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쿠거
미스터 쿠거 (Mr Kougar) · 1984 · A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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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한 마리가 사다리를 오릅니다
1984년이면 오락실 화면에 사람 모양 주인공이 넘쳐나던 시절입니다. 마리오도, 소방수도, 등반가도 전부 두 발로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주인공 자리에 표범을 앉혔습니다. 제목의 쿠거가 그 표범이고, 앞에 붙은 미스터라는 호칭이 어쩐지 능청스럽습니다. 화면을 켜면 층층이 겹친 발판과 그 사이를 잇는 사다리가 나타나고, 그 구조물 위를 네발짐승 한 마리가 달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잠깐 어리둥절합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짐승이 있으니까요.
오락실 게임의 주인공이 곧 그 게임의 얼굴이던 시절에, 이런 선택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끄는 장치였습니다. 지금 보면 도트 몇 개로 표현한 짐승이지만, 당시 화면 앞에서는 충분히 낯설고 재미있는 그림이었을 겁니다.
어떤 게임인가
Mr Kougar(Mr Kougar)는 화면 하나에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고정 화면 플랫폼 게임입니다. 스크롤이 없습니다. 위아래로 겹쳐진 발판과 그것을 잇는 사다리가 한 화면에 전부 그려져 있고, 플레이어는 그 안을 돌아다니며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구조를 요즘은 싱글 스크린 플랫포머라고 부릅니다. 동키콩이 만들고 크레이지 클라이머가 다듬은, 1980년대 초 오락실의 대표적인 틀입니다.
조작은 이 틀의 관례를 따릅니다. 레버로 좌우를 움직이고, 사다리 앞에서 레버를 위나 아래로 밀면 층을 옮깁니다. 버튼은 점프에 배정되어 있습니다. 배울 것이 거의 없어서, 동전을 넣고 삼십 초면 몸이 먼저 익힙니다. 어려운 것은 조작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처음 하면 어디서 막히는가
고정 화면 플랫폼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겪는 벽은 사다리입니다. 사다리는 오르내리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간입니다. 방향을 바꿀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다리에 발을 들이기 전에 위층과 아래층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초보와 숙련자를 가르는 것은 반사신경이 아니라 이 한 박자 앞선 확인입니다.
두 번째 벽은 점프입니다. 이 시기 점프는 대부분 궤도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공중에서 방향을 트는 조작이 통하지 않으므로, 뛰기 전에 착지점이 정해집니다. 어림잡아 뛰면 발판 끝에서 미끄러집니다. 발판의 끝자락을 눈으로 재고, 그 자리에서 뛰는 연습을 몇 판만 해도 실수가 확 줄어듭니다.
세 번째는 화면 전체를 보는 눈입니다. 스크롤이 없다는 것은 정보가 전부 눈앞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초보는 자기 캐릭터만 봅니다. 시선을 조금 넓혀서 화면 위쪽에서 내려오는 것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함께 보면, 갑자기 당하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런 게임이 어려워지는 방식
1980년대 초 고정 화면 게임은 난이도를 올리는 수단이 많지 않았습니다. 화면은 그대로 두고 방해물의 수를 늘리거나, 속도를 조금씩 올리거나, 움직이는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게 바꾸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시절 게임은 대개 앞의 몇 판이 무척 쉽고 어느 지점부터 갑자기 손이 바빠집니다. 초반에 여유를 부리다가 그 문턱에서 잔기를 다 잃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요령은 초반부터 최적의 동선을 몸에 붙여 두는 것입니다. 쉬울 때 대충 돌아가는 길로 다니면, 빨라진 뒤에는 그 길이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 판부터 가장 짧고 안전한 경로를 정해 두고 그대로 반복하는 편이 결국 오래 갑니다. 이건 이 게임만의 요령이 아니라 이 시절 오락실 게임 전반에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름 없는 기판들의 시대
ATW는 이 시절 오락실 기판을 만들던 작은 회사입니다. 남긴 작품이 많지 않고 자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에는 이런 회사가 아주 많았습니다. 동키콩과 팩맨이 만든 시장이 워낙 커 보였기 때문에, 자금이 조금 있고 기술자 몇 명을 모을 수 있으면 누구나 기판을 찍었습니다. 그중 대다수는 몇 달 돌다가 사라졌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무리에 속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봤다는 이야기는 찾기 어렵습니다. 당시 한국 오락실은 일본 인기작의 복제 기판이 주력이었고, 이런 무명작까지 들어올 유통 경로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은 대부분의 한국 플레이어에게 처음 보는 화면일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해 볼 만합니다. 추억으로 미화된 기억 없이, 1984년의 오락실 게임이 실제로 어떤 물건이었는지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됩니다. 짧고 단순하고 금세 어려워지는, 딱 그만큼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