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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매드니스

마블 매드니스 (Marble Madness USA) · 1989 · Milton Brad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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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구슬 하나로 만든 입체 미로

화면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되 정면이 아니라 45도쯤 틀어 놓은 시점인데, 그 덕에 평면 화면인데도 높낮이가 보입니다. 경사로가 있고, 낭떠러지가 있고, 좁은 다리가 있습니다. 그 위를 구슬 하나가 굴러갑니다.

이 시점은 그 시절에 아주 낯선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옆에서 보거나 위에서 곧게 내려다보던 때에, 이 게임은 비스듬한 각도로 세상을 보여 주면서 굴러가는 관성까지 표현했습니다. 화면만 봐도 이 게임이 무엇을 노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블 매드니스 플랫폼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9)

어떤 게임인가

마블 매드니스(Marble Madness)는 구슬을 조종해 코스 끝의 결승점까지 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방향키뿐이고 점프도 공격도 없습니다. 방향키를 누르면 구슬이 그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하고, 손을 떼도 관성 때문에 한동안 계속 굴러갑니다.

각 코스에는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시간 안에 도착하면 남은 시간이 다음 코스로 넘어가고, 못 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조심스럽게 가는 것과 빠르게 가는 것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코스는 여섯 개 남짓이고 하나하나가 짧습니다. 대신 밀도가 높습니다. 낭떠러지 옆을 지나는 좁은 길, 구슬을 밀어내려는 방해물, 기울어진 바닥 같은 것들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어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마블 매드니스 플랫폼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9)

관성이라는 진짜 상대

이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적이 아니라 물리입니다. 구슬은 즉시 멈추지 않습니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밀면 가속이 붙고, 멈추려면 반대 방향을 눌러 감속해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를 너무 오래 누르면 이번에는 반대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좁은 다리 위에서 이 문제가 극대화됩니다. 다리 폭이 구슬 두 개 정도라,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옆으로 떨어집니다. 요령은 다리 앞에서 일단 속도를 완전히 죽이고, 방향키를 짧게 톡톡 끊어 누르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입니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떨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오는 것보다 빠릅니다.

경사로는 반대로 이용해야 합니다. 내리막에서는 방향키를 놓아도 알아서 굴러가므로, 그 시간에 다음 방향을 준비합니다. 오르막에서는 미리 속도를 붙여 두지 않으면 중간에 도로 밀려 내려옵니다. 지형을 읽고 미리 대비하는 게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코스별로 달라지는 성격

초반 코스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길이 넓고 방해물도 적어서 관성에 손을 맞춰 보는 구간입니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남겨 두어야 뒤가 편합니다.

중반부터는 성격이 확 바뀝니다. 구슬을 잡아먹으려 드는 것, 길에 기름처럼 발라져 미끄러지는 구간, 바닥이 물결처럼 출렁이는 구간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특히 미끄러운 구간에서는 평소 감각이 전혀 통하지 않아서, 방향키를 거의 누르지 않고 흐름에 맡기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살짝 개입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후반 코스는 길 자체가 함정입니다. 곧게 보이는 길이 실은 낭떠러지로 이어지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정답인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떨어지면서 지도를 외우게 되고, 외우고 나면 시간 안에 도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둘이 함께 굴리면

이 게임은 두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같은 화면에서 각자 구슬을 굴리는데, 서로 부딪혀 상대를 낭떠러지로 밀어낼 수 있습니다. 협력해서 나아가는 척하다가 다리 위에서 슬쩍 미는 것이 이 게임의 진짜 재미입니다.

원래는 오락실용으로 나온 작품이고, 트랙볼이라는 둥근 공을 손바닥으로 굴리는 장치로 조종했습니다. 구슬을 굴린다는 감각이 그 장치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패미컴판은 방향키로 바꿔야 했기 때문에 그 감각을 그대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관성과 코스 설계는 잘 살렸습니다.

국내에서는 오락실에서 원판을 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복사팩으로 이 패미컴판을 접한 사람이 있었고, 화면이 비스듬한 게임이라 첫인상이 강해서 이름은 몰라도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이 까다롭지만, 그 까다로움 자체가 이 게임의 내용이라는 걸 몇 판 만에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