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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보이 4

슈퍼 보이 4 (Super Mario World Super Boy 4) · 1992 · Zem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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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보이에도 마리오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국내 아이들 사이에는 묘한 논쟁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 집 겜보이에도 마리오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패미컴의 슈퍼 마리오는 닌텐도 것이고 겜보이는 다른 회사 기계였으니 그럴 리가 없는데, 실제로 그 집에 가서 화면을 보면 통통한 주인공이 블록을 머리로 치고 버섯처럼 생긴 적을 밟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그 게임이었습니다.

그 정체가 슈퍼 보이 시리즈였고, 이 게임은 그 네 번째 작품입니다. 슈퍼 보이 4(Super Boy 4)는 마스터시스템에서 돌아가는 횡스크롤 점프 액션으로, 앞선 편들이 원작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물건이었던 것과 달리 4편은 스테이지 배치와 그래픽을 새로 짜서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원작 지도를 외우고 온 아이도 4편 앞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길을 익혀야 했습니다.

슈퍼 보이 4 플랫폼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2)

달리기와 점프의 관성

버튼은 사실상 두 개입니다. 하나는 점프, 하나는 달리기 겸 공격입니다. 달리면서 뛰면 훨씬 멀리 날아가고, 이 관성을 몸에 익히는 것이 이 게임의 처음이자 마지막 관문입니다. 짧은 발판이 띄엄띄엄 놓인 구간에서 가만히 서서 뛰면 발판 코앞에서 떨어지고, 반대로 전력으로 달려 들어가면 발판을 지나쳐 반대편 낭떠러지로 넘어갑니다.

적을 밟아 처치하는 방식도 그대로입니다. 밟는 순간 점프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반동으로 더 높이 튀어 오르기 때문에, 적을 연달아 밟으며 계단처럼 올라가는 곡예가 가능합니다. 손에 익은 사람은 발판을 아예 무시하고 적의 머리만 밟아 스테이지 위쪽 지름길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블록을 치면 아이템이 나옵니다. 먹으면 몸집이 커져 한 대를 더 버티고, 불꽃 계열을 먹으면 원거리 공격이 생겨 난이도가 확 내려갑니다. 문제는 한 대만 맞아도 단계가 내려간다는 점이라, 강해졌다고 방심하는 순간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물속과 성이 어려웠습니다

지상에서 시작해 지하, 물속, 하늘, 성 안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뼈대를 쓰되 세부 배치는 4편만의 것입니다. 특히 물속 구간이 까다롭습니다. 물에 들어가면 점프가 헤엄으로 바뀌어 버튼을 계속 두드려야 가라앉지 않고, 좁은 통로를 지나는 동안 물고기 모양 적이 위아래로 오가기 때문에 리듬이 한 번 끊기면 그대로 부딪힙니다.

각 구역 끝에는 보스가 기다립니다. 대체로 일정한 패턴으로 좌우를 오가며 무언가를 뿌리는데, 정면에서 맞서기보다 발판 끝에서 기다렸다가 빈틈에 공격을 넣는 쪽이 안전합니다. 원거리 공격을 들고 들어가면 거리를 유지한 채 정해진 횟수만 맞히면 되므로, 보스전 직전에는 아이템을 아끼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카트리지 한 장으로 몇 달을 버티던 시절

이 게임이 유난히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완성도만은 아닙니다. 당시 국내에서 콘솔 소프트는 문방구와 전자상가에서 팔렸고 한 장 값이 만만치 않아서, 큰맘 먹고 산 카트리지 하나를 몇 달씩 붙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슈퍼 보이는 그런 시절에 스테이지가 넉넉해 오래 버틸 수 있는 소프트였습니다.

형제나 친구와 번갈아 하며 한 판 죽으면 조종기를 넘기고, 누가 어디까지 갔는지를 두고 다투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세이브가 없어 전원을 끄면 처음부터라는 점도 그런 기억을 만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오늘 다시 켜 보면 발판 배치가 손끝에 남아 있어 놀라는 순간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