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2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2 (Street Fighter Alpha 2 960229 Euro) · 1996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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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여고생이 승룡권을 씁니다
캐릭터 선택 화면에 처음 보는 얼굴이 하나 늘었을 때, 오락실에서는 잠깐 술렁였습니다. 교복에 빨간 머리띠를 두른 여고생이 류를 흉내 내 어설픈 승룡권과 파동권을 쓰는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잡아 보면 어설프기는커녕 돌진기가 빠르고 연속기가 잘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락실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스파 제로 2(Street Fighter Alpha 2)는 초대 스트리트 파이터와 스트리트 파이터 2 사이의 시기를 다루는 대전격투게임입니다. 굵은 선과 진한 음영으로 다시 그린 만화풍 그림체, 3단으로 쌓이는 슈퍼 콤보 게이지, 알파 카운터 같은 전작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캐릭터와 시스템을 크게 늘렸습니다.
오리지널 콤보가 판을 바꿨습니다
전작의 지상 체인 콤보 대신 들어온 것이 오리지널 콤보입니다. 게이지를 소모하면 캐릭터가 잔상을 남기며 일정 시간 동안 기술을 자유롭게 이어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간 안에 무엇을 넣느냐는 온전히 쓰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어서, 같은 캐릭터라도 사람마다 콤보의 모양이 달랐습니다.
덕분에 게이지의 쓰임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슈퍼 콤보를 아껴 두었다가 마무리로 쓸 것인지, 오리지널 콤보로 한 번 잡았을 때 크게 뽑아낼 것인지가 매 판 고민거리가 됩니다. 잔상이 깔리는 순간의 그 특유의 연출은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늘어난 얼굴들
전작에서 빠져 아쉬웠던 인물들이 대거 돌아왔습니다. 달심과 장기에프가 합류해 원거리 견제와 잡기라는 축이 다시 생겼고, 겐과 로렌토가 들어오면서 파이널 파이트 쪽 인물도 더 두꺼워졌습니다. 여기에 사쿠라가 더해져 선택 화면이 눈에 띄게 풍성해졌습니다.
숨은 캐릭터도 있습니다. 살의의 파동에 눈뜬 류의 모습이 별도의 캐릭터로 등장하고, 고우키 역시 더 강한 형태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조건을 아는 사람만 꺼내 쓰던 이 캐릭터들은 오락실에서 한동안 소문의 대상이었습니다.
배경까지 다시 그렸습니다
무대도 통째로 새로 그렸습니다. 관중이 움직이고 조명이 흔들리며, 스테이지마다 시간대와 날씨가 다릅니다. 라운드가 넘어갈 때 배경의 인물들이 반응하는 소소한 연출까지 들어가 있어, 같은 무대를 여러 번 봐도 눈이 심심하지 않습니다.
음악도 캐릭터마다 성격에 맞춰 붙어 있어서, 전주만 들어도 상대가 누구를 골랐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대전격투게임이 그림과 소리로 분위기를 잡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 작품입니다.
알파 시리즈의 한가운데
알파 시리즈는 세 편으로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단정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다음 편처럼 시스템을 여러 갈래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규칙 안에서 모두가 겨루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사람도 무엇을 익혀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기본기로 견제하고, 한 번 파고들었을 때 게이지를 크게 쓰고, 위험할 때 알파 카운터로 빠져나오는 흐름만 익히면 한 판이 굴러갑니다. 지금 잡아도 여전히 배우기 좋은 대전격투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