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트리오
슈퍼 트리오 (Super Trio) · 1994 · Gam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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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처음 켜면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동글동글한 동물 주인공, 알록달록한 배경, 물건을 던지며 뛰어다니는 진행까지, 패미컴에서 다람쥐 구조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손이 먼저 반응합니다. 슈퍼 트리오는 그 익숙한 문법을 그대로 오락실 기판에 옮겨 놓은 국산 게임입니다.
슈퍼 트리오(Super Trio)는 좌우로 흐르는 화면에서 뛰고 쏘며 나아가는 액션 플랫포머입니다. 쥐, 고양이, 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스테이지 끝까지 도달하고 보스를 쓰러뜨리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두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어서, 오락실에서는 옆자리에 친구를 앉히고 같이 진행하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셋 중 누구를 고를까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시간을 오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세 동물은 겉모습만 다르고 성능은 사실상 같기 때문입니다. 쥐가 더 빠르거나 개가 더 세거나 하는 차이가 없어서, 순전히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면 됩니다. 이 점은 오히려 2인 플레이에서 편했습니다. 누가 뭘 고르든 손해 보는 쪽이 없으니 자리싸움이 없었습니다.
무기는 아이템으로 강화됩니다. 최대 네 단계까지 올릴 수 있고, 올라갈수록 탄이 굵어지고 화력이 붙습니다. 이 게임의 실질적인 난이도는 무기 단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맞아서 단계가 떨어지면 잡몹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그 느려진 속도 때문에 또 맞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 외에도 체력을 채워 주는 음식, 잠깐 무적이 되는 아이템, 화면 전체를 정리하는 번개, 이동 속도를 올리는 날개 달린 신발 등이 스테이지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번개는 아껴 두었다가 보스 직전이나 적이 몰려나오는 구간에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열두 판을 지나는 길
스테이지는 열두 개로 짜여 있고, 각 판 끝에는 보스가 기다립니다. 보스전 사이사이에는 보너스 스테이지가 끼어들어 흐름을 끊어 줍니다. 판마다 배경 소재가 바뀌면서 지형의 성격도 함께 달라지는데, 발판이 촘촘한 구간에서는 점프 정확도가, 적이 밀려나오는 구간에서는 화력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막히는 곳은 공중 발판 구간입니다. 이런 계열 게임이 대개 그렇듯 착지 판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뛰기 전에 발판 끝까지 걸어가 자리를 잡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급하게 뛰어 건너다 떨어지는 것이 잔기를 가장 빨리 소모하는 길입니다.
보스는 대체로 정해진 패턴을 반복합니다. 초반 보스는 몇 번 지켜보면 안전한 자리가 보이고,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쏘는 것만으로 정리가 됩니다. 문제는 후반 보스인데, 패턴 사이 간격이 짧아져서 쏘는 시간과 피하는 시간을 나눠 써야 합니다. 무기 단계가 낮은 상태로 보스방에 들어가면 시간이 길어지고, 길어질수록 실수할 기회가 늘어납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
오락실 기판인 만큼 난이도 곡선은 인심이 후하지 않습니다. 초반 서너 판은 여유롭게 진행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적이 나오는 밀도가 확 올라갑니다. 좁은 통로에서 위아래로 동시에 튀어나오는 배치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외우고 들어가야 넘어갑니다.
요령이라면 화면 이동을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앞으로 밀고 나가면 새 적이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한 화면을 정리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넘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2인 플레이라면 한 명이 앞을 보고 한 명이 뒤와 위를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면 훨씬 수월합니다.
체력 회복 아이템이 나오는 위치는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몇 번 하다 보면 어디서 보충할 수 있는지 기억에 남습니다. 체력이 가득한 상태에서 굳이 먹지 말고 남겨 두었다가 돌아와서 챙기는 식의 운영도 가능합니다.
국산 아케이드가 만들던 것
슈퍼 트리오를 만든 게임에이스는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는 이런 소규모 아케이드 개발사가 여럿 있었고, 일본에서 검증된 장르 문법을 자기 기판에 얹어 내놓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계보 위에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잘 굴러가는 형태를 정확히 구현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오락실 사장 입장에서는 이런 게임이 필요했습니다. 대전 격투가 자리를 다 차지한 시기에도 어린 손님이 앉을 만한 밝고 쉬운 게임 한 대는 있어야 했고, 국산 기판은 값도 상대적으로 쌌습니다. 문방구 앞이나 동네 오락실에서 이런 동물 캐릭터 액션을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이 게임은 나중에 국내에서 PC판으로도 옮겨졌습니다. 오락실 기판으로 나온 국산 게임이 PC로 다시 나오는 흐름 자체가 그 시절 한국 게임 산업의 한 단면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기술적으로 놀라운 구석은 없지만, 뛰고 쏘는 기본기가 단정하게 갖춰져 있어서 몇 판은 금방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