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호크
메탈 호크 (Metal Hawk REV C) · 1988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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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로도 움직이는 헬기
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오락실의 비행 게임은 대개 평면에서 움직였습니다. 화면 위에서 내려다보든 뒤에서 따라가든,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좌우와 앞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헬기를 다루면서 고도라는 축을 하나 더 줍니다. 조종간을 조작해 위로 떠오르면 지상이 멀어지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아래로 내려가면 건물과 나무 사이를 스치듯 지나가게 됩니다. 헬기라는 소재를 쓰면서 헬기만이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조작에 그대로 넣은 것입니다.
캐비닛도 그에 맞춰 만들어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조종간을 잡는 형태였고, 화면 속 기체가 기울어지면 몸으로도 그것이 전해지도록 만든 구조였습니다. 오락실에 들어섰을 때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덩치라, 한 번쯤 앉아 보고 싶어지는 기계였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메탈 호크(Metal Hawk)는 전투 헬기를 몰고 정해진 시간 안에 지상과 공중의 목표를 부수는 슈팅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이라 자기 기체와 아래쪽 지형이 함께 보이고, 그 상태에서 사방으로 이동하며 목표를 찾아 때립니다. 무기는 두 가지로, 기관총은 빠르게 연사되어 가벼운 적을 지우는 데 쓰고 미사일은 지상의 단단한 목표를 부수는 데 씁니다.
한 판은 제한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시간 안에 정해진 만큼을 부수지 못하면 그대로 끝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돌아다니기만 해서는 통과할 수 없습니다. 어디에 목표가 몰려 있는지 파악하고 효율적인 순서로 도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살아남는 것과 빠르게 해치우는 것 사이에서 계속 저울질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고도를 쓰는 법
고도 조절은 겉보기에는 화면이 커졌다 작아지는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임의 전술 전체를 좌우합니다. 높이 뜨면 지상 장애물에 부딪힐 걱정이 사라지고 목표를 넓게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이쪽도 눈에 잘 띄고 지상에서 올라오는 공격에 노출됩니다. 낮게 날면 지형에 몸을 숨길 수 있고 지상 목표를 정확히 때리기 좋지만, 건물이나 지형에 그대로 박힐 위험이 생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한 고도에 계속 머무릅니다. 그러면 이 게임의 절반만 쓰는 셈입니다. 이동할 때는 높이 떠서 빠르게 옮기고, 목표에 접근하면 내려가서 확실히 때리고, 위험해지면 다시 올라가는 식으로 고도를 계속 바꿔 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고도를 바꾸는 동안에는 기체가 잠시 불안정해지니, 적 한복판에서 급하게 오르내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첫째는 시간 감각입니다. 안전을 우선해 천천히 움직이면 어김없이 시간이 먼저 떨어집니다. 이 게임에서는 시간이 실질적인 목숨과 같습니다.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목표 밀집 지역으로 곧장 들어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둘째는 무기를 구분해 쓰지 않는 것입니다. 기관총만으로 단단한 목표를 때리면 시간이 한없이 걸리고, 반대로 가벼운 적에게 미사일을 낭비하면 정작 필요할 때 부족합니다. 화면에 나온 것이 어느 쪽인지 빠르게 가려내는 눈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지형 충돌입니다. 적탄에 맞아 죽는 것보다 낮게 날다가 건물에 부딪혀 잃는 목숨이 더 많습니다. 낮은 고도로 이동할 때는 앞쪽 지형을 먼저 보고, 시야가 막히는 곳에서는 미리 올라가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이 게임을 만든 회사는 오락실 초창기부터 이름을 알린 곳으로, 이 시기에는 대형 캐비닛과 새로운 조작 장치에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은 오락실이 가정용 게임기와 경쟁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집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자, 오락실은 집에서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커다란 조종석, 움직이는 의자, 실제로 잡고 돌리는 조종간 같은 것들이 그 답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돌아간 기판은 그 시기 이 회사의 주력 하드웨어로, 여러 대작이 같은 기판 위에서 나왔습니다. 3차원 그래픽이 오락실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과 확대 축소 처리를 조합해 높이와 거리를 표현했습니다. 실제 3차원이 아니어도 고도가 바뀌는 느낌을 만들어 낸 것은 당시 기술 안에서 짜낸 궁리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런 대형 캐비닛은 한국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값도 비쌌기 때문에, 동네 오락실보다는 규모 있는 곳이나 백화점 게임 코너 같은 데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계는 매일 하는 게임이라기보다 어쩌다 한 번 앉아 보는 구경거리에 가까웠습니다.
앉아서 조종간을 잡는 게임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서서 레버를 잡는 것과 달리, 자리에 앉는 순간 게임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감각 때문에 한 판 값이 조금 비싸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그 조종석에 앉아 고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던 감각을 다시 더듬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