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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구치 히로코의 퀴즈 데 휴휴

모리구치 히로코의 퀴즈 데 휴휴 (Moriguchi Hiroko no Quiz de Hyuu Hyuu Ver 2 2j 1995) · 1995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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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퀴즈 게임에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실력으로 넘는 게임이 아니라 아는 만큼만 가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반사신경이 좋아도 모르는 문제는 못 맞히고, 손이 느려도 아는 문제는 맞힙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조작이 아니라 지식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거기에 텔레비전 방송이라는 껍데기를 씌웠습니다.

모리구치 히로코의 퀴즈 데 휴휴(Moriguchi Hiroko no Quiz de Hyuu Hyuu)는 1995년에 나온 퀴즈 게임입니다. 실제 연예인이 가상의 방송 진행자로 등장해서 게임을 이끌고, 플레이어는 여러 개의 방송 코스 중 하나를 골라 그 코스의 문제들을 풀어 나갑니다. 타이토가 앞서 다른 연예인을 내세워 낸 퀴즈 게임의 뒤를 잇는 작품입니다.

모리구치 히로코의 퀴즈 데 휴휴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코스를 고르는 구성

이 게임의 진행은 단순합니다. 화면에 여러 개의 코스가 제시되고, 그중 하나를 고르면 그 코스에 맞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문제는 대개 사지선다 형식이고, 레버로 답을 고른 뒤 제한 시간 안에 확정합니다. 정답이면 다음으로 가고, 오답이 쌓이면 그대로 끝납니다.

코스를 고른다는 구성이 왜 중요하냐면, 이게 퀴즈 게임에서 가장 큰 불만을 덜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냥 문제가 무작위로 나오면 자기가 전혀 모르는 분야가 연달아 나왔을 때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코스를 고르게 하면 최소한 자기가 조금이라도 아는 쪽으로 갈 수 있고, 남은 목숨이 위태로울 때 안전한 코스를 택하는 판단도 생깁니다.

한편 이 게임은 최대 네 명이 함께 붙을 수 있는 구성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퀴즈 게임에서 여럿이 붙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아는 문제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옆 사람이 못 맞힌 문제를 내가 맞히는 순간이 확실한 우월감이 됩니다. 오락실에서 친구들끼리 나란히 앉아 하기에 이만한 장르가 없었습니다.

모리구치 히로코의 퀴즈 데 휴휴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방송 흉내라는 포장

1990년대 일본 아케이드 퀴즈 게임에는 텔레비전 방송을 흉내 내는 것이 하나의 관습처럼 있었습니다. 진행자가 나와서 말을 걸고, 정답과 오답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고, 스튜디오처럼 꾸민 화면에서 라운드가 넘어갑니다. 실제 방송을 보는 듯한 리듬을 만들어서, 혼자 앉아 문제를 푸는 행위를 덜 삭막하게 만든 장치입니다.

여기에 실존 연예인을 내세우면 효과가 더 커집니다. 그 사람을 아는 손님에게는 그 자체가 기계 앞에 앉을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 연예인을 모르는 지역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용 자체가 낡아 버립니다. 이 시기 퀴즈 게임 상당수가 지금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언어의 벽

퀴즈 게임은 아케이드 장르 중에서 수출이 가장 어려운 축입니다. 액션이나 슈팅은 글을 몰라도 화면만 보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지만, 퀴즈는 문제를 못 읽으면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번역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나라 방송이나 연예인, 지역 상식을 다루는 문제가 많아서, 번역해도 여전히 모르는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들은 대체로 일본 국내에서만 돌았습니다. 국내 오락실에 들어온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일본어를 읽을 수 있는 손님이 아니면 첫 문제부터 손을 놓게 되는 구조라 오래 놓이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국내 사정에 맞춘 퀴즈 게임이 따로 만들어져 돌았습니다. 장르는 통했지만 내용은 그 나라 것이어야 했던 셈입니다.

타이토와 퀴즈 게임

타이토는 1970년대부터 아케이드 시장의 한 축을 맡아 온 회사입니다. 슈팅과 액션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 못지않게 다양한 소품 장르를 꾸준히 냈습니다. 퀴즈 게임 역시 그중 하나로, 여러 편을 이어 가며 나름의 계보를 만들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은 아케이드가 대전 격투와 3D로 크게 기울던 시기입니다. 화려한 기계 앞에는 줄이 서고, 소품 장르는 점점 구석으로 밀렸습니다. 그럼에도 퀴즈 게임이 계속 만들어진 것은 개발비가 크지 않고, 문제 데이터만 갈아 끼우면 새 작품이 되는 구조 덕분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놓였던 자리는 오락실의 중앙이 아니라 그런 조용한 구석이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잡으시려면 일본어를 어느 정도 읽으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조건이 맞는다면, 1990년대 중반 일본 오락실 한구석의 분위기를 꽤 직접적으로 느끼실 수 있는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