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2 슈퍼패미컴판
스트리트 파이터 II (Street Fighter Ii the World Warrior Europe) · 1992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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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을 통째로 바꾼 게임
1991년 이후 오락실 풍경은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벽을 따라 늘어서 있던 슈팅 기계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두 사람이 마주 앉는 대전 기계가 차지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반대편에 동전을 올려놓으면 그 순간부터 싸움이 시작되는 이 방식은, 게임을 혼자 하는 것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것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가정용으로 나온 이 판이 특별했던 건, 그 기계 앞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집에서 같은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조종기 두 개를 꽂고 친구와 마주 앉으면 그게 곧 오락실이었습니다.
여덟 명의 세계 전사
스트리트 파이터 II(Street Fighter II)는 세계 각지에서 온 격투가들이 일대일로 겨루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약중강으로 나뉜 주먹 세 개와 발차기 세 개, 모두 여섯 개의 버튼을 씁니다. 이 여섯 버튼 구성은 이후 격투 게임의 기본형이 됐습니다.
고를 수 있는 인물은 여덟 명입니다. 일본의 류와 미국의 켄은 같은 유파라 기술이 비슷하고, 중국의 춘리는 발이 빠르며, 브라질의 블랑카는 몸에 전기를 두릅니다. 소련의 장기에프는 붙잡아 던지는 기술로 싸우고, 인도의 달심은 팔다리를 늘려 멀리서 때립니다. 미군 가일은 힘을 모았다가 소닉 붐을 날리고, 일본의 혼다는 손바닥을 연타합니다.
파동권과 승룡권
필살기를 쓰려면 방향키를 정해진 순서로 돌려야 합니다. 아래에서 앞으로 반원을 그리고 주먹을 누르면 파동권이 나가고, 앞 아래 앞 순서로 꺾고 주먹을 누르면 승룡권이 튀어 오릅니다. 이 두 개를 몸에 익히는 게 처음 배우는 사람의 첫 관문이었고, 승룡권이 안 나온다며 조종간을 흔드는 광경은 어느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장기에프의 던지기처럼 방향키를 한 바퀴 완전히 돌려야 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서 있는 채로 돌리면 점프해버리기 때문에, 다른 동작 중에 몰래 입력을 끼워 넣는 요령이 필요했습니다.
사대천왕
여덟 명을 차례로 이기고 나면 컴퓨터 전용 인물 네 명이 기다립니다. 발로그는 갈고리 손톱을 끼고 벽을 타고, 태국의 사가트는 키가 크고 파동권과 비슷한 타이거 샷을 씁니다. 복서 바이슨은 돌진해서 밀어붙이고, 마지막의 베가는 몸에 푸른 기운을 두른 채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넷을 사대천왕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고, 마지막 상대를 잡고 나오는 결말 화면을 본 사람은 그날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대전 문화가 시작된 자리
이 게임이 남긴 가장 큰 것은 기술 목록이 아니라 사람끼리 붙는다는 발상 그 자체입니다. 동전을 기계 위에 줄지어 올려두고 순서를 기다리는 규칙, 상대의 버릇을 읽고 다음 수를 예상하는 재미, 이긴 사람이 자리를 지키는 방식까지 전부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캡콤은 이후 대시, 터보, 슈퍼 같은 개정판을 잇달아 내놓으며 인물을 늘리고 균형을 손봤습니다. 그중 어떤 판이 가장 좋았는지는 지금도 사람마다 답이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