이 담긴 복사 시디를 통해 접한 경우가 많았고,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아 화면의 설명을 읽기보다 손으로 부딪쳐 가며 익히는 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게임은 깊이 파고든 사람보다, 캐릭터가 좋아서 한두 판 해 보고 넘긴 사람이 많은 부류에 속합니다. 지금 다시 하면 짧은 시간에 그 시절 영화 연동 게임이 어떤 물건이었는지 확인하기에 적당한 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