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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인베이더 (플레이스테이션)

스페이스 인베이더 (Space Invaders Europe) · 1999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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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삼킨 원조

한 시절 일본에서 백 엔짜리 동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니는 게임이 있습니다. 화면 위에 늘어선 외계인 편대를 아래에서 쏘아 맞히는, 그 단순한 물건입니다. 이 작품은 그 원조를 가정용 기기로 옮기면서 옛 화면과 새 화면을 함께 담았습니다. 흑백에 색 필름을 덧댄 옛 화면을 켜 보면, 지금 기준으로는 투박한데도 몇 판을 그냥 넘겨 버립니다.

무엇이 이 게임을 그토록 오래 붙잡아 두었는지는 직접 몇 판 해 보면 알게 됩니다. 목숨을 잃는 이유가 언제나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플레이스테이션) 슈팅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9)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는 화면 맨 아래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포대로 위에서 내려오는 적 편대를 전부 격추하는 슈팅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발사 두 가지뿐이고, 규칙도 하나뿐입니다. 적이 화면 아래에 닿기 전에 다 없애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한 화면을 정리하면 다음 편대가 조금 더 아래에서 시작합니다. 판이 거듭될수록 여유 공간이 줄고, 실수 한 번의 대가가 커집니다. 화면 구성이 바뀌지 않는데도 판마다 체감 난이도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포대 앞에는 방패 네 개가 서 있습니다. 이 방패는 소모품입니다. 적의 탄에 맞으면 파이고, 내가 쏜 총알도 방패를 지날 때마다 구멍을 냅니다. 마지막 판까지 방패를 온전히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플레이스테이션) 슈팅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속도와 리듬

이 게임의 진짜 주인공은 속도입니다. 적이 많을 때는 편대가 느릿느릿 움직이지만, 잡을수록 남은 적들이 빨라집니다. 마지막 한 마리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데 눈 깜짝할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잘 하는 사람은 끝날 무렵을 대비해 남길 적의 위치를 미리 계산해 둡니다.

배경에 깔리는 네 음짜리 저음도 적이 줄면 함께 빨라집니다. 화면을 안 보고 소리만 들어도 지금 얼마나 급한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소리와 속도가 맞물려 만드는 압박감은 이후 수많은 슈팅이 흉내 낸 장치입니다.

가끔 화면 최상단을 지나가는 접시 모양 비행체가 나타납니다. 점수가 큼직하게 붙지만 쏘려면 편대에서 눈을 떼야 하니, 욕심을 부리다 편대 탄에 맞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요령

가장 실용적인 요령은 좌우 끝 열부터 지우는 것입니다. 편대의 가로 폭이 줄어들면 벽에 닿아 한 칸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길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지는 셈이라 정리할 시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가운데부터 뻥 뚫어 놓으면 겉보기엔 시원하지만 편대는 계속 벽까지 왕복하며 빠르게 내려옵니다. 초보자가 화면 절반쯤에서 갑자기 무너지는 대부분의 이유가 이것입니다.

방패는 아껴 씁니다. 급할 때 방패 뒤로 들어가 한 박자 쉬는 것이 목숨 하나를 아끼는 방법입니다. 다만 방패 바로 밑에 오래 서 있으면 방패가 다 갉여 나간 뒤 탄이 그대로 쏟아지니, 숨는 자리는 계속 바꿔 줘야 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가정용으로 옮겨진 이 판본은 조작 지연이 거의 없고, 옛 화면과 손질한 화면을 골라서 즐길 수 있습니다. 화려한 효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원조 화면으로만 계속 돌려도 아쉬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는 쪽이 이 게임의 본질에 더 가깝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초기부터 자리를 잡았고, 이후 세대에게는 게임 그 자체를 뜻하는 아이콘으로 남았습니다. 픽셀로 그린 그 외계인 모양을 보면 게임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도 무슨 뜻인지 압니다. 규칙 하나로 사십 년을 버틴 게임이 흔치 않다는 걸 생각하면, 몇 판쯤 해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점수판이 만든 문화

이 게임은 점수를 남기는 재미를 널리 퍼뜨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잘 하는 사람이 세워 놓은 숫자가 화면에 계속 떠 있으니, 다음 사람은 그 숫자를 목표로 삼습니다. 오락실 한 대 앞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며칠에 걸쳐 경쟁하는 구조가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점수를 크게 올리려면 접시 비행체를 잡아야 하는데, 언제 나타나는지와 언제 쏘아야 큰 점수가 붙는지에 규칙성이 있습니다. 그 규칙을 알아낸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점수 차이는 상당히 벌어집니다. 게임이 알려 주지 않는 것을 플레이어들이 알아내고 서로 알려 주며 쌓아 올린 지식이, 이 게임을 오래 붙잡아 둔 또 하나의 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