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
봉고 (Bongo) · 1983 · Jet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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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한 칸을 넘어가는 데 시간을 너무 끌면, 뒤에서 공룡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계산이고 뭐고 없이 달려야 합니다. 봉고는 그 단순한 장치 하나로 초창기 액션 게임에 급한 리듬을 만들어 넣은 작품입니다. 느긋하게 발판을 재던 사람도 뒤에 그림자가 붙는 순간 손이 급해집니다.
봉고(Bongo)는 붉은 옷을 입은 탐험가가 정글을 가로질러 달리는 옆스크롤 액션입니다. 풀밭 발판을 밟고 뛰어 구덩이를 건너고, 날아오는 새와 떨어지는 돌, 화살을 피하면서 화면 끝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가 전부이고, 무기는 없습니다. 싸우는 게 아니라 피하고 건너는 게임입니다.
한 판의 흐름
시작하면 화면이 옆으로 이어지고, 플레이어는 오른쪽으로 나아갑니다. 길에는 끊긴 구간과 높이가 다른 발판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방해물이 날아옵니다. 무기가 없으니 앞을 막는 것은 전부 피하거나 타이밍을 재서 지나가야 합니다.
이 게임의 긴장을 만드는 건 시간입니다. 한 화면에서 오래 머뭇거리면 뒤쪽에서 공룡이 따라붙고, 그때부터는 뒤가 안전하지 않습니다. 앞에 있는 위험을 피하는 동시에 뒤에서 오는 것에 잡히지 않아야 하니,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릴 여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요령은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경로를 미리 잡는 것입니다. 발판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건너기보다, 두세 개를 이어서 리듬으로 넘어가는 감각이 붙어야 합니다. 이 감각은 몇 판만 반복하면 생기는데, 대신 그전까지는 같은 자리에서 계속 죽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째는 점프 거리 감각입니다. 이 시기 게임이 대개 그렇듯 점프는 한 번 뛰면 공중에서 크게 고치기 어렵습니다. 발판 끝에서 뛰어야 닿는 자리와 조금 일찍 뛰어야 닿는 자리를 구분해서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위에서 오는 것을 못 보는 경우입니다. 발밑만 보고 뛰다가 새나 떨어지는 물체에 맞는 일이 잦습니다. 점프하기 직전에 착지 지점 위쪽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사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셋째는 공룡이 붙었을 때의 대처입니다. 이때 당황해서 아무 발판이나 밟으면 대개 구덩이로 떨어집니다. 오히려 공룡이 붙기 전에 이 구간을 어떻게 넘을지를 정해 두는 게 답입니다. 화면에 들어서자마자 경로를 정하고 바로 움직이면 공룡을 볼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같은 시기 게임들과 견주면
1983년 무렵 오락실은 화면 하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액션 게임이 대세였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정해진 화면 안에서 목표에 도달하는 구성이 흔했고, 화면이 옆으로 계속 흘러가는 방식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았습니다. 봉고는 그 흐름 속에서 옆으로 달리는 쪽을 택한 게임입니다.
무기가 없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총이나 망치를 쥐여 주는 대신 오로지 뛰기만 남겨 놓았습니다. 그래서 판단할 것이 적고, 대신 그 적은 판단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하느냐로 실력이 갈립니다. 요즘 말로 하면 아주 단출한 달리기 액션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뒤에서 쫓아오는 공룡이라는 장치가 얹히면서, 단순한 구성에 급박함이 생깁니다. 나중에 나온 여러 액션 게임에서 화면을 밀어붙이거나 추격자를 붙이는 방식이 흔해지는데, 이 게임은 그 초기 사례 중 하나로 볼 만합니다.
기판과 그 시절 사정
봉고는 갤럭시안 기판을 손봐서 만들었습니다. 갤럭시안은 1979년에 나온 슈팅 게임의 기판인데, 워낙 널리 퍼진 덕에 여러 회사가 이 하드웨어를 재활용해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슈팅용으로 설계된 기판에서 옆스크롤 액션을 굴린 셈이라, 화면 표현에는 제약이 뚜렷합니다. 색이 적고 캐릭터 크기도 작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약 아래서 만든 게임들이 오히려 오래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현으로 승부할 수 없으니 규칙과 배치로 재미를 내야 했고, 그 결과가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 게임은 여러 화면이 이어지는 꽤 긴 여정을 담고 있는데, 기판 사정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크게 유행한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1980년대 초중반의 동네 가게에는 이름을 모르는 옆스크롤 액션 기판이 한두 대씩 꽂혀 있었고, 그중 상당수가 이런 부류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면은 낡았어도 한 판이 짧고 즉각적이라, 몇 번 붙어 보게 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