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게임보이판
버블 보블 (Bubble Bobble USA Europe)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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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백 원을 넣고 둘이 붙어 앉아 하던 그 게임이, 어느 날 손바닥만 한 흑백 화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게임보이판 보글보글은 화면이 좁고 색도 없지만, 거품을 뿜어 적을 가두고 뛰어올라 터뜨리는 그 손맛만큼은 놀라울 만큼 온전하게 옮겨져 있습니다. 오히려 화면이 작아진 덕에 한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빽빽하게 느껴지고, 거품 하나를 잘못 뿜었을 때의 대가도 더 크게 다가옵니다.
거품을 뿜고, 가두고, 터뜨리는 게임
보글보글(Bubble Bobble)은 초록색 공룡 버블룬과 파란색 조브를 움직여 한 화면짜리 방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좌우로 움직이고, 점프하고, 거품을 뿜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핵심은 거품이 곧 무기이면서 동시에 발판이라는 점입니다. 뿜어낸 거품에 적이 닿으면 적은 그 안에 갇혀 둥둥 떠오르고, 그 거품을 몸으로 들이받으면 적이 터지면서 과일이나 보석 같은 먹을거리로 바뀝니다. 그런데 거품은 적이 들어 있지 않아도 위로 떠오르는 물체라서, 그 위에 올라타 평소에는 닿지 않는 높은 발판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무기를 발판으로 쓰는 이 이중성이 보글보글을 다른 한 화면 액션 게임들과 갈라놓는 지점입니다.
방 안의 적을 모두 없애면 다음 방으로 넘어갑니다. 방은 벽돌 배치가 조금씩 다른 고정된 구조이고, 위아래가 뚫려 있어 화면 아래로 떨어지면 위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이 순환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게임이 갑자기 쉬워집니다. 아래로 몸을 던져 위험 지대를 통째로 건너뛰는 이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반드시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거품을 뿜어 놓고 곧바로 터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갇힌 적은 시간이 지나면 거품을 깨고 나오는데, 이때 나온 적은 색이 바뀌면서 훨씬 빠르고 사납게 움직입니다. 한 마리가 이렇게 각성하면 방 전체의 난이도가 확 올라갑니다. 뿜었으면 바로 쫓아가 터뜨리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여러 마리를 한 거품 덩어리에 몰아넣고 한꺼번에 터뜨리면 나오는 보상이 훨씬 커집니다. 점수를 노린다면 욕심을 낼 만하지만, 초보에게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씩 확실하게 지우는 쪽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한 방에서 너무 오래 꾸물거리면 게임이 재촉을 시작합니다. 쫓아다니는 방해물이 등장해 화면을 휘젓기 시작하는데, 이건 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러니 방에 들어서면 적 배치를 한눈에 훑고 어느 쪽부터 정리할지 빠르게 정하는 게 좋습니다.
먹을거리와 특수 거품
터진 적이 남기는 과일은 그냥 점수가 아닙니다. 무엇을 먹었느냐, 얼마나 빨리 연달아 먹었느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지고, 특정 조건을 채우면 화면에 특별한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신발을 먹으면 이동이 빨라지고, 사탕류를 먹으면 거품이 더 멀리 날아가거나 더 빨리 나갑니다. 이 강화들이 겹치면 체감 난이도가 눈에 띄게 내려가기 때문에, 아이템이 보이면 조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챙기는 편이 낫습니다.
물, 불, 번개가 든 특수 거품도 나옵니다. 이건 터뜨리면 그 속성이 화면에 풀려나가 여러 적을 한 번에 처리해 줍니다. 특히 물 거품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지나가는 적을 쓸어 담기 때문에, 위쪽에서 터뜨려 아래층을 정리하는 식으로 쓰면 효율이 아주 좋습니다.
게임보이판이라서 다른 것
원작 오락실판의 가장 큰 재미는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거품을 밟고 올라가고, 실수로 서로의 진로를 막기도 하는 협동이었습니다. 휴대용 기기 특성상 그 감각을 혼자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렵고, 화면이 좁아 방 전체 구조가 한눈에 안 들어오는 구간도 생깁니다.
대신 이식판은 손에 들고 어디서나 이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작과 다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오락실에서는 돈이 떨어지면 거기서 끝이지만, 휴대용에서는 같은 구간을 몇 번이고 다시 붙들고 늘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을 제대로 파고들어 뒷부분까지 본 사람은 오락실보다 휴대용 쪽이 더 많았을 겁니다.
한국에서의 보글보글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원제보다 통칭으로 훨씬 널리 불렸습니다. 어린 손님이 앉기 좋은 게임이라 문방구 앞이나 동네 오락실 구석에 오래 자리를 지켰고, 폭력적이지 않은 그림체 덕분에 부모가 옆에서 봐도 잔소리가 덜 나오는 몇 안 되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휴대용 이식판이 나온 뒤에는 게임보이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서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돌려 보며 서로 어디까지 갔는지 겨루던 기억이 남아 있는 게임입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조작은 여전히 명료하고, 한 방을 정리했을 때의 만족감도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