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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턴트 파이터

뮤턴트 파이터 (Mutant Fighter World Ver Em 5) · 1991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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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괴물이 싸운다

대전격투 게임의 선택 화면에는 보통 사람이 늘어서 있습니다. 도복을 입은 무술가, 권투 선수, 프로레슬러 같은 식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선택 화면에는 늑대인간이 서 있고 미노타우로스가 서 있고, 몸집이 화면 반을 채우는 것들이 서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괴물끼리 붙는 대전 게임입니다.

일본에서는 데스 브레이드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덩치가 큰 만큼 도트도 크고 움직임도 과장되어 있어서, 한 대 맞을 때마다 화면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계열의 정교한 커맨드 싸움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몸으로 밀어붙이는 싸움입니다.

뮤턴트 파이터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어떤 게임인가

뮤턴트 파이터(Mutant Fighter)는 괴물 하나를 골라 여러 상대와 차례로 겨루는 1대1 대전 액션입니다. 옆에서 본 화면에서 서로를 때려 체력을 깎고, 상대를 먼저 쓰러뜨리면 이깁니다. 두 사람이 동전을 넣으면 곧바로 맞대결로 넘어가는 구조라 오락실에서는 대개 둘이 붙어서 했습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레버로 다가가거나 물러서고, 버튼으로 때리고 잡습니다. 복잡한 커맨드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대신, 거리를 재고 먼저 손을 내미는 판단이 승패를 가릅니다. 처음 잡은 사람도 몇 판 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뮤턴트 파이터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붙잡히면 시작되는 연타 싸움

이 게임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붙잡기입니다. 두 괴물이 서로 손을 맞잡으면 힘겨루기 상태가 되고, 여기서부터는 기술이고 뭐고 없이 버튼을 얼마나 빨리 두드리느냐로 결판이 납니다. 이긴 쪽이 상대를 집어던지고, 진 쪽은 바닥에 처박힙니다.

그래서 이 게임 앞에서는 소리가 다릅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버튼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두 사람이 동시에 손목을 흔들며 몸을 앞으로 기울입니다. 조작이 단순한 게임인데도 몸이 먼저 지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령은 무턱대고 잡으러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연타에 자신이 없다면 붙잡기 거리 바깥에서 때리고 빠지는 쪽을 택해야 합니다. 반대로 손이 빠른 사람은 일부러 붙어서 힘겨루기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한 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시합 사이에 몸을 키운다

혼자 진행할 때는 시합과 시합 사이에 자기 괴물을 손볼 기회가 주어집니다. 힘을 올릴지, 속도를 올릴지, 버티는 힘을 올릴지 고르는 식입니다. 이 선택이 쌓이면서 같은 괴물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물건이 되어 갑니다.

고를 수 있는 괴물마다 처음 가진 성질도 다릅니다. 덩치가 큰 쪽은 한 방이 무겁고 붙잡기 싸움에서 유리한 대신 움직임이 굼뜹니다. 몸집이 작고 빠른 쪽은 먼저 때리고 빠지기 좋지만 한 번 붙잡히면 그대로 끌려다닙니다. 자기 손버릇에 맞는 괴물을 찾는 것이 첫 과제입니다.

앞선 상대에게 힘으로 밀렸다면 다음 판에서 힘을 올리고, 자꾸 먼저 맞는다면 속도를 올리는 식으로 부족한 쪽을 메우게 됩니다. 대전격투에 성장 요소를 얹은 셈인데, 1990년대 초에는 흔치 않은 구성이었습니다.

데이터 이스트와 대전격투

데이터 이스트는 이 시기에 벨트스크롤 액션과 사격, 스포츠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어딘가 한 군데씩 남다른 발상을 넣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대전 게임에 사람 대신 괴물을 세우고 승부를 연타로 몰아간 이 작품도 그런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이 회사는 몇 해 뒤 커맨드와 필살기를 갖춘 정통 대전격투로도 넘어갑니다. 그 흐름에서 보면 이 게임은 대전격투가 하나의 형식으로 굳기 직전, 아직 여러 갈래가 열려 있던 시기의 결과물입니다. 지금 해 보면 오히려 그 어정쩡함이 재미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흔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스트리트 파이터 계열이 워낙 강하게 자리를 잡아서, 커맨드가 없는 대전 게임은 자리를 오래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한 번 앉으면 초보와 고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옆 사람과 붙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필살기를 못 쓴다고 일방적으로 지는 일이 없으니, 커맨드에 자신 없는 사람도 동전 하나로 대등하게 싸워 볼 수 있었습니다. 큼직한 괴물들이 서로를 집어던지는 화면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