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즈온
블레이즈온 (Blaze on Japan) · 1992 · A.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적을 부수는 대신 붙잡는 슈팅
슈팅 게임에서 적은 쏘아 없애는 대상입니다. 그게 장르의 기본 전제입니다. 그런데 화면에 나온 적 기체를 부수지 않고 붙잡아 자기 곁에 붙여 쓴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블레이즈온의 중심에는 그 발상이 있습니다. 특정 적을 무력화해 자기편으로 만들면 그 기체가 함께 날면서 공격을 도와줍니다. 옵션이나 파워업 아이템을 먹는 것과는 감각이 다릅니다. 조금 전까지 나를 쏘던 것이 지금은 내 옆에서 같은 방향으로 쏘고 있으니, 화면을 보는 재미 자체가 바뀝니다.
블레이즈온(Blaze On)은 1992년에 나온 횡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플레이어는 기체를 조종해 정면과 위아래에서 몰려오는 적과 탄을 처리하며 나아갑니다. 여기까지는 그라디우스 이래 익숙한 뼈대입니다. 이 게임이 그 뼈대 위에 얹은 것이 앞서 말한 포획 요소이고, 그 하나 때문에 같은 시기의 다른 횡슈팅들과 확실히 구별됩니다.
한 판의 흐름과 조작
조작은 레버와 버튼 몇 개로 끝납니다. 레버로 기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쏩니다. 슈팅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도 화면을 몇 초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계속 몰려오는 것을 쏘고, 날아오는 것을 피하면 됩니다.
실제로 어려운 부분은 그다음입니다. 횡스크롤 슈팅은 화면 안에서 자기 자리를 어디에 두느냐가 절반입니다. 왼쪽 끝에 붙으면 다가오는 적을 볼 시간은 길어지지만 적을 늦게 처리하게 되어 화면이 금세 가득 찹니다. 오른쪽으로 나가면 적을 빨리 잡을 수 있지만 갑자기 나타나는 것에 대응할 여유가 사라집니다. 대개는 화면 왼쪽에서 삼분의 일쯤 되는 자리가 무난합니다. 여기서 위아래로만 움직이며 처리하다가, 필요할 때만 앞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식으로 운용하면 안정적입니다.
포획 요소가 있는 만큼, 어떤 적을 부수고 어떤 적을 남겨 붙잡을지 판단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붙잡으려면 그 적을 화면에 살려 둔 채로 접근해야 하니 그동안 다른 적의 공격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판단이 이 게임의 고유한 재미이자 초보에게는 가장 큰 함정입니다. 욕심내다 무리하게 접근해서 죽는 일이 반복되면, 처음 몇 판은 그냥 다 쏴서 없애고 진행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초보가 넘어야 할 자리
횡스크롤 슈팅에서 초보가 죽는 이유는 대체로 셋입니다. 첫째는 화면을 넓게 보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 기체만 보고 있으면 위아래에서 들어오는 적을 못 봅니다. 시선은 자기 기체와 화면 오른쪽 가장자리 사이 어딘가에 두고, 기체는 곁눈으로 관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는 죽은 뒤의 대응입니다. 파워업이 있는 슈팅에서 한 번 죽으면 화력이 초기 상태로 돌아가고, 그 상태로 후반 구간을 마주하면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걸 부활 실패라고 부릅니다. 죽자마자 흥분해서 앞으로 나가지 말고, 화면 왼쪽에서 안전하게 회피하며 화력을 다시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셋째는 탄을 피하는 방식입니다. 초보는 탄이 오는 반대 방향으로 크게 도망칩니다. 하지만 화면이 좁으므로 크게 움직이면 곧 구석에 몰립니다. 탄 하나를 스치듯 최소한으로 비켜서면서 화면 중앙 근처를 유지하는 습관이 붙어야 오래 삽니다. 이건 이 게임뿐 아니라 슈팅 장르 전체에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1992년의 슈팅 시장 속에서
1992년은 슈팅 장르가 정점과 포화를 동시에 겪던 해입니다. 대전 격투가 오락실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슈팅의 자리가 좁아졌고, 남은 자리를 두고 여러 회사가 저마다 한 가지 특징을 내세운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게임은 화면을 채우는 탄의 밀도로, 어떤 게임은 기체 선택의 폭으로, 어떤 게임은 연출의 화려함으로 승부했습니다.
블레이즈온이 내세운 것은 시스템입니다. 적을 아군으로 삼는다는 발상은 슈팅에서 아주 드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게임 전체의 축으로 삼은 예는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화력을 모으는 과정이 아이템 먹기가 아니라 전투 중의 선택으로 바뀌고, 잘 풀린 판에서는 화면 절반이 자기 편으로 채워지는 그림이 나옵니다.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축은 아니지만, 그 시기 슈팅들이 어떻게든 남과 달라지려 애쓴 흔적을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지금 다시 켤 때
1990년대 초 슈팅은 지금 해도 크게 낡은 느낌이 없습니다. 화면 해상도와 색 수가 충분해지고 스프라이트도 커진 시기라, 보기에 답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난이도는 오락실 기준이라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쪽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한 번에 끝까지 가려 하기보다 구간을 나눠 익히는 접근이 맞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은 이런 무명작에 특히 유용합니다. 실기 기판을 만나기 어려운 게임이라 이름만 듣고 지나치기 쉬운데, 클릭 몇 번으로 첫 스테이지만 해 봐도 이 게임이 무엇으로 승부하려 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슈팅을 좋아한다면 포획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한 번쯤 해 볼 값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