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라 2
바사라 2 (Vasara 2 SET 1) · 2001 · V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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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앞에서 칼을 뽑습니다
종스크롤 슈팅에서 적에게 가까이 붙는 것은 보통 자살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정반대를 요구합니다. 코앞까지 파고들어 칼을 휘두르면 적이 더 크게 부서지고 점수가 훨씬 많이 붙습니다. 화면 가득한 총알을 피해 뒤로 물러나려는 본능과, 앞으로 나가야 점수가 나오는 규칙이 계속 충돌합니다. 이 긴장이 바사라라는 시리즈의 정체성입니다.
배경도 특이합니다. 무대는 전국시대 일본인데, 무장들이 말 대신 기계 장치를 타고 하늘을 납니다. 갑옷과 투구, 깃발이 나부끼는 화면에 기계 부품과 총알이 뒤섞여 있어서, 다른 슈팅 게임에서 보기 힘든 인상이 남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바사라 2(Vasara 2)는 화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밀려오는 적을 부수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캐릭터를 고르고, 총을 쏘며 나아가고, 화면이 감당 못 할 만큼 몰리면 강력한 한 방으로 정리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슈팅과 같지만, 이 게임에는 근접 무기가 따로 있습니다.
버튼을 나눠 쓰거나 사격 방식을 바꾸면 기체 주변을 훑는 근접 공격이 나갑니다. 이 공격은 사거리가 짧은 대신 위력이 크고, 날아오는 작은 탄을 지워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의 화면은 뒤로 도망 다니는 그림이 아니라, 적진 한복판에 파고들어 칼을 휘두르는 그림이 됩니다.
캐릭터는 여럿이고 각각 사격 범위와 근접 공격의 성질이 다릅니다. 넓게 퍼지는 총으로 안전하게 정리하는 쪽이 있고, 정면으로 몰아 넣는 대신 근접 위력이 큰 쪽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격이 넓은 캐릭터가 편하고, 점수를 노리기 시작하면 근접 쪽으로 손이 갑니다.
가까이 갈수록 점수가 붙습니다
이 게임의 점수 체계는 위험을 감수한 만큼 돌려주는 방향으로 짜여 있습니다. 멀리서 안전하게 부순 적과 코앞에서 벤 적의 배점이 다르고, 연속으로 붙어서 처리하면 배율이 더 올라갑니다. 그냥 클리어만 목표로 하면 이 구조를 몰라도 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플레이 방식이 통째로 바뀝니다.
특히 큰 적이 등장할 때가 판단의 순간입니다. 거리를 두고 총알만 피하면서 오래 깎을지, 옆구리에 붙어서 단숨에 녹일지 선택해야 합니다. 붙었다가 반격 패턴에 걸리면 그대로 죽고, 성공하면 배점과 시간을 함께 법니다. 이 게임이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익힐 것은 자기 판정 범위입니다. 이 계열의 슈팅에서 실제로 맞는 부분은 기체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한 점입니다. 이걸 모르면 스쳐 지나가는 총알에도 반사적으로 크게 피하다가 오히려 다른 탄에 걸립니다. 몸통을 총알 사이로 밀어 넣어도 된다는 감각을 잡는 것이 첫 관문입니다.
두 번째는 화면 아래쪽에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에 붙어 있으면 탄이 퍼져서 도착하기 때문에 피할 틈이 넓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좌우로 움직일 여유가 줄어듭니다. 화면 중간쯤에서 적을 빨리 지우는 편이 결과적으로 안전합니다.
강력한 한 방은 아끼지 말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죽으면서 못 쓰는 것이 가장 손해고, 이 게임은 그 기술이 위기 탈출용으로 꽤 넉넉하게 주어지는 편입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전작이 세운 근접 공격과 전국시대 배경이라는 틀 위에, 이 작품은 캐릭터를 늘리고 연출을 키웠습니다. 보스전이 더 커지고 화면이 요란해졌으며, 근접 공격이 점수 체계와 더 단단하게 묶였습니다. 전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조작을 다시 배울 필요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습니다.
2001년은 종스크롤 슈팅이 오락실의 주류에서 이미 밀려난 시기였습니다. 그 좁아진 시장에서 나온 작품이라 물량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만드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밀어붙인 흔적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오락실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게임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001년 무렵 국내 오락실의 주력은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 네트워크 대전 쪽이었고, 종스크롤 슈팅은 구석 자리 한두 대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 한두 대도 대개 더 유명한 다른 슈팅이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뒤늦게 알려진 축에 듭니다. 전국시대 갑옷과 기계가 뒤섞인 화면과 칼로 총알을 가르는 감각은 지금 처음 봐도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슈팅을 오래 해 온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재미있게 붙잡히는 종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