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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앤 로빈

배트맨 앤 로빈 (Batman Robin) · 1998 · Acclaim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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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대개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구성을 택하던 시절에, 이 작품은 고담 전체를 열어 놓고 알아서 돌아다니라고 했습니다. 배트모빌을 타고 시내를 달리다 사건이 터진 곳에 내려서 조사하고, 단서를 모아 다음 장소로 가는 방식입니다. 야심은 컸는데 안내가 거의 없어서, 처음 잡은 사람은 광활한 고담 한복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 헤매게 됩니다.

배트맨 앤 로빈(Batman Robin)은 배트맨이나 로빈, 배트걸을 조작해 고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정해진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밟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도시 안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이동해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액션과 탐색, 그리고 차량 주행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배트맨 앤 로빈 액션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8)

수사하는 배트맨

이 게임이 다른 배트맨 게임과 크게 다른 점은 단서를 모으는 과정이 실제로 게임의 뼈대라는 것입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주변을 조사해 증거를 찾고, 그것을 분석해 다음 목적지를 알아냅니다. 주먹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조사에는 도구를 씁니다. 스캐너로 흔적을 살피고, 특정 장비로만 확인되는 단서도 있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친절히 알려 주지 않아서, 장비를 하나씩 꺼내 보며 반응하는 것을 찾는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시간 개념이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사건을 방치하면 상황이 나빠지므로, 한곳에서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곤란해집니다. 이 압박 때문에 여유롭게 탐색하기가 어렵고, 이것이 이 게임의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세 명의 주인공

배트맨, 로빈, 배트걸을 골라 쓸 수 있고 각각 이동 수단이 다릅니다. 배트맨은 배트모빌, 로빈은 오토바이, 배트걸도 자기 탈것을 씁니다. 차량 구간에서는 고담의 도로를 직접 달려 목적지까지 가야 합니다.

캐릭터마다 다룰 수 있는 장비와 능력에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은 특정 캐릭터가 더 수월하게 넘길 수 있어서, 사건 성격에 맞춰 누구를 내보낼지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투는 단순한 편입니다. 주먹과 발차기, 배터랭 같은 도구를 쓰는 정도이고, 적이 많으면 둘러싸이니 계속 움직이며 하나씩 떼어 내 상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넓지만 불친절한 고담

도시 자체는 넓고 구역별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밤거리를 배트모빌로 달리는 장면은 배트맨 게임다운 맛이 확실히 납니다. 다만 도로가 복잡하고 목적지 안내가 부실해서, 길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씁니다.

지도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이 게임에서 막히는 이유의 대부분은 전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입니다. 단서를 얻었을 때 그것이 가리키는 장소를 바로 확인하고 이동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야심과 결과 사이

열린 도시, 수사 요소, 여러 주인공, 차량 주행까지 넣으려 한 시도는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대담했습니다. 다만 각 요소가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해 조작이 뻑뻑하고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배트맨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라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으로 다루려 한 방향 자체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훗날 잘 만들어진 배트맨 게임들이 택한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상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분께

조급해하지 말고 첫 사건에서 장비를 하나씩 다 써 보시길 권합니다. 어느 장비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아 두면 이후 진행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길을 모르겠으면 일단 배트모빌을 타고 도시를 한 바퀴 돌아 보세요. 주요 구역의 위치를 대략 기억해 두는 것만으로도 이동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난이도 자체는 아주 높지 않습니다. 전투에서 막히기보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몰라 멈추는 게임이므로, 조사할 만한 곳을 부지런히 눌러 보는 것이 진행의 요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