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트리비아
슈퍼 트리비아 (Super Triv no Sound) · 1985 · Nova du Canad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총도 레버도 없이 문제만 나오는 기판
오락실 기계 앞에 앉았는데 우주선도 주먹도 자동차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화면 가득 영어 문장이 한 줄 뜨고, 그 아래로 답 네 개가 나란히 붙습니다. 제한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여러분은 버튼 위에 손을 올린 채 아는 게 있나 더듬게 됩니다. 이게 이 기판이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전부입니다.
1980년대 북미 술집과 볼링장에는 이런 기계가 꽤 있었습니다. 어깨와 손목을 쓰는 게임이 아니라 앉아서 맥주 한 잔 하며 친구와 티격태격하기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답을 아는 사람이 누구냐로 자리가 시끄러워지는 게 이 기계의 진짜 용도였습니다.
문제를 읽고 넷 중 하나를 고릅니다
슈퍼 트리비아(Super Triv)는 영어로 된 상식 문제를 내고 사지선다로 답을 받는 퀴즈 게임입니다. 조작은 답 고르기와 확인, 그게 전부입니다. 맞히면 점수가 붙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며, 틀리면 기회가 깎입니다. 정해진 횟수만큼 틀리면 그 판은 끝납니다.
문제는 한 갈래로만 나오지 않습니다. 분야를 나눠 놓고 그중에서 고르게 하는 방식이 섞여 있어, 자신 있는 쪽으로 붙어 점수를 벌고 약한 쪽은 피해 가는 식의 판단이 생깁니다. 이 선택 때문에 단순히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이 오래 버팁니다.
시간 압박이 진짜 적입니다
앉아서 차분히 생각하면 풀릴 문제도 화면 아래 시간 막대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머리가 하얘집니다. 이 게임이 만들어 내는 긴장은 반사신경이 아니라 이 압박에서 옵니다. 특히 네 개 보기 중 둘까지는 금방 지워지는데 나머지 둘 사이에서 갈릴 때, 남은 몇 초가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요령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모르겠다 싶으면 오래 붙잡지 말고 빨리 찍는 편이 낫습니다. 어차피 끝까지 생각해도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라면, 시간을 다 쓰고 틀리나 3초 만에 틀리나 결과는 같습니다. 그 대신 아는 문제가 나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눌러서 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어가 벽이지만 넘을 만한 벽입니다
문제와 보기가 전부 영어라 처음에는 부담스럽습니다. 다만 겁먹을 만큼은 아닙니다. 퀴즈 문장 구조가 거의 정해져 있어서 몇 판 하다 보면 어디를 먼저 읽어야 하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문장 전체를 해석하기보다 핵심 명사 하나와 보기 네 개를 대조하는 식으로 읽으면 시간 안에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문제 자체도 북미 기준의 상식이라 낯선 게 섞여 있습니다. 현지 지명, 방송, 인물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모르면 못 맞힙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할 때는 만점을 노리기보다 아는 분야에서 최대한 뽑아내고 모르는 쪽은 빠르게 넘기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둘이 할 때 훨씬 재미있습니다
혼자 하면 그냥 시험 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둘이 붙으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서로 번갈아 문제를 받고 점수를 쌓는 구조라, 상대가 쉬운 문제를 놓치면 속으로 웃게 되고 내가 아는 문제를 상대가 가져가면 억울해집니다. 이 게임이 술집에 놓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같이 하는 사람끼리 강한 분야가 갈리면 더 좋습니다. 한쪽이 역사에 강하고 다른 쪽이 대중문화에 밝으면, 어떤 분야가 걸리느냐에 따라 판세가 뒤집힙니다. 실력이라기보다 운에 가까운 요소인데, 그래서 오히려 계속 한 판 더 하자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소리 없는 판본으로 남았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이 판본은 소리 부분이 빠진 형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정답을 맞혔을 때의 효과음이나 배경음 없이 화면만 조용히 돌아갑니다. 그래서 처음 켜면 기계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지만, 문제를 읽고 답을 고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소리가 없으니 화면 속 글자에만 집중하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오락실보다 조용한 방에서 혼자, 혹은 옆에 한 사람 앉혀 놓고 하기에 더 어울리는 물건이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