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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아웃

블록 아웃 (Block Out Japan) · 1989 · Tech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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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를 세워 놓으면

1989년이면 테트리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입니다. 블록이 위에서 떨어지고, 돌려서 끼우고, 한 줄이 차면 사라진다. 이 단순한 규칙이 얼마나 강력한지 모두가 막 알게 된 참이었고, 당연하게도 수많은 아류작이 쏟아졌습니다.

그 아류작 대부분은 블록 모양을 바꾸거나 그림을 예쁘게 다시 그리는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떻게 될까. 평면이 아니라 상자 안으로 블록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블록 아웃입니다. 지금 봐도 이 발상은 만만치 않고, 1989년 기판 성능으로 이걸 굴러가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더 만만치 않습니다.

블록 아웃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어떤 게임인가

블록 아웃(Block Out)은 3차원 공간에서 하는 낙하 퍼즐입니다. 화면에는 위에서 내려다본 직육면체 우물이 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 우물 안으로 정육면체 여러 개가 붙은 덩어리가 떨어지고, 플레이어는 그 덩어리를 돌리고 옮겨서 바닥에 빈틈없이 쌓아야 합니다.

테트리스와 다른 결정적인 점은 사라지는 단위입니다. 테트리스는 가로 한 줄이 차면 지워지지만, 블록 아웃은 한 층 전체가 빈틈없이 메워져야 지워집니다. 바닥 면적이 가로 세로 여러 칸이니, 한 층을 지우려면 그만큼 많은 조각을 정확히 끼워 맞춰야 합니다.

블록 아웃 퍼즐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세 축으로 돌린다는 것

이 게임의 진짜 벽은 회전입니다. 테트리스에서 회전은 한 가지, 화면 평면 위에서 도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3차원에서는 돌릴 수 있는 축이 셋입니다. 가로축으로 굴리기, 세로축으로 굴리기, 그리고 제자리에서 돌리기.

버튼도 그만큼 필요합니다. 처음 잡으면 어느 버튼이 어느 방향으로 돌리는지가 머리에 안 들어와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려다 엉뚱한 자세로 떨어뜨리기 일쑤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라 블록의 높낮이도 직관적으로 안 보입니다. 납작하게 누워 있는지 세로로 서 있는지를 선 그림만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 감각이 붙기까지가 이 게임의 첫 관문입니다. 그리고 붙고 나면 갑자기 재미있어집니다. 머릿속에서 입체를 돌려 보는 능력이 늘어나는 것이 스스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요령

가장 먼저 권할 것은 쉬운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우물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나오는 블록의 종류를 고를 수 있습니다. 평평한 블록만 나오는 설정이 있다면 그것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평평한 조각만 나오면 사실상 테트리스를 위에서 보는 것과 비슷해져서 감을 잡기 훨씬 수월합니다.

두 번째는 층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3차원에서는 구멍 하나가 평면보다 훨씬 치명적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라 이미 덮인 구멍은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빈칸이 밑에 깔리기 시작하면 그 판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됩니다.

세 번째는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낙하 속도가 붙기 전 초반에 최대한 여러 층을 정리해 두면 뒤가 편합니다. 반대로 초반에 대충 쌓아 두면, 속도가 붙은 뒤에 그 뒷수습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만든 곳과 그 뒤

테크노스 재팬은 더블 드래곤과 열혈 시리즈로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주먹이 오가는 시끄러운 액션 게임을 만들던 곳이 이렇게 조용하고 머리 아픈 퍼즐을 내놓았다는 게 조금 뜻밖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블록 아웃은 오락실용으로 나온 뒤 여러 가정용 기기와 컴퓨터로 옮겨졌습니다. 오히려 오락실보다 컴퓨터 쪽에서 더 오래 기억된 편인데, 한 판이 길고 조용히 머리를 쓰는 게임이라 동전을 넣고 짧게 즐기는 오락실보다 집에서 하는 편이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만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후 여러 경로로 퍼진 컴퓨터판을 통해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제법 있습니다. 테트리스는 누구나 알았지만 이건 아는 사람만 알았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오래 회자된 게임입니다.

지금 해 보면

삼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해 봐도 이 게임은 조금도 시시하지 않습니다. 그림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입체를 머릿속에서 돌리는 일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어려움은 기술이 발전한다고 쉬워지는 종류가 아닙니다.

테트리스를 웬만큼 한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잡아 볼 만합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감각이 한 차원 올라간 것만으로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바로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