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로코모티브
슈퍼 로코모티브 (Super Locomotive REV a) · 1982 · Seg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기차가 주인공인 흔치 않은 게임
달리는 것을 소재로 삼은 오락실 게임은 대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주인공은 기관차입니다. 화면 아래쪽에서 위로 뻗은 여러 갈래의 선로 위를 증기 기관차가 달리고, 플레이어는 그 기차를 몰아 앞에 늘어선 다른 차량들 사이를 헤쳐 나갑니다. 자동차 게임이라면 핸들을 꺾어 차선을 바꾸겠지만, 기차는 그렇게 자유롭지 않습니다. 선로가 갈라지는 지점에서만 방향을 정할 수 있고, 한 번 들어선 선로는 다음 분기점이 나올 때까지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제약 하나가 게임 전체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처음 이 화면을 보면 흔한 종스크롤 주행 게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몇 판 해 보면 이게 반사신경보다 판단의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 눈앞의 장애물을 피하는 것보다, 지금 고른 선로가 저 위에서 어떻게 되는지를 미리 읽어야 살아남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슈퍼 로코모티브(Super Locomotive)는 세가가 1982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화면은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플레이어의 기관차는 화면 아랫부분에 자리를 잡은 채 선로 위를 전진합니다. 앞쪽에는 먼저 달리고 있는 열차와 화차들이 줄지어 있고, 이들과 부딪히면 잔기가 하나 줄어듭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레버로 좌우 선로를 고르고 속도를 조절하며, 버튼으로 가속을 겁니다. 배워야 할 명령이 거의 없는 대신, 언제 속도를 올리고 언제 죽일지를 판단하는 데서 실력 차이가 벌어집니다. 무턱대고 최고 속도로 달리면 분기점을 고를 시간이 모자라 앞차 꽁무니를 들이받게 되고, 겁을 먹고 느리게만 가면 이번에는 제한 시간이 발목을 잡습니다.
선로를 읽는 재미
이 게임의 핵심은 추월입니다. 앞차와 같은 선로에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부딪힙니다. 그러니 앞차가 어느 선로에 있는지 보고, 비어 있는 옆 선로로 미리 옮겨 놓아야 합니다. 문제는 옮길 수 있는 지점이 분기점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분기점을 지나친 뒤에 앞차를 발견하면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숙련된 플레이는 시선이 화면 위쪽에 머뭅니다. 지금 내 기차 바로 앞이 아니라, 다음 분기점과 그 너머의 선로 배치를 보는 것입니다. 이 감각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번 몸에 붙으면 같은 구간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막 시작한 사람은 앞차에 받혀 죽고, 익숙한 사람은 앞차들 사이를 실처럼 빠져나갑니다.
초보가 막히는 지점
처음 잡으면 대개 두 가지에서 넘어집니다. 하나는 속도 조절을 잊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자동차 게임과 달리 감속이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당한 전술입니다. 분기점이 가까운데 앞이 막혀 있으면 일단 속도를 죽이고 선로를 고른 다음 다시 올리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다른 하나는 선로가 여러 갈래로 벌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구간입니다. 옆 선로가 비어 보여서 옮겼는데, 그 선로가 앞에서 다른 선로와 합쳐지면서 결국 앞차와 같은 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앞이 아니라 합류 지점까지 보고 고르는 습관을 들이면 이 함정에 덜 걸립니다.
시대와 기판, 그리고 기억
1982년이면 아직 화면 한 장에 담긴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보던 시절입니다. 이 게임도 규칙이 몇 줄로 설명되고, 그 몇 줄 안에서 난이도를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캐릭터가 뛰거나 총을 쏘지 않고 기차가 선로를 고르기만 하는데도 한 판이 팽팽한 것은, 그 제약 자체가 잘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슈퍼 로코모티브가 아주 널리 깔린 기판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 세가 게임 중에서도 더 유명한 것들에 가려진 편입니다. 그래도 지금 다시 해 보면 소재의 신선함이 꽤 오래갑니다. 기차를 몬다는 설정이 그저 겉모습이 아니라 조작 규칙까지 바꿔 놓은 게임은 이 시절에도 많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한 판이 끝나고, 규칙을 익히는 데 설명이 거의 필요 없으며, 그럼에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확연히 갈립니다. 초기 아케이드 게임이 가진 장점을 고스란히 갖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