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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인베이더

스페이스 인베이더 (Space Invaders F Eternity) · Tait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게임이 빨라지는 이유가 버그였습니다

이 게임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외계인이 줄어들수록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게 원래 의도한 설계가 아니라 기계의 한계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입니다. 화면에 그려야 할 적이 많을 때는 계산이 오래 걸려 느리게 움직이고, 적이 하나둘 사라져 그릴 것이 줄어들면 저절로 빨라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현상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가 화면 아래쪽을 쏜살같이 왕복하는 그 긴장감은 어떤 설계자가 앉아서 계산해도 그만큼 잘 뽑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게임의 난이도 곡선이 하드웨어의 사정에서 저절로 생겨난 셈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슈팅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어떤 게임인가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는 화면 아래쪽의 포대를 좌우로 움직이며 위에서 줄지어 내려오는 외계인을 쏘아 맞히는 고정 화면 슈팅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발사 버튼,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이보다 단순한 조작을 가진 게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적은 가로세로로 줄을 맞춘 무리로 등장해 좌우로 이동하다가 화면 끝에 닿으면 한 칸 아래로 내려옵니다. 이 무리가 바닥까지 내려오면 끝입니다. 적도 아래로 탄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것도 피해야 합니다. 포대 앞에는 방패 몇 개가 놓여 있는데, 이 방패는 맞을 때마다 조금씩 깎여 나가고 한 번 사라진 부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 탄에도 깎이므로 방패 뒤에서 위로 쏘면 내 은신처가 먼저 무너집니다.

방패를 쓰는 법

초보와 숙련자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이 방패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숨는 곳으로만 씁니다. 그런데 숨은 채로 계속 쏘면 머리 위에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으로 적의 탄이 정확히 들어옵니다. 결국 가장 안전해 보이던 자리가 가장 위험한 자리가 됩니다.

잘하는 사람은 방패를 일부러 다듬습니다. 한쪽 끝에 내 탄이 지나갈 좁은 구멍을 만들어 두고 그 자리에 서서 쏩니다. 내 탄은 그 구멍으로 나가지만 적의 탄은 남은 부분에 막힙니다. 또 하나는 방패를 아예 버리는 선택입니다. 후반에 적이 빨라지면 방패 근처는 오히려 움직일 공간이 좁아 불리하므로, 넓은 쪽으로 나와 좌우로 크게 도는 편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를 잡는 요령

적이 몇 마리 안 남았을 때가 이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입니다. 남은 적은 빠르게 좌우로 왕복하고, 내 탄은 한 번에 하나만 화면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빗나가면 그 탄이 화면 위로 사라질 때까지 다음 발을 못 쏩니다. 급해서 마구 누르면 오히려 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요령은 적을 쫓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적이 지나갈 길목에 미리 자리를 잡고, 적이 그 지점에 도달하기 조금 전에 한 발을 놓아 둡니다. 빗나갔을 때의 손해가 크므로, 확실히 맞을 자리가 아니면 참고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위쪽을 가끔 지나가는 정체불명의 비행체도 점수가 크지만, 그걸 노리다가 탄을 낭비하면 아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므로 여유가 있을 때만 노려야 합니다.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이 나온 뒤 오락실이라는 공간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 게임기는 술집이나 가게 한구석에 놓인 물건이었는데, 이 게임 하나로 게임기만 모아 놓은 가게가 장사가 된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슈팅 게임 계보 역시 사실상 여기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이 게임과 그 복제판,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비슷한 형태의 게임들이 동네 오락실의 첫 세대를 채웠습니다. 흑백 화면에 색깔 셀로판지를 덧붙여 색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기기도 흔했습니다. 제목을 정확히 모르는 채로 그냥 외계인 게임이라 부르며 동전을 넣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해 보면 화면은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그런데 몇 판만 돌리면 적이 빨라지는 순간의 압박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조작이 두 가지뿐이라 누구나 30초 만에 규칙을 이해하고, 그러면서도 잘하려면 방패 관리와 탄 아끼기라는 분명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규칙에서 어떻게 깊이가 나오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 같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