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스페이스 인베이더 95

스페이스 인베이더 95 (Space Invaders 95 the Attack of Lunar Loonies Ver 2 5a 1995 06 14) · 1995 · Tait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그 인베이더가 만화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오락실에서 이 화면을 처음 본 사람은 대개 한 번 웃고 시작합니다. 줄지어 내려오던 그 딱딱한 흑백 외계인들이, 눈을 굴리고 표정을 짓고 얻어맞으면 우스꽝스럽게 터지는 만화 캐릭터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원작의 엄숙한 긴장감을 일부러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능청스러운 개그로 채운 작품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95(Space Invaders 95: The Attack of the Lunar Loonies)는 화면 아래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위에서 내려오는 적을 쏘아 맞히는 고정 화면 슈팅 게임입니다. 조작은 원작 그대로 단순하지만, 캐릭터를 고르는 요소와 스테이지마다 다른 보스가 붙어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되었습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95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캐릭터를 골라 시작합니다

시작하면 먼저 조종할 인물을 고릅니다. 각 캐릭터는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라 쏘는 탄의 모양과 퍼지는 폭, 움직이는 속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화력을 몰아 한 줄을 빠르게 지우는 쪽이 있는가 하면, 넓게 퍼져 여러 줄을 조금씩 갉아먹는 쪽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골라도 원작의 규칙은 지켜집니다. 적이 한 줄씩 내려올수록 남은 수가 줄고, 남은 수가 줄수록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마지막 한 마리가 화면을 정신없이 가로지를 때의 그 조바심은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95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스테이지마다 기다리는 보스

원작과 가장 크게 갈리는 부분이 보스전입니다. 잡졸을 다 치우고 나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적이 등장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덤빕니다. 몸을 흔들며 탄을 뿌리는 놈, 화면 위를 오가며 아래로 내리찍는 놈, 여러 부위로 나뉘어 하나씩 부서지는 놈까지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연출도 마찬가지로 능청스럽습니다. 격파당한 적이 억울해하는 표정을 짓고, 스테이지 사이에는 짧은 만화 같은 장면이 끼어듭니다. 점수를 다투는 슈팅이라기보다 한 판씩 넘길 때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구성입니다.

여럿이 붙으면 화면이 난장판이 됩니다

이 게임의 진가는 사람이 늘어날 때 나옵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참가하면 화면 아래쪽이 서로의 기체로 붐비고, 탄이 겹쳐 어느 것이 내 탄인지 헷갈릴 지경이 됩니다. 그 와중에 누가 마지막 한 마리를 잡느냐를 두고 옆자리와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혼자 할 때는 침착하게 줄을 정리하는 게임이지만, 여럿이 붙으면 순식간에 정리되어 버려 보스전만 남습니다. 그래서 인원이 늘수록 화력을 아끼기보다 먼저 쏘고 보는 쪽으로 흐르고, 그 어수선함 자체가 재미가 됩니다.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 더 재미있습니다

곳곳에 원작을 아는 사람만 알아볼 장치가 숨어 있습니다. 방패 대신 놓인 엄폐물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모습, 익숙한 대열의 실루엣,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낮아지는 그 특유의 리듬 같은 것들입니다.

덕분에 고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패러디를 즐기고,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냥 잘 만든 캐릭터 슈팅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규칙이 단순해 설명 없이 바로 붙어도 한 판을 끝까지 넘길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