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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이야기 2

목장이야기 2 (Harvest Moon 2 Gbc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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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는 게임

휴대용 게임기로 하는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 뛰거나 쏘거나 때리는 것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밭에 물을 주고, 소와 닭을 돌보고, 수확한 것을 내다 팔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듭니다. 그게 하루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반복이 묘하게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오늘 심은 씨앗이 며칠 뒤에 열매를 맺고, 그 돈으로 밭을 넓히고, 넓어진 밭에 더 많이 심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 그 단순한 만족이 이 계열의 힘입니다. 싸움을 빼고도 게임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이 시리즈가 증명했습니다.

목장이야기 2 RPG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무슨 게임인가

목장이야기 2(Harvest Moon 2)는 물려받은 낡은 농장을 맡아 사람이 살 만한 목장으로 키워 가는 생활 시뮬레이션입니다.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자란 작물을 거두어 내다 팝니다. 번 돈으로 도구를 고치고 가축을 들이고 시설을 늘립니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계절이 돌아가며 축제가 열립니다.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을 건네면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리기보다, 정해진 기간 동안 내 목장과 관계를 어디까지 키워 냈는지가 이 게임의 성적표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

이 게임의 진짜 자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하루는 짧고, 행동을 할 때마다 체력이 줄어듭니다. 체력이 바닥나면 쓰러져 하루를 통째로 날립니다. 그래서 초보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욕심을 줄이는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을 주지 않으면 작물이 시들기 때문에 밭일이 먼저이고, 가축 돌보기가 그다음입니다. 남는 시간에 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서 목장을 정리합니다. 마을 구경은 할 일을 끝낸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날씨도 변수입니다. 비가 오는 날은 물을 줄 필요가 없으니, 그날은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거나 목장을 정리하는 데 쓰면 하루를 알차게 씁니다. 이런 식으로 며칠 앞을 내다보고 일정을 짜기 시작하면 이 게임이 갑자기 깊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헤매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밭을 너무 크게 벌리는 것입니다. 씨앗 값이 아까워 잔뜩 심어 놓으면 물 주는 데만 하루가 다 가고, 체력이 모자라 정작 수확을 못 하는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하루 안에 확실히 물을 다 줄 수 있는 넓이로 시작해, 도구가 좋아지면 그때 늘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도구를 방치하는 것입니다. 도구는 손질하고 등급을 올릴수록 한 번에 처리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체력 소모도 줄어듭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사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 번째는 가축입니다. 소나 닭은 사 놓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고 매일 돌봐야 합니다. 며칠 방치하면 건강이 나빠지고 생산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들이는 것이 요령입니다.

계절이 도는 구조

이 게임의 시간은 계절로 묶여 있습니다. 계절마다 심을 수 있는 작물이 다르고, 계절이 바뀌면 밭에 남아 있던 철 지난 작물은 못 쓰게 됩니다. 그래서 계절이 끝나 갈 무렵에는 수확 시기를 계산해 새로 심지 않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리듬을 알고 나면 계획의 단위가 하루에서 계절로 바뀝니다. 이번 계절에는 무엇을 주력으로 삼을지, 다음 계절을 위해 무엇을 미리 준비해 둘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한 바퀴를 돌 때는 모르고 흘려보내는 것이 많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같은 시간으로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휴대기로 옮긴 목장

이 시리즈는 원래 가정용 기기에서 시작했고, 그것을 휴대용으로 줄여 옮긴 것이 이 계열입니다. 화면이 작아진 만큼 표현은 단순해졌지만, 하루를 쪼개 쓰는 구조는 오히려 휴대기와 잘 맞았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게임 속 하루를 한 번 보내고 덮는 방식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가 한동안 조용히 퍼졌습니다. 화려한 광고를 낀 대작이 아니었고 언어의 벽도 있었지만, 한 번 빠진 사람은 오래 붙들고 있는 종류의 게임이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여러 농장 생활 게임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이 계열에 닿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은 소박해도, 첫 수확을 손에 쥐는 순간의 감각만은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