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슈퍼 체이스

슈퍼 체이스 (Super Chase Criminal Termination World no Sound) · 1992 · Tait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추격 레이싱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결승선을 지날 때가 아니라, 앞차를 옆에서 들이받아 도로 밖으로 밀어낼 때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 감각 하나로 오락실을 장악했고, 이 작품은 거기에 큰 변화를 하나 더 얹었습니다. 화면에서 내 차가 사라진 것입니다. 뒤에서 내 경찰차를 바라보던 시점 대신, 운전석에 앉은 시점으로 도로가 정면에서 달려듭니다.

슈퍼 체이스(Super Chase - Criminal Termination)는 제한 시간 안에 범인 차량을 따라잡아 들이받아 정지시키는 추격 레이싱입니다. 액셀과 브레이크, 핸들, 그리고 속도를 급하게 끌어올리는 부스터가 조작의 전부입니다. 시간 안에 범인을 잡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판이 끝나고, 잡으면 다음 사건으로 넘어갑니다.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1인칭 시점을 쓰고, 스테이지마다 다른 차량을 몰게 한 것이 이 작품의 자리입니다.

슈퍼 체이스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1인칭이 바꿔 놓은 것

시점이 바뀌면 같은 조작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뒤에서 내 차를 볼 때는 차의 폭과 차선의 위치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운전석 시점에서는 그 감각을 스스로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몇 판은 멀쩡한 직선에서도 갓길을 긁게 됩니다. 대신 정면에서 마주 오는 차량과 스치는 순간의 압박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커집니다.

이 시점의 또 다른 효과는 범인 차량과의 거리감입니다. 앞에 붙어 있는 차가 화면에서 커졌다 작아지는 것으로 접근을 판단해야 하므로, 언제 부스터를 쓸지 결정하는 감각이 달라집니다. 뒤 시점에서는 눈으로 재던 거리를, 여기서는 화면 안 크기 변화로 읽습니다. 몇 판만 하면 익숙해지지만, 그 전까지는 늘 조금 늦게 붙습니다.

슈퍼 체이스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차량이 바뀐다

이 작품은 스테이지마다 모는 차가 달라집니다. 승용차로 시작해 도중에 사륜구동 차량으로, 그리고 더 뒤에는 아주 큰 트럭으로 바뀝니다. 차가 바뀌면 무게와 회전 반경이 통째로 달라져서, 앞 스테이지에서 몸에 익힌 핸들 감각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차는 늦게 돌고 늦게 서지만 부딪힐 때는 확실히 밀어냅니다.

여기서 초보가 가장 많이 죽는 지점이 나옵니다. 차가 바뀐 직후의 첫 코너입니다. 앞 스테이지 감각으로 늦게 핸들을 꺾으면 그대로 벽에 붙습니다. 새 차를 받으면 초반 직선에서 일부러 좌우로 조금 흔들어 회전이 얼마나 느린지 확인하고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슈퍼 체이스 레이싱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2)

시간과 부딪힘의 저울질

이 장르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시간은 계속 줄고, 부딪히면 속도가 죽습니다. 그러니 빠르게 가되 부딪히지 말아야 하는데, 이 둘은 서로 반대 방향입니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최고 속도가 아니라, 교통 체증 구간에서 얼마나 덜 부딪히느냐에서 갈립니다.

요령은 앞차를 보고 피하는 게 아니라 빈 차선을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눈은 화면 가까이가 아니라 멀리 두고, 저 앞의 비어 있는 줄을 골라 미리 그쪽으로 옮겨 둡니다. 그리고 부스터는 아무 데서나 쓰지 말고 차가 드문 직선에서만 씁니다. 막힌 구간에서 부스터를 쓰면 속도가 붙은 채로 벽에 박아서, 아낀 시간보다 잃는 시간이 큽니다.

타이토의 기판과 그 시절

1990년대 초 오락실의 레이싱은 화려한 체감형 기계로 손님을 끄는 시기였습니다. 좌석이 있고 핸들과 페달이 달린 큰 기계는 그 자체로 오락실의 간판이었고, 회사들은 저마다 새 기판을 만들어 더 빠르고 더 매끄러운 화면을 내놓으려 했습니다. 이 작품도 타이토가 그 경쟁에 맞춰 준비한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시리즈는 이름보다 화면으로 기억됩니다. 앞차를 들이받아 세우는 그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라, 정확한 제목을 몰라도 경찰차로 범인 쫓는 게임이라고 하면 다들 알아들었습니다. 다만 큰 기계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가격도 비싸서 모든 오락실에 있지는 않았고, 규모가 있는 곳에 가야 볼 수 있는 축에 속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제대로 해 봤다는 것은 그 시절 좋은 오락실을 다녔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