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세이버
메탈 세이버 (Metal Saver) · 1994 · First Amusement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한국에서 만든 오락실 기판
1990년대 중반 한국에도 오락실 기판을 직접 만들던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 시절 국내 업체가 만든 기판이 동네 오락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은 드물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국내 개발사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본 대형 회사들이 이미 십수 년치 기술을 쌓아 둔 시장에 뒤늦게 들어가야 했고, 자본도 인력도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완성해 내놓은 기판이라는 점을 알고 보면, 화면에 보이는 것들이 조금 달리 느껴집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메탈 세이버(Metal Saver)는 옆에서 본 화면에서 캐릭터를 조작해 달리고 뛰며 앞으로 나아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흔히 횡스크롤 액션이라고 부르는 형식으로, 발판을 건너뛰고 적을 피하거나 처치하면서 구간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작은 조이스틱으로 좌우 이동, 버튼으로 점프와 공격입니다. 이 장르는 조작을 설명할 것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그 단순한 조작을 얼마나 정확한 순간에 쓰느냐가 전부입니다. 뛰어야 할 자리에서 반 박자 늦으면 아래로 떨어지고, 공격을 반 박자 일찍 내면 적에게 닿지 않습니다.
두 명이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식에서 둘이 붙으면 난이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한 명이 죽어도 다른 한 명이 진행을 이어 갈 수 있고, 어려운 구간에서 번갈아 부담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횡스크롤 액션에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는 곳은 적이 아니라 구멍입니다. 적에게 맞아 죽는 것은 체력이 있으면 몇 번 버틸 수 있지만, 발판 사이로 떨어지면 그대로 끝입니다. 그래서 이 장르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해 줄 첫 번째 조언은 점프하기 전에 착지할 자리를 먼저 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흔한 죽음은 서두름입니다. 화면이 앞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있어서 계속 달리고 싶어지는데, 대부분의 구간은 멈춰 서서 적의 움직임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적이 왔다 갔다 하는 주기를 한 번만 지켜봐도 지나갈 틈이 보입니다.
세 번째는 점프 중의 판단입니다. 이 시기 액션 게임은 대체로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 폭이 좁습니다. 뛰어오른 뒤에 고쳐 잡으려 해도 잘 되지 않으니, 뛰기 전에 방향과 거리를 정해 두어야 합니다. 요즘 게임의 관대한 공중 조작에 익숙한 손일수록 이 부분에서 애를 먹습니다.
그 시절 국내 오락실 사정
1994년의 한국 오락실은 격동기였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이 오락실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은 직후였고, 사람들이 몰리는 자리는 대부분 격투 게임 기계였습니다. 그 옆에서 액션 게임이나 슈팅 게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국내 업체가 만든 기판은 대개 그 조용한 자리에 놓였습니다. 유명 기판만큼 손님을 끌지는 못해도, 값이 저렴해 업주가 부담 없이 한 대 들여놓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네 오락실에서 처음 보는 이름의 게임을 만나는 경험은 대체로 이런 경로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이런 기판을 다시 보면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국내 게임 산업의 이 시기는 기록이 얇습니다. 회사가 오래 가지 못했거나, 기록을 남길 여유가 없었거나, 둘 다였을 것입니다. 남아 있는 것은 기판과 그 안의 프로그램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이 게임을 명작이라고 소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 나온 액션 게임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히 보입니다. 움직임의 매끄러움이나 화면의 밀도에서 격차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켜 볼 이유가 있다면, 이것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이 땅에서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 무엇을 목표로 삼았고 어디까지 해냈는지가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잘 만든 것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흥미입니다.
짧게 해 봐도 충분합니다. 몇 구간만 지나 보면 이 게임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시절 국내 개발이 어느 지점에 서 있었는지가 손끝으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