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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탱크

사이버 탱크 (Cyber Tank v1 4) · 1988 · Co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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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오지 못한 두 사람용 전차

1988년 여름, 코어랜드는 오락실에 시험용으로 기계 한 대를 내놓았습니다. 모니터가 두 개 달린 커다란 통짜 기계였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전차 한 대를 함께 조종하는 물건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몰고 한 사람은 쏩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시험 설치는 실패로 끝났고 이 게임은 정식 발매되지 못했습니다. 현존하는 기계가 한 대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희귀한 물건이 됐습니다.

사이버 탱크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운전수와 사수가 나눠 맡는 한 대

사이버 탱크(Cyber Tank)는 전차 한 대를 두 사람이 나눠 조종하는 슈팅 게임입니다. 1인용으로도 할 수 있지만, 이 기계가 상정한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앉는 상황입니다. 1번 자리는 전차의 이동을 맡고, 2번 자리는 포탑을 돌려 적을 쏩니다. 두 번째 사람은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이 만드는 것은 대화입니다. 운전수는 어디로 갈지를 정하고 사수는 무엇을 먼저 잡을지를 정하는데, 둘이 맞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운전수가 급하게 방향을 틀면 사수의 조준이 무너지고, 사수가 조준하느라 소리치는 동안 운전수는 그대로 벽에 박습니다. 반대로 손발이 맞으면 혼자서는 낼 수 없는 속도가 나옵니다. 오락실 기계로서는 대단히 야심찬 발상이었습니다.

모니터가 두 개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각자가 봐야 할 정보가 다르니 화면을 나눈 것입니다. 운전을 맡은 쪽은 지형과 진행 방향을 봐야 하고, 쏘는 쪽은 조준점과 표적을 봐야 하니 한 화면에 다 담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기계가 크고 비쌌습니다.

혼자 할 때는 두 역할을 한 사람이 번갈아 맡는 셈이 됩니다. 이동에 신경을 쓰면 조준이 늦고, 조준에 매달리면 엉뚱한 곳으로 굴러갑니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경우에는 욕심을 버리고 안전한 자리에 세워 놓은 뒤 쏘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움직이면서 맞히려는 시도는 손이 두 배로 바빠질 뿐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왜 실패했을까

이런 기계의 문제는 명확합니다. 두 사람이 있어야 제 맛인 게임인데, 오락실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앉는 상황이 늘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혼자 온 손님에게 이 기계는 절반만 작동하는 물건입니다. 자리를 두 개 차지하면서 손님은 한 명만 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업주 입장에서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크기와 값도 부담이었습니다. 모니터 두 대에 전용 조작 장치를 얹은 통짜 기계는 놓을 자리부터 문제입니다. 같은 면적에 보통 기계 두세 대를 놓는 편이 수익이 낫다는 판단이 나오면 이런 기계는 팔리지 않습니다. 1988년은 오락실이 커지고는 있었지만, 대형 체감형 기계는 세가 같은 큰 회사가 주도하던 영역이었습니다.

코어랜드라는 회사

코어랜드는 1980년대 일본 오락실 판에서 꾸준히 게임을 만들던 개발사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유통하기보다 다른 회사에 넘겨 발매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 이 회사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빚이 쌓였고, 결국 반다이가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이 반프레스토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반프레스토는 슈퍼로봇대전 같은 판권 게임을 내는 회사로 알려지게 됩니다.

이 게임은 그 전환의 직전에 놓인 물건입니다. 회사가 마지막으로 크게 걸어 본 승부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매되지 못한 게임인데도 음악 앨범이 따로 나왔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만드는 쪽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한국 오락실에는 애초에 올 수 없었던 물건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으니 한국 오락실에 들어올 길 자체가 없었습니다. 설령 발매됐더라도 결과는 비슷했을 것입니다. 그 시절 국내 오락실은 좁은 공간에 기계를 최대한 많이 채워 넣는 구조였고, 모니터 두 개짜리 전용 기계가 놓일 자리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대형 체감형 기계는 백화점 옥상이나 대형 오락실에나 한두 대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지금 보는 것은 발굴에 가깝습니다. 손님을 만나지 못한 채 창고에 있던 것이 롬 데이터로 남아 뒤늦게 돌아가는 것이니, 완성도를 따지기보다 그 시절 오락실 회사들이 어디까지 시도했는지를 보는 자료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두 사람이 하나의 기계를 나눠 맡는다는 발상 자체는 지금 봐도 흥미롭고, 훗날 협동 조작을 앞세운 게임들이 다시 꺼내 든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