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 몽키
밍키 몽키 (Minky Monkey) · 1982 · Tech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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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드래곤을 만든 회사의 첫 게임
이 게임의 화면만 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것을 만든 회사는 나중에 더블 드래곤을 내놓게 됩니다. 벨트 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사실상 만들어 낸 그 회사의 데뷔작이 바로 이 원숭이 게임입니다.
회사는 1981년 말에 세 사람이 세웠습니다. 모두 다른 게임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었고, 처음에는 방 하나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해 자체적인 판매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첫 게임은 그들이 다니던 회사가 쓰던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어디서 나온 사람들이 만들었는지가 부품에 그대로 적혀 있는 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밍키 몽키(Minky Monkey)는 한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퍼즐입니다. 발판이 층층이 놓여 있고 그 사이를 잇는 장대가 여러 개 세워져 있어서, 이 장대를 오르내리며 화면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화면 맨 위에 있는 원숭이가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시킵니다. 그러면 화면 어딘가에 그 물건이 나타나고, 그것을 주워 지정된 자리까지 가져다 놓으면 하나가 처리됩니다. 이런 심부름을 시간 안에 다섯 번 해내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당연히 방해가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적이 쫓아오고 그중에는 공격해 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 최단 경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적의 위치를 보면서 돌아갈 길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장대를 어떻게 쓰느냐가 실력
이 게임의 이동 수단은 장대입니다. 층 사이를 오가려면 반드시 장대를 타야 하고, 어느 장대를 타느냐에 따라 도착하는 위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요령은 목표물을 보기 전에 장대 배치부터 외우는 것입니다. 물건이 어디에 나타날지는 매번 다르지만 장대 위치는 그대로이니, 어느 지점에서 어느 장대로 가는 것이 빠른지를 미리 알고 있으면 반응 속도가 확 달라집니다.
적을 피하는 데도 장대가 유용합니다. 같은 층에서 정면으로 마주치면 빠져나가기 어렵지만, 장대를 타고 위아래로 빠지면 대부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위험을 느끼는 순간 가장 가까운 장대로 붙는 것이 기본 대응입니다.
시간 관리라는 진짜 난이도
이 게임에서 죽는 이유보다 실패하는 이유가 더 자주 시간입니다. 다섯 개를 다 처리하지 못하면 목숨이 하나 줄어드는 구조라, 안전하게만 움직이면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적이 근처에 있더라도 통과할 틈이 보이면 지나가는 판단이 필요하고, 반대로 여유가 있을 때는 굳이 위험한 경로를 쓰지 않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물건이 나타나는 위치를 보고 즉시 경로를 정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화면 안에서 잠시 멈춰 고민하는 몇 초가 다섯 번 쌓이면 그것만으로 실패합니다.
테크노스가 걸어간 길
이 회사는 데뷔 직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예전 회사로부터 자료를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몇 년 뒤 합의로 정리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 회사를 통해 게임을 내놓는 관계가 이어졌습니다.
작은 개발사가 판매망이 없어 다른 회사에 기대야 했던 시기가 그렇게 몇 년 이어집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1986년 열혈경파 쿠니오군, 서양에 레니게이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작품부터였고, 이듬해 더블 드래곤이 나오면서 이 회사는 완전히 다른 위치에 올라섭니다.
그런 회사의 출발점이 이 원숭이 심부름 게임이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나중의 대표작들과 장르도 분위기도 전혀 다르지만, 한 화면 안에서 적의 움직임을 읽고 위치를 잡는다는 기본 감각만큼은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 오락실의 소품들
1982년과 1983년의 오락실은 한 화면짜리 게임으로 가득했습니다. 짧은 판을 반복하고 점수를 겨루는 형식이 표준이었고, 이 게임도 그 문법 안에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의 미덕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입니다. 설명서 없이 몇 초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실패해도 곧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락실이라는 공간의 성격에 딱 맞는 구조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더블 드래곤으로 국내 오락실을 휩쓴 그 회사의 첫 발자국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열어 볼 이유가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