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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 (Bang) · 1998 · Gae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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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무엇을 쏠지 슬롯머신이 정합니다

건슈팅이라고 하면 대개 좀비가 몰려오거나 총알이 날아오는 화면을 떠올립니다. 이 게임은 다릅니다. 한 판이 끝날 때마다 화면에 슬롯머신이 돌아가고, 거기서 나온 결과에 따라 다음에 무엇을 쏠지가 정해집니다. 병일 수도 있고, 새일 수도 있고, 카드 짝 맞추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행이 예측되지 않습니다. 같은 코스를 다시 돌아도 나오는 순서가 달라지고, 어떤 문제가 걸리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확 바뀝니다. 이 무작위성이 이 게임의 성격을 전부 결정합니다.

뱅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8)

서부극 배경의 사격 문제집

뱅!(Bang!)은 총을 화면에 겨눠 쏘는 라이트건 게임입니다. 서부극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림체는 진지하기보다 만화에 가깝습니다. 혼자 해도 되고 둘이 함께 해도 됩니다. 둘이 붙으면 서로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함께 푸는 협력 방식입니다.

한 문제는 십 초 남짓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목표를 채우면 통과하고, 못 채우면 하트로 표시되는 목숨이 하나 줄어듭니다. 하트 세 개를 다 잃으면 끝입니다. 마지막에는 맞힌 개수와 명중률을 정리해 점수를 보여 줍니다.

뱅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8)

세 갈래 코스

시작할 때 난이도를 고르는데, 이것이 곧 코스 길이입니다. 쉬운 쪽은 열여섯 판, 중간은 스무 판, 어려운 쪽은 스물네 판입니다. 문제 하나가 짧으니 판 수가 많아도 전체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뒤로 갈수록 요구가 까다로워집니다.

문제의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날아가는 새나 던져지는 병을 맞히는 기본형이 있고, 달리는 기차 위에서 강도들과 싸우는 장면도 나옵니다. 뒤집힌 카드에서 같은 그림을 찾는 기억력 문제, 현상 수배 포스터를 부수는 문제, 비눗방울이나 풍선을 터뜨리는 문제, 룰렛의 숫자를 맞히는 문제까지 사격과는 조금 다른 결의 것들도 섞여 있습니다.

뱅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8)

한 발짜리 문제와 무한 연사 문제

이 게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탄약 조건입니다. 어떤 문제는 총알을 무한히 주고, 어떤 문제는 딱 한 발만 줍니다. 화면 위에 조건이 표시되는데 시간이 짧다 보니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방아쇠부터 당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발짜리 문제에서 성급하게 쏘면 그 판은 그대로 실패입니다.

무한 연사 문제는 반대로 손이 빠른 쪽이 이깁니다. 조준을 정확히 하기보다 목표가 몰려 있는 쪽으로 총구를 훑으면서 계속 당기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결국 두 종류를 구분하는 눈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문제가 뜨는 순간 조건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면 통과율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기억력 문제처럼 사격 실력과 무관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것은 처음 뒤집을 때 위치를 외워 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총을 잘 쏘는 사람도 여기서 하트를 잃곤 합니다.

둘이 함께 하면 성격이 또 달라집니다. 목표를 나눠 맡을 수 있어서 시간 안에 처리할 양이 늘지만, 서로 같은 곳을 쏘느라 낭비하는 일도 생깁니다. 화면 왼쪽은 누가 맡고 오른쪽은 누가 맡을지 말 한마디만 맞춰 두면 통과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같은 시기 건슈팅들과 견주면

몇 년 앞서 나온 미니게임식 건슈팅이 이 방식의 원형을 만들었습니다. 짧은 문제를 연달아 푸는 구조는 그쪽과 닮았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서부극이라는 배경으로 문제들을 하나로 묶고, 슬롯머신이라는 장치로 순서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같은 시기 오락실을 채우던 건슈팅은 대개 실사에 가까운 그림과 무거운 분위기를 앞세웠습니다. 그 사이에서 이 게임은 짧고 가볍고 밝은 쪽을 골랐습니다. 한 판이 짧아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부담 없이 붙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연출은 시종 가볍습니다. 맞은 상대가 우스꽝스럽게 나가떨어지고, 실패했을 때 나오는 그림도 웃기게 만들어 두어서 하트를 잃어도 기분이 상하지 않습니다. 짧은 문제를 계속 넘기는 구조와 이 가벼운 분위기가 잘 맞아서, 한 번 앉으면 결과 화면까지는 붙잡고 있게 됩니다.

갤코라는 스페인 회사

만든 곳은 스페인 회사입니다. 오락실 게임이 일본과 미국에서 주로 나오던 시절에 유럽에서 꾸준히 기판을 내던 곳이고, 랠리 경주 게임이나 개성 있는 액션 게임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 회사가 90년대 후반에 내놓은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건슈팅 자리는 이름값 있는 일본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유럽 기판은 수입 자체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처음 접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조작이 겨누고 당기는 것뿐이라 설명 없이도 곧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