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패미컴판
삼국지 (Sangokushi Japan) · 1988 · Ko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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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이 며칠씩 가는 게임
오락실 게임이 백 원에 몇 분이었다면, 이 게임은 한 판을 잡으면 며칠이 갑니다. 화면에는 중국 지도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여러 주가 색깔로 나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중 한 군주를 고르고,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세금을 걷고 둑을 쌓고 병사를 모으고 인재를 찾습니다. 그렇게 몇십 턴을 쌓아 올린 다음에야 겨우 옆 주를 칠 힘이 생깁니다.
삼국지(Sangokushi)는 코에이가 만든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조조, 유비 같은 군주 중 하나를 골라 중국 전토를 통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나리오마다 시작 연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각 세력의 판도와 소속 무장이 달라집니다.
능력치로 사람을 본다
이 게임의 뼈대는 무장입니다. 각 무장에게는 무력, 지력, 통솔, 매력 같은 수치가 붙어 있고, 이 수치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를 결정합니다. 무력이 높은 사람은 앞에 세우고, 지력이 높은 사람에게는 계략을 맡기고, 매력이 높은 사람은 인재 등용에 보냅니다.
관우나 장비 같은 이름을 가진 무장이 실제로 압도적인 수치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숫자만 보고도 누가 누구인지 알아봅니다. 반대로 이름 없는 무장을 등용해 키워 쓰는 재미도 있습니다.
내정이 전쟁보다 길다
전투는 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작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내정에 들어갑니다. 개간을 하면 이듬해 수확이 늘고, 치수를 하면 수해가 줄고, 상업을 키우면 자금이 돕니다. 병사를 뽑으려면 식량이 있어야 하고, 식량은 농지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초보자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병력만 잔뜩 모으는 것입니다. 병사는 계속 식량을 먹기 때문에, 기반 없이 군대만 키우면 곧 굶어서 병력이 줄어듭니다. 전쟁을 나가려면 최소한 몇 년치 비축이 있어야 합니다.
계략과 외교
정면으로 싸우기 어려운 상대는 계략으로 흔듭니다. 헛소문을 퍼뜨려 상대 진영을 이간질하고, 사자를 보내 등용을 시도하고, 동맹을 맺어 압박을 나눕니다. 지력이 높은 무장이 계략을 걸면 성공률이 크게 오르므로, 참모급 인물을 확보하는 것이 전투 병력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전투에 들어가면 지도가 격자 무늬 전장으로 바뀝니다. 산과 강 같은 지형이 이동과 전투력에 영향을 주고, 불을 놓거나 매복을 걸어 수적 열세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병력 차이를 지형과 계략으로 메우는 그 순간이 이 시리즈가 오래 사랑받은 이유이고, 코에이는 이후 수십 년간 삼국지 시리즈를 이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