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디케이터즈
빈디케이터즈 (Vindicators REV 5) · 1988 · Atari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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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가 두 개인 탱크
이 게임의 조작판을 처음 본 사람은 대개 잠깐 멈칫합니다. 레버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고, 각각 왼쪽 무한궤도와 오른쪽 무한궤도를 맡습니다. 둘 다 앞으로 밀면 전진하고, 하나만 밀면 그쪽으로 돌고, 한쪽은 앞 한쪽은 뒤로 밀면 제자리에서 회전합니다. 진짜 탱크를 모는 방식 그대로입니다.
덕분에 이 게임은 배우는 데 몇 분이 걸립니다. 하지만 그 몇 분을 넘기고 나면, 좁은 통로에서 몸을 비틀어 포탑을 적 쪽으로 겨누는 동작이 손에 붙습니다. 그 순간의 만족감이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빈디케이터즈(Vindicators)는 1988년 아타리 게임즈가 내놓은 탱크 슈팅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고,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스크롤되면서 스테이지가 흘러갑니다. 플레이어는 탱크 한 대를 몰고 적 기지 안으로 밀고 들어가, 길을 막는 포탑과 적 차량을 부수며 출구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두 명이 동시에 할 수 있고, 사실 이 게임은 둘이 할 때를 상정하고 만들어졌습니다. 한 대가 앞을 뚫고 한 대가 옆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혼자일 때와는 진행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연료가 곧 목숨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총알이 아니라 연료입니다. 탱크는 움직이는 동안 계속 연료를 소모하고, 연료가 바닥나면 그대로 멈춰 죽습니다. 즉 이 게임에서 시간을 끄는 행위 자체가 손해입니다.
연료는 맵 곳곳에 놓인 보급품을 주워 채웁니다. 그래서 진행 방향을 정할 때 적을 피하는 길과 연료가 놓인 길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안전한 우회로가 연료를 다 잡아먹어 결국 죽는 일이 흔합니다. 초보와 숙련자의 차이가 사격 실력보다 이 판단에서 훨씬 크게 갈립니다.
별을 모아 탱크를 키웁니다
적을 부수고 상자를 열면 별 모양 아이템이 나옵니다. 이 별은 스테이지가 끝난 뒤 강화에 씁니다. 화력, 속도, 장갑, 연료 효율 같은 항목 가운데 어디에 투자할지 직접 고르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취향이 갈립니다. 화력에 몰아 주면 앞을 빠르게 뚫을 수 있고, 속도에 투자하면 위험 구간을 빨리 빠져나갈 수 있으며, 연료 효율을 올리면 멀리 돌아가는 여유가 생깁니다. 둘이 할 때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키워 역할을 나누는 것도 가능합니다. 같은 게임을 해도 남의 탱크와 내 탱크가 다르게 생겨 먹는다는 점이 이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별을 아껴 두었다가 한꺼번에 쓰겠다는 계획이 대체로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초반 스테이지에서 조금이라도 강화를 해 두지 않으면 중반에서 그냥 막힙니다.
아타리 특유의 기판
이 무렵 아타리 게임즈는 커스텀 하드웨어로 부드러운 스크롤과 큼직한 스프라이트를 뽑아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빈디케이터즈도 그 계보에 있는 작품이라, 화면이 꽉 차게 스크롤되는 감각과 폭발 연출이 같은 시기 다른 탑다운 슈팅보다 묵직합니다.
탱크를 두 레버로 모는 조작 역시 아타리가 예전부터 밀어 온 방식입니다. 흔한 8방향 레버 하나로 끝내지 않고 캐비닛 자체를 게임의 일부로 삼는 태도인데, 덕분에 개성은 확실하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도 생겼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이야기는 흔치 않습니다. 레버 두 개짜리 전용 조작판이 필요해 아무 기판에나 얹을 수 없었고, 그 시기 국내 오락실의 주류는 횡스크롤 액션과 대전 격투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처음 잡아 보신다면 첫 판은 조작에만 익숙해지시길 권합니다. 두 레버를 동시에 밀어 직진하는 것부터, 한쪽만 밀어 완만히 도는 것, 반대로 밀어 제자리에서 도는 것까지 세 가지를 몸에 익히면 그다음부터는 게임이 열립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둘이 하십시오. 이 게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