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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도

미궁도 (Meikyu Jima Japan) · 1988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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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기둥을 세워 길을 놓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 동작은 처음 보면 조금 낯섭니다. 주인공은 적을 때리지 않습니다. 입김을 불어 적을 얼음덩어리로 만들고, 그 얼음덩어리를 발로 차서 밀어냅니다. 밀려간 얼음은 다른 적을 쓰러뜨리기도 하고, 물 위에 멈춰서 다리가 되기도 합니다. 적이 곧 도구인 셈입니다.

이 하나의 규칙에서 게임 전체가 나옵니다. 눈앞의 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느 적을 어디서 얼려서 어느 방향으로 차야 원하는 자리에 발판이 생기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액션 게임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퍼즐 풀이에 가깝습니다.

미궁도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미궁도(Meikyu Jima)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액션 퍼즐입니다. 주인공은 얼어붙은 섬을 돌아다니며 각 방에 놓인 목표물을 모두 회수하면 그 방을 통과합니다. 조작은 이동과 버튼 하나로 끝납니다. 버튼을 누르면 앞쪽으로 입김이 나가 적을 얼리거나 빈 자리에 얼음 기둥을 만들고, 얼음 앞에서 다시 누르면 그것을 밀어냅니다.

방마다 제한 시간이 있어서 마냥 고민할 수는 없습니다. 적들은 각자의 규칙대로 돌아다니며 길을 막고, 물에 빠지면 그대로 실패입니다. 스테이지 묶음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각 묶음마다 열몇 개의 방이 들어 있어, 전체 분량은 꽤 넉넉한 편입니다.

이 게임의 진짜 난관

처음 몇 방은 얼리고 차는 조작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물 위로 길을 놓아야 하는 방부터입니다. 여기서는 얼음을 정확히 원하는 칸에 멈춰 세워야 하는데, 찬 얼음은 무언가에 부딪힐 때까지 계속 미끄러져 갑니다. 그래서 먼저 멈춤벽 역할을 할 얼음을 하나 놓고, 그다음 얼음을 그쪽으로 차서 원하는 자리에 세우는 두 단계 작업이 필요합니다.

한 번 잘못 놓은 얼음이 다음 수를 통째로 막아 버리는 경우가 자주 나옵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풀려고 하지 말고, 실수를 인정하고 방을 다시 시작하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은 조작 미숙이 아니라 순서를 잘못 잡은 것입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적의 동선입니다. 얼려서 밀어낼 계획을 세우는 사이에 적이 이동해 버리면 계획이 어긋납니다. 적이 어느 칸에 있을 때 얼려야 원하는 직선이 나오는지를 먼저 보고, 그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버튼을 누르는 것이 요령입니다. 급하게 얼리면 대개 엉뚱한 자리에 기둥이 서 버립니다.

아이렘이 만든 다른 결의 게임

아이렘이라고 하면 대개 알 타입 같은 슈팅이나 스파르탄 X 계열의 액션이 먼저 떠오릅니다. 화면 가득 탄이 날아다니거나 주먹이 오가는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같은 시기에 이렇게 차분한 퍼즐도 내놓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980년대 후반 아케이드에서는 테트리스 이후 퍼즐 장르가 확실한 시장으로 자리 잡던 참이었고, 각 제작사가 자기 색깔의 퍼즐을 내놓던 시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 흐름 안에서 액션 조작과 퍼즐 사고를 함께 요구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블록을 쌓거나 같은 색을 맞추는 정적인 퍼즐이 아니라, 화면 안에서 직접 뛰어다니며 판을 바꾸는 방식이라 손이 바쁩니다. 이후 가정용으로 이식되면서 오히려 더 널리 알려진 편이고, 아케이드 원판을 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계를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시절 한국 오락실의 주력은 대전 격투와 슈팅, 벨트스크롤 액션이었고, 혼자 앉아 차분히 머리를 쓰는 퍼즐은 상대적으로 회전이 느려서 업주 입장에서 선호되지 않았습니다. 테트리스처럼 폭발적으로 유행한 몇몇을 빼면, 퍼즐 기판은 구석에 한 대 정도 놓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지금 다시 해 볼 때 오히려 값이 나갑니다. 조작이 단순해서 처음 잡아도 금방 익힐 수 있고, 방 하나를 풀었을 때 오는 만족감이 분명합니다. 한 방에 십 초도 안 걸리는 것부터 몇 번이나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까지 난이도 편차가 커서, 짧게 짧게 끊어 가며 붙잡기에 잘 맞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