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 조
석세스 조 (Success Joe World Incomplete Sound)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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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이 게임의 제목은 그냥 내일의 조였습니다. 만화를 읽고 자란 세대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이지만, 해외로 나갈 때는 그 이름이 통하지 않으니 석세스 조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복싱 게임 하나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링 위에 선 저 마른 청년이 누구인지 보는 순간 알아봅니다.
석세스 조(Success Joe)는 링 위에서 컴퓨터가 조종하는 상대와 일대일로 겨루는 복싱 게임입니다. 4방향 레버와 버튼 두 개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주먹을 내며 레버로 자세와 이동을 잡습니다. 상대의 체력을 깎아 다운시키거나 라운드를 버텨 판정으로 이기면 다음 상대로 올라가는, 복싱이라는 종목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게임입니다.
링 위에서 벌어지는 일
버튼 두 개로 낼 수 있는 주먹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레버 방향과 조합해 위를 노리는 주먹과 몸통을 노리는 주먹이 갈리고, 뒤로 물러나며 내는 것과 파고들며 내는 것이 다르게 나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손이 바쁜 게임은 아닌데도, 어떤 주먹을 언제 내느냐로 판이 갈립니다.
가드가 중요합니다. 상대가 몰아붙일 때 무리하게 맞받아치면 카운터를 얻어맞고 순식간에 체력이 날아갑니다. 레버를 뒤로 잡고 몇 대를 흘려보낸 뒤, 상대가 한 세트를 끝내고 잠깐 멈추는 그 순간에 반격을 넣는 것이 기본 리듬입니다. 이 리듬을 잡기 전까지는 대체로 초반 상대에게도 고전합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걸음이 무거워지고 주먹도 느려집니다. 게임이 이쪽 상태를 눈에 보이게 알려 주는 셈인데, 그때부터는 공격을 접고 시간을 끄는 쪽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무리하게 한 방을 노리다 그대로 눕는 그림이 이 게임에서 가장 흔한 패배 장면입니다.
원작이 있는 게임이라는 것
내일의 조는 1960년대 말에 시작해 일본에서 세대를 관통한 권투 만화입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링 위에서 자신을 태워 버리는 이야기라, 밝고 경쾌한 스포츠물과는 결이 다릅니다. 게임도 그 정서를 어느 정도 가져와서, 화려한 연출로 신나게 만드는 대신 한 대 한 대 주고받는 무게를 살리는 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작을 모르고 앉아도 게임 자체는 성립합니다. 다만 상대 선수들이 왜 저렇게 생겼고 왜 저런 순서로 나오는지, 만화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 상당히 다릅니다. 캐릭터에 감정이 실리느냐 아니냐의 차이라, 이 게임의 평가가 사람마다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소재의 다른 게임들과
이 게임 이듬해에 SNK 네오지오로 같은 원작을 쓴 다른 게임이 나옵니다. 그쪽이 훨씬 널리 알려져서, 내일의 조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그 작품을 먼저 떠올립니다. 1990년의 이 타이토판은 그보다 한 해 먼저 나온,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쪽입니다.
같은 시기 오락실 복싱 게임들과 비교하면 이 게임은 조작이 단순한 편입니다. 버튼을 많이 쓰지 않고 방향과의 조합으로 기술을 나누는 방식이라, 진입 자체는 쉽습니다. 대신 깊이를 만드는 부분이 주먹의 종류가 아니라 타이밍과 거리 쪽에 몰려 있어서, 잘하게 되는 과정이 눈에 잘 안 보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타이토와 그 시절 오락실
타이토는 1990년 전후로 온갖 장르를 다 건드리던 회사였습니다. 슈팅과 퍼즐과 액션을 동시에 내면서, 그중 상당수는 외부 개발사가 만들고 타이토 이름으로 유통하는 형태였습니다. 석세스 조도 웨이브라는 회사가 만들어 타이토가 낸 작품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원작 만화의 인지도가 일본만큼 높지 않았고, 스포츠 게임은 대전격투나 슈팅에 비해 100원을 넣게 만드는 힘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큰 오락실 구석에 한 대 있으면 있는 정도였고, 대부분은 이런 게임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나중에 알게 되는 쪽입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화면이 소박한 대신 주먹이 오가는 감각은 제법 단단합니다. 한 라운드를 온전히 버티고 판정으로 이겨 보면, 이 게임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라, 맞고 버티다 한 번 제대로 넣는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