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오프로드 더 바하
슈퍼 오프로드 더 바하 (Super Off Road the Baja USA) · 1993 · Trade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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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던 경주가 뒤로 돌아갔습니다
오프로드 시리즈를 오락실에서 해 보신 분이라면 화면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코스에서 트럭 네 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도는 그림을 기억하실 겁니다. 코스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와서 상대가 어디 있는지 늘 보였고, 그래서 부딪치고 밀어내는 싸움이 되곤 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시점을 버렸습니다. 카메라가 차 뒤로 내려와 앞을 바라보고, 화면 저 끝에서 언덕과 커브가 밀려옵니다. 같은 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체감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부제로 붙은 바하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오프로드 경주의 이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슈퍼 오프로드 더 바하(Super Off Road: The Baja)는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트럭 경주 게임입니다. 차 뒤에서 따라가는 시점으로, 정해진 순위 안에 들어야 다음 경기로 나아갑니다.
조작은 가속, 제동, 조향으로 단순합니다. 다만 노면이 흙과 모래라 접지력이 낮습니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경주 게임처럼 커브 앞에서 늦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대로 미끄러져 코스 밖으로 나갑니다. 반대로 미끄러짐을 이용해 차를 옆으로 흘리며 도는 감각을 익히면 훨씬 빠르게 돌 수 있습니다.
지형이 평평하지 않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언덕을 넘을 때 차가 공중으로 뜨고, 착지가 나쁘면 방향이 틀어지거나 속도를 잃습니다. 뜨기 직전에 방향을 잡아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상금과 개조
경기에서 순위에 들면 상금이 나오고, 그 돈으로 차를 손봅니다. 최고 속도를 올리는 부품, 가속을 좋게 하는 부품, 접지력을 높이는 타이어, 충격을 잡아 주는 완충 장치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어디에 먼저 투자하느냐가 초반의 체감을 크게 바꿉니다. 최고 속도를 먼저 올리면 직선에서는 신나지만 커브마다 코스 밖으로 튀어 나가 결국 순위가 떨어집니다. 이 게임에서는 타이어와 완충 장치를 먼저 올리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차가 말을 듣기 시작하면 그때 속도를 올려도 늦지 않습니다.
질소 부스터도 있습니다. 한 경기에 쓸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 데서나 쓰면 낭비입니다. 긴 직선 구간의 초입에서 쓰는 게 가장 효율이 좋고, 커브 직전에 쓰면 그대로 밖으로 날아갑니다.
코스와 상대
무대는 사막, 진흙탕, 자갈길, 물웅덩이가 섞인 코스들입니다. 물웅덩이는 지나갈 때 속도가 크게 깎이므로 가능하면 피해서 돌아가는 편이 낫고, 진흙 구간에서는 조향이 유난히 무뎌집니다.
상대 차들은 제법 공격적으로 붙습니다. 옆에서 밀어 코스 밖으로 내보내려 들고, 좁은 구간에서는 앞을 막습니다. 무리해서 안쪽으로 파고들다 서로 엉켜 둘 다 멈추는 일이 자주 생기므로, 추월은 상대가 커브에서 벌어지는 순간을 노리는 게 안전합니다.
코스를 외우는 게 결국 가장 큰 무기입니다. 어디에 언덕이 있고 어느 커브가 급한지 머리에 들어오면 기록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이 시절 경주 게임 사이에서
슈퍼패미컴에는 유사 3차원 화면을 쓰는 경주 게임이 여럿 있었습니다. 기기의 화면 회전 기능을 활용해 도로가 휘어지는 느낌을 내는 방식이었고, 이 작품도 같은 계열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주 게임이 매끈한 서킷을 달렸던 데 비해, 이쪽은 울퉁불퉁한 땅과 미끄러지는 노면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정확하게 선을 따라 도는 재미가 아니라, 흐트러지는 차를 붙잡아 가며 달리는 재미입니다. 취향이 갈릴 수 있지만 이 방향을 좋아하신다면 지금 해도 충분히 즐길 만합니다.
오락실 원판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을 기대하고 켜셨다면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래도 몇 바퀴 돌다 보면 이 판이 노린 것이 무엇인지 손에 들어옵니다. 화면 밖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언덕과,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 불안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