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2 패미컴판
스트리트 파이터 II (Street Fighter Ii the World Warrior Unl) · 1991 · Humm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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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컴에서 돌아가는 스트리트 파이터
이 게임을 처음 보는 사람은 대체로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이게 패미컴에서 돌아간다고 묻는 것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는 당시 오락실 기판의 성능을 앞세운 게임이었고, 훨씬 나중에 나온 가정용 기기에서도 이식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한참 앞선 세대인 패미컴용으로 이 게임이 돌아다녔습니다. 정식으로 허가받아 나온 물건이 아니라 비공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국내에서는 여러 게임이 함께 든 카트리지 안에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락실에 갈 동전이 없던 아이들이 집에서 붙잡고 있던 것이 이런 판이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Street Fighter II: The World Warrior)는 세계 각지의 격투가들이 일대일로 겨루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이 판은 그 게임을 패미컴 사양에 맞춰 옮긴 것입니다.
원작이 만든 규칙
원작은 대전격투라는 장르의 틀을 사실상 확정한 작품입니다. 체력 게이지를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약중강으로 나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고, 방향키를 굴려 필살기를 내는 방식이 여기서 자리 잡았습니다.
캐릭터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는 것도 이 게임이 만든 관습입니다. 정석적인 주인공, 파워형 거구, 빠른 속도로 파고드는 캐릭터, 원거리를 견제하는 캐릭터가 저마다 다른 필살기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굴려 지르는 장풍, 뛰어오르며 올려 치는 대공기, 회전하며 차는 기술은 이후 수많은 격투 게임이 변형해 가져다 썼습니다.
어느 캐릭터를 고르느냐에 따라 싸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상성도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오락실에서는 캐릭터 선택 화면부터 신경전이 시작되곤 했습니다.
좁은 사양에 밀어 넣은 결과
비공식 이식판인 만큼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캐릭터의 동작 수가 줄었고, 화면 표현과 소리도 원작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조작 반응이나 판정도 오락실판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판들이 널리 퍼졌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오락실에서 한 판에 동전을 넣고 지면 끝나는 게임을, 집에서 마음껏 반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연습하고 명령어를 익히기에는 오히려 이쪽이 나았습니다.
패미컴 조종기는 버튼이 두 개뿐이라 여섯 개 버튼을 쓰는 원작의 체계를 그대로 옮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는 길이나 조합으로 공격의 세기를 나누는 식의 해결책이 들어갔고, 이 부분이 원작과 가장 크게 다른 감각을 만듭니다.
그 시절의 카트리지
1990년대 초중반 국내 가정에는 이런 식으로 들어온 소프트가 적지 않았습니다. 수십 개의 게임 이름이 적힌 화면에서 번호를 골라 시작하는 카트리지가 흔했고, 그 목록 안에 오락실에서 보던 유명한 게임의 이름이 섞여 있으면 일단 눌러 보게 되었습니다.
완성도를 따지면 원작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오락실 기판을 집으로 가져올 수 없던 시절에, 어떻게든 그 게임을 해 보려던 흔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판들은 그 시대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